잠수함 리얼리티 - 전직 함장이 들려주는 진짜 잠수함 이야기
최일 지음 / 행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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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는 '잠수함'이다. 이때 나 스스로에게 있어서도 그 단어를 통하여 수 많은 궁금증을 품는다. 예를 들어 기술적인 영역에 있어서 잠수함의 어제와 오늘은 어떠한 변화를 거쳐왔는가? 그리고 군사적 가치에 있어서 잠수함이 지니는 영향력은 얼마이며, 또 어떠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가... 이처럼 잠수함의 역사와 더불어 현대 무기로서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한국형)진단을 하고 싶은 입장에 있어서 과연 이 책은 어떠한 정보를 전달해 줄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분명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많은 궁금증을 풀어 줄 수 있는 내용을 품고 있다. 그야말로 역사 속에서 잠수함이 등장한 시기와 병기로서 잠수함이 가장 막강한 위력을 떨친 시대를 넘어, 현대 많은 사람들... 특히 현대의 대한민국의 사람들이 왜 잠수함을 최강의 '전략병기'로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더해 이야기를 풀어 나아간다. 그렇기에 전직 잠수함 함장이였다는 저자의 과거(또는 경험)는 분명 위 내용들에 전문성과 설득력을 더해주는 귀중한 밑바탕이 되어준다. 실제로 오늘과 미래,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와 지정학적 특수성을 극복하는데 '잠수함의 역활'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통하여, 이에 비전문가인 일반 독자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라도 먼저 저자 스스로가 그 주장에 대한 보다 냉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 분명하다.

잠수함은 전시에는 그 몫을 톡톡히 하다가 막상 전쟁이 끝나면 무대에서 주연의 자리를 양보하는 전철을 밟아왔다. (...) 잠수함은 수상함 대비 탁월한 은밀성 (...) 그 가치가 점점 더 높아지는 분위기이다.

52쪽 미래의 잠수함

그러나 역설적으로 저자 스스로는 자신이 "전문가가 아니다" 라고 주장한다. 다만 잠수함에 대한 여러 정보를 공유하는 매체로서 단순히 딱딱한 이론서나 군사관련 서적이 아닌, 보다 잠수함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나름의) 의도를 드러냈기에 이후 드러나는 '취미로서 잠수함을 마주하려는 방향성'에 대해서도 (결국) 독자의 입장에서 그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는가에 따라, 나름 책을 읽은 이후의 만족감 또한 달라지지 않는가? 하는 감상을 품는다.

각설하고 이 '대중을 위한 잠수함에 대한 책'은 개인에게 있어서도 많은 흥미거리를 가져다 주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잠수함의 발전사는 물론이요, 이후 과거 전쟁의 역사 속에서 그 매력을 더하는 U보트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접하면서, 이에 역사를 배움에 있어서, 이미 알고 있는 정보 또한 많았지만, 그와 달리 저자 스스로의 지식과 가치관 등이 정리된 본문의 내용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더 정교한 역사적 사건과 의의를 정리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 있어, 분명 이 책은 그 나름의 유익함과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다.

때문에 보다 잠수함에 대한 흥미를 키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는 감히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단순히 비대칭전력으로서 유용하고 또 위력적인 병기하는 통념에서 벗어나, 어떻게 잠수함이 전함 등과는 다르게, 그 본연의 장점을 극대화 하는 방향성으로 진보하고 있는가.... 이에 그 나름의 질문과 이해를 구한다면, 분명 책은 그에 걸맞는 내용을 보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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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는 인문학, 변명 vs 변신 - 죽음을 말하는 철학과 소설은 어떻게 다른가?
플라톤.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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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철학자와 근대의 작가 사이에는 분명 기나 긴 시간과 변화의 차이점이 존재 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굳이 이 다른 것 같은 두개의 작품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고, 또 나름의 이유를 들어 이 둘 사이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소크라테스의)'변명'은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재판과 그의 변론을 표현한 고전 (플라톤) 철학의 기록이며, '변신'은 크게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을 빌린 소설이기에, 이에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시대도 장르도 주제도 다른 두개의 작품에서 나름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 과연 어떠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의구심 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남을 해치면서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명예롭지 못한 도피법입니다. (...) 이것이 내가 죽기 전에 나에게 사형을 투표한 분들에게 드리는 예언입니다.

86쪽

그러나 단순한 죽음을 넘어, '타인에게 인간으로서의 명예와 존엄을 유린당한 존재'라는 것에서 이 둘은 나름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의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이유로 고발당하고, 사형을 선고받은 소크라테스는 스스로 단순히 지혜와 진리를 갈망하고 탐구한 존재였을 뿐이라 말한다. 그리고 아테네 시민들에게 "지혜를 사랑하고 타인을가르치며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겠다" 고 장담했으나, 안타깝게도 고대 아테네의 법정은 그러한 소크라테스에게 죽음을 선고함으로서, 결과적으로 그의 의지와 행동 모두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저것을 없애 버려야만 해요

192쪽 변신

각설하고 카프카의 변신에서도 벌레로 변한 청년 '그레고르'가 점차 스스로의 목숨을 단념하게 되기까지 그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어가는지를 보면 상당히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는 단순히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모습에 절망한 것이 아닌, 가족에게 버림받은 순간 스스로 인간이 아니게 된 것을 자각한다. 그는 부모의 아들이자, 여동생의 오라버니로서, 사랑을 받았고, 더욱이 어엿한 회사원으로서 유능하지는 않지만 근면한 존재로서, 사회 속의 역활을 다했지만, 결국 그 역활을 수행하지 못하는 벌레가 됨으로 인하여, 그는 세상 모두에게 불쾌감을 안겨주는 존재로 추락한다.

이처럼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에 의하여 '자신을 부정당하는 것'은 어쩌면 그에게 죽음을 부여하는 것 이상으로 잔인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미친다. 그야말로 이 둘은 크게는 세상 속의 권위와 작게는 불안과 고독에 맞서 패배한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글이다. 물론 이러한 파편적인 교훈을 바탕으로 스스로가 어떠한 인문학적 교훈을 이끌어낼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날의 사회현상 가운데 이 같은 폭력과 소외의 모습은 어떠한 형태로 드러나고 있고, 또 개인의 영역에 있어서 (또는 사회적인 영역에 있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무엇인가에 대해 이 책은 그 나름의 고민을 이끌어내려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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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 이야기 - 전근대부터 현대까지 빠짐없이 둘러보는
신종대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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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웃국가 '일본' 이에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나라인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도, 오래전부터 일본의 문화와 사고... 즉 일본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때문에 위와 같은 책과 출판의 영역에서는 흔히 최신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었고, 그것은 크게 인문학적 눈높이(또는 학문적 접근)을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서 관광과 같은 실질적인 교류를 보조하는 등의 살아있는 정보로서 기능했다.

예를 들어 오늘날 대한민국 또한 유행과 쓰는 말 심지어는 삶의 방식에 있어서도 세대간의 차이점이 존재하듯이 해당 일본사회 또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보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또 새로운 문화와 사고방식을 만들어 갈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문화는 때때로 시시각각 변화해가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다만 의외로 이 책은 문화의 고유성 또는 전통의 계승과 일본인으로서의 국민성과 같은 보다 보편적인 지식을 분석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기에, 이에 나름대로 앞서 언급한 일본인의 원형 또는 변화의 배경을 살펴보는 것에는 크게 유익할 것이라 생각된다.

일본은 전통과 현대문명이 공전한다고 한다(...) 고유의 사고방식이나 행동패턴, 전통문화가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10쪽 일본적인 것과 에도시대

그도 그럴것이 현대의 일본문화는 크게 일본의 역사와 비교하여 보았을때, 비교적 짧고 급격한 변화 속에서 진행시켜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일본인의 삶 가운데는 분명 최신의 현대문명의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반대로 사람과 문화 내면의 사고방식 등을 살펴보게 되면, 의외로 과거 전통적 가치관을 계승하고 받아들여진 것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실질적으로 그러한 현상을 만들고, 또 영유하는 것은 지금의 일본이 가진 특징에 불과하다. 그러나 더 나아가 그러한 특징을 발전시켜 세계에 드러내고, 또 일본문화를 전파하며 보다 친숙하고도 독자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은 보다 다른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세계 속의 일본 또는 일본이 지닌 '자포니즘' '만화 왕국' 문화의 강대국' 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사실의 이면에는 단순히 그 문화를 전파하려는 노력만이 아니라, 이전 전통과 사고방식을 계승하는 와중 보다 그 표현을 변화하거나, 또는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에 있어 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중화'를 이룬 것이 컸다.

요즘 일본에서는 쿨 재팬이라는 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 정부는 외국인들에게 일본문화를 알리고 (...) 정부 주도의 '국가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165쪽 대중문화의 과거와 현재

이에 대중화를 성공시킨 분야에서 일본이 강점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과거 일본 문화가 만들고 소비하고 또는 발전시켜 이룬 나름의 기술적 노하우와 (이전부터 존재한) 친숙함이 세계화에 있어서도 강점으로 발현 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생각된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내용과 같이 일본의 그림과 만화, 애니메이션이 단순히 애들용에서 벗어나 전연령 모두의 즐길거리로 자리잡게 된 그 이면에는 의외로 출판 인쇄물의 발전과 함께 에도시대부터 자리잡아 온 '우키요에' (판화) 의 문화 등의 확산과 변화 또한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의외로 역사는 알게 모르게 해당 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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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뿌리 - 조선시대부터 대한민국까지, 현대 한국군의 기원을 찾다
김세진 지음 / 호밀밭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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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한민국 군대의 역사를 드러내려 한다. 그러나 엄연히 대한민국은 1950년 10월1일을 기점으로 국군의 날을 기념하고 있기에, 이에 단순하게 생각하면 국군은 지금까지 대략73주년의 역사를 이어 나아가고 있는 군사조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나아가 국군이 한반도의 어느 역사... 또는 역사적 사명을 계승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결국 그 해답은 개인 각각의 역사적 의식 등에 의하여 크게 변화한다. 예를 들어 책 속의 주장에 따르자면 최근 정부를 중심으로 주장되어지는 대한민국 군대의 정체성은 독립군에 기인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대한민국의 군대가 독립군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자주성과 국방의 의의(또는 대의)를 상징하는 가치관 등을 평가할때, 대한민국의 군대는 과거 독립군이 지녔던 가치 등을 계승하는 존재이다. 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군대의 정체성을 일방적으로 재단할 때 어떠한 일이 발생하여 어떤 위험성을 갖는지도 살펴보았습니다. 군대의 뿌리를 특정 진영논리에 따라 규정하고 반복 학습 하면(...) 자기 정체성과 명분에 매몰되어 있을 때, 한반도는 (...) 식민지배와 분단 등을 겪어야 했습니다.

여는 말

때문에 저자는 단순히 국군이 가질 '역사적 정통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 국군이 오늘날까지 어떠한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되었는지, 또는 오늘날까지 국군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어떠한 가치관에서 발현되는가에 대한 보다 다방면의 원인을 발견하는 것에 그 의의를 두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만 오늘날에는 그 환경을 정의하는데 있어서, 보다 편향되어진 눈높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 물론 정부의 입장에서 매우 다양한 국민의 역사 의식(그로 인한 갈등) 을 봉합하는데 나름의 보편성을 추구하려 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해도, 다만 그 지나친 대의외 정의 등에 기댄 한반도의 역사가 결국 그에 반대되는 세력을 비도덕적인 세력, 또는 악으로 (매우 쉽게) 구분하는 단점이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역사라는 것이 그 결과를 추구한 상대 뿐만이 아니라, 초래한 스스로 또한 면죄부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결국 보다 명확한 해답을 추구하는 것은 반대로 역사의 본질에서 벗어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나름의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된다.

이에 안타깝게도 그 변화를 주도한 (역사 속) 환경의 이면에는 타국에 의하여 유린되어진 한반도의 역사가 드러난다. 특히 과거 독립군 또한 이미 대한제국이 일본제국에 의하여 병합되었기에, 엄연히 생각해보면 온전한 국가의 군대로서 기능하지 못했고, 또 군대로서 인식하기에도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국가와 국민을 지키야 한다는 의의를 더해 더 나아가 근현대사에 있어서 한반도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는데 그 뜻을 두고 대의를 행한 군사조직이라는 점에 있어서, 역사 속의 조선과 대한제국에 이어 대한민국의 국군으로 이어지는 '어떠한 연결점'을 발견하려는 '다방면의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미친다.

다만 저자는 단순히 그 숭고한 의의와 행동만이 아닌, 앞서 나라를 빼앗기고, 군대로서 온전히 존재하지 못했던 사실이 무엇때문에 일어나게 되었는가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역사적 인식과 반성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정해놓은 답만 외우도록 강요한다. (...) 한국군의 뿌리는 무엇일까? 역사는 말한다. "한국군의 뿌리는 다양하다"고.

274쪽

그렇기에 과거 대한제국이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또 그것을 되찾는 와중에서 타국의 힘에 좌절되거나 외면받는 창피하고 잔혹한 역사를 통하여, 결국 당시 국제사회가 지닌 냉정함 을 마주하는 동시에,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정의와 윤리적 가치관 또한 그 스스로가 지키고 주장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없다면, 모두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한번쯤 되돌아보고 또 경계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이 책이 지닌 가장 중요한 내용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감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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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와 육군 - 제2차 세계대전을 주도한 일본 제국주의의 몸통
호사카 마사야스 지음, 정선태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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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의 진행과 결과에 대한 역사에 더하여, 이른바 태평양전쟁사에 있어서 그 주된 역활로서 주목받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분명 그것은 (일본제국에 있어서도) 해군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육중한 군함과 항모가 가져다주는 존재감에 더하여, 무엇보다 전쟁의 흐름을 좌우한 중요한 전투의 모습 등을 생각해보아도 역시나 그 주인공은 바다를 주름잡았던 군대의 모습이 먼저 떠오르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저자는 굳이 태평양전쟁중의 육군의 모습에 주목했고, 특히 전후까지 생존한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 '전장을 직접 마주한' 생생한 기억을 통해 이미 세상에 알려진 일본군의 잔혹함 또는 비이성적인 모습 등이 과연 어떠한 계기로 발현되었는가에 대한 나름의 진단을 내리고 있다. 결국 저자는 전쟁을 통해 발견 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비참한 모습을 통하여 스스로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싶었던 것이다.

각설하고 태평양전쟁의 발발과 흐름 가운데서, 육군이 보여주는 모습은 말 그대로 '육탄'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된다. 그야말로 당시 일본제국군은 근현대의 가치관 아래 정립된 가장 기본적인 군사적 지원 또는 가치관의 세례를 받지 못한 존재였다. 물론 군인으로서 승리를 추구하는 자세와 헌신은 나름 미덕으로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결과적으로 일본제국과 그 군대가 과거의 승리의 방식을 고수하고 또 보편화하여 끝끝내 병사 하나하나가 탄환처럼 소모되는 현상을 개선하지 못하며 종전을 맞이했다는 점이다.

왜 일본에서는 구체적인 검증도 하지 않고 저 전쟁을 부정해버린 것일까? (...) 설령 역사적 보편성이라는 게 없다 하더라도, 그 어떤 역사적 사명감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온 나라가 들고일어나 싸웠던 것이리라. 여기에 포함된 오류를 정확하게 역사에 새겨넣어 둘 필요가 있다.

434쪽 / 진주만 공격은 무엇을 의미했는가

물론 그러한 현상을 진단하며, 제기된 주장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 아니... 애초부터 국가 스스로가 부족한 자원과 기술의 발전을 꾀하기 위하여 외교적 접근과 상호 무역이라는 선택지를 떠나, 전쟁을 통한 식민지의 확대, 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한 전략.전술적인 군사적 행동을 일으켰다는 것 자체가 현대적 감각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비이성적인 행위로 보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비이성의 후유증은 전쟁의 진행과정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예를 들어 일본군의 '반자이 공격'과 '카미카제' 등은 단순히 당시 일본군의 절박한 상황과 희생정신의 발현이 아니라, 단순히 전쟁에 필요한 물자와 수송력을 만족스럽게 제공해주지 못한 수뇌부가 그 책임을 수 많은 병사들에게 돌려 희생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

1944년 가을 이후 참모본부의 대응을 보면 (...)병사가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따위는 고려되지 않았다(...) 이 말을 듣고서야 참모본부의 내실에 관한 기본적인 문헌조차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납득되었고, 병사들이 뭘 먹고 살았는지에 대한 변변한 보고서 하나 남아 있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고 느껴졌다.

658~660 / 쇼와 육군의 흥망

그렇기에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일본제국의 패전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니... 역사적으로 일본제국은 패전을 통하여 연합국의 지배를 받았고, 그 결과 자의와 타의의 경계를 알 수 없는 '전후처리'의 과정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과정 속에서,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온전히 짊어졌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면, 그 대답은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때 일본 국내의 문제점은 어떠한 것이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전쟁을 겪으면서 생존한 수 많은 병사들이 남긴 전쟁에 대한 후회와 반성의 기록들은 어째서 '미화'의 단어 속에서 외면받고 변질되는 것인가?

쇼와 육군이 남긴 많은 잘못을 한시라도 빨리 청산하는 것은 (...) 그것은 정치 자세나 사상의 건전한 발로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 도의의 도달점이기도 하다.

1005쪽 / 남겨진 '전후 보상' 문제를 주시하며

이에 저자가 주목한 것은 단순히 국가와 군대의 폭주만이 아니다. 그에 더하여 전쟁 이후 '전후 처리'의 과정 있어서도 군인이 끝끝내 (개인적인) 용기와 희생의 보답을 받지 못한 것이 그 무엇보다 나라에 큰 후유증을 남기지 않았나 한다. 실제로 오늘날 수 많은 논란과 갈등의 원인은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더더욱 그 문제의 이면에는 군인이였던 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했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의 입장과 그 오랜 기억이 점차 잊혀지거나 미화되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러한 기억을 바탕으로 생존자들의 목소리와 그 모임(단체)의 성격이 변질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또 이를 국가의 빚이라 주장하여 '정치세력'으로서의 입지를 다진 결과는... 그야말로 오늘날 우경화 속에서 비추어지는 일본의 모습 그대로다.

때문에 저자가 주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청산, 그리고 전후의 시대를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쇼와시대의 제국군의 모습 그대로를 들여다보고, 또 이를 비판하기 위한 (올바른)현대적 가치를 내면에 세울 필요가 있다. 이에 단순히 일본제국군의 무능이 그저 '계란으로 바위를 친 어리석음'이라 생각된다면... 한번 그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한번쯤 이 책을 접해보기를 바란다.

이에 나는 이 내용을 통하여 우경화 속의 그림자... 그야말로 전쟁의 미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이전 이후 세대들이 각각 어떠한 것을 추구하고 있는가에 대한 나름의 이해를 할 수 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이는 전쟁의 기억과 참상을 이해하는 잣대가 서로 다름으로서, 생겨나는 오해... 그리고 무엇보다 군인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이를 오롯이 마주하지 않았던 일본제국과 그 속의 군인들 마저 어떤 의미에서 (서로) 진정한 화해?를 하지 못한 탓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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