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개인적인 기억을 더듬어보면 시골집 마당에는 커다란 감나무가 있었고, 외가 아래에는 형형색색 천을 휘감은 사당나무가 있었기에, 이른바 '고목'은 딱히 어느 특별한 사연을 지닌 것이 아닌 일상의 생활속에서 마주치는 이정표이자 자연물로서 그 자리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풍경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자 그 당연한 것들이 사라져갔다. 물론 사당나무를 기리는 굿판도 더이상 벌어지지 않고, 추석 가을 충분히 무르익은 감을 따겠다고 친척과 이웃 모두가 나서는 진풍경도 그저 빛바랜 기억 한켠에서 꺼내올 수 있는 추억거리에 불과해졌다. 이처럼 개인의 기억도 이러한데 이 책의 이야기처럼 대한민국의 고목들은 과연 현대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과거처럼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을까? 아니... 지금까지도 남아있게 된 나무조차 부동산 개발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일부로 고사시키거나 뿌리뽑아버리는 현실 속에서, 과연 우리들은 이 땅의 나무들을 어떤 '의미있는 존재'로써 인식하고 또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대한민국에 남아있는 고목들은 오랜 신라, 고려 또는 조선시대... 일제강점기와 대한민국을 거치며 나름의 위인들의 손에 의하여 키워지고 또 역사의 한켠에 서서 그 변화를 묵묵히 지켜보아왔다. 때문에 단순히 오래된 나무는 그 나이와 희귀성때문에 보호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무를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는 인간의 역사, 즉 문자화된 기록 뿐만이 아닌 현장 그 자체에 쌓여 있는 사연 등을 증명하는 존재로서도 충분히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