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열두 달 -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
도널드 P. 라이언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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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도 '고대 이집트 문명'에 호의를 느끼는 수 많은 관광객들이 해당 유적 등을 접하기 위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때문에 대표적인 피라미드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신전과 조각들을 마주하면서, 이에 제일 먼저 느낄 수 있는 감정이란 대략 '미지와 신비' 또는 '경의'가 아닐까 하는데, 의외로 이 책은 오래전부터 정석에 가까운 위의 세가지 감정에서 벗어나 보다 평범하고도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 즉 인간의 삶 속에서 여러 복잡한 환경과 상황이 만들어내는 각각의 감정들을 열두 달의 시간에 비추어 표현하고 있다.

물론 굳이 이 책이 아니더라도 오늘날까지 발전한 고고학적 발견과 정립으로 인하여 이제 (현대의)많은 사람들 역시 고대 이집트인들이 단순히 권위와 채찍에 복종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더욱이 피라미드를 건설하는데 동원되어진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급여와 행정력이 당시 다른 여느 문명과 비교하여 선진화되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역시나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이란 단순히 해당 문명에서만 발견되는 특이점보다는 현대인들이 접해도 그리 낮설지 않은 합리적이고 대중화된 인간의 평범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감상이 든다.

누가 파라오가 되든 우리는 여전히 매일 강에 나올거야.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지(...)

실제로 투트모세3세의 치세와 죽음 그리고 이후 후계로 이어지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저자가 써내려가는 것은 문명의 발전과 시기의 특징이 아니라, 이를 구성하는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저마다의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은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 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풀어가는 것이다. 때문에 책 속에서 어부와 농부 그리고 한 가정을 책임지는 남자와 그 아내의 삶과 함께, 군인과 의사 서기관과 같은 사회적 엘리트집단의 사고방식에 이르기 까지 적어도 해당 제국을 지탱한 뿌리이자 기둥들이 저마다의 최선의 길을 모색하며 살아가는 것은 문명 여느 문명사를 접하는 것 이상의 리얼함과 재미를 맛보게 하게 충분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 이집트는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독특한 세계관을 구성하고 또 이를 계승해온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사자의 서'가 신이자 절대자인 파라오 뿐만이 아니라, 이하 인간에게 있어서도 커다란 가치를 지닌 것은 인간이 삶 이후 죽음을 마주하며, 보다 고대 이집트의 정신과 세계관에 기대어 안정을 얻기에 필수 불가결인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다 폭넓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그들의 정신적 뿌리이자 선.악을 판별하는 정의, 또는 도덕적 잣대를 형성하는 내면의 가치 등이 그 무엇에 근거하고 있는가?를 물어본다면 어쩌면 그제서야 고대 이집트와 현대를 나눌 수 있는 차이점... 즉 그들만이 공유하는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떠난 파라오에 대해 종종 비꼬는 말을 했던 바키도 (...) 압도당한 건 마찬가지였다. (...)바키는 자신이 눈물을 떨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 (...)

223쪽 어부

결국 고대와 현대 서로 극명한 시대를 살았던 시대를 구분하는 것은 단순한 해당 시기간의 '시간적 간격'만이 아니라, 무엇이 이들을 문명인으로 만들었는가에 대한 정신적 본질을 발견하는 것에 있는 것이다. 다만 그러한 정신을 제외한 일상과 삶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보면 인간은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와중 보다 휴식을 원하고 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원하며, 특히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보람과 의미 등을 발견하기를 원하는 것이 꼭 같다. 이에 적어도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이집트인들 또한 그 누구보다 자신을 소중히 했다는 점에 있어서 현대인 못지않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지 않은가 한다. 흔히 인간이 느끼는 기쁨과 슬픔의 감정... 즉 희로애락에 대해서만큼은 시대와 동서양을 나누지 않는 인간 모두가 공감할 만한 본질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한 다양함을 담은 도가니야 말로 '문명'과 '국가'라 불리우고 정의되어질 자격을 가진다.


저승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금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나? 아메네모페트는 회의적인 기분이 들었지만, 어쨌든 지금 걱정이 되는 건 자신의 앞날이였다.

212쪽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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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맥주 이야기
무라카미 미쓰루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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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세계사의 지식'에 비추어보았을때, 분명 와인과 맥주 등은 단순히 오랜 음료로서의 존재 가치를 넘어서 종교와 무역, 또는 국가간의 여러 관계와 같이 (나름)역사를 구성하는 다양한 방면에서도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다고 보여진다. 예를 들어 고대 이집트 신화 속에 등장하는 최초의 맥주는 소위 신의 분노를 잠재운 가공할 만한 가치를 지니며, 이후 등장한 기독교의 '주님의 만찬' 에도 빵과 와인이 빠지지 않는 것만 보아도 결과적으로 (인위적)가공을 거친 알코올 음료의 등장은 인류의 식탁을 풍성하게 한 것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때문에 이 중 '맥주'를 주제로 한 이 책의 이야기 또한 인류가 무엇으로 인하여 맥주를 만들고 또 소비하게 되었는가에서 시작하여, 과거의 여러 역사적 사건 중에서 맥주 또한 어떠한 결과에 이바지하였는가에 대한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 나아가기도 한다.

바빌로니아인들은 스무 종류의 맥주를 양조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자면, 여덟 종류의 보리로 만든 맥주, 여덟 종류 에마르밀로 만든 맥주, 그리고 두가지 원료를 섞어서 만든 네 종류의 맥주가 그것이다.

103쪽

그러나 과거와 현재 인류사회에 널리 퍼진 '맥주'의 존재는 분명 고대의 맥주와 비교하여 크게 변화 또는 발전하여 왔다. 물론 보리 등의 곡물을 원료를 사용하는 것은 (여전히) 같으나, 과연 현대인이 즐겨 음용하는 '라거' 또한 오랜 맥주의 역사에 비추어 단순히 '이전과 같이 맥주라 불리울 수 있는 것' 이라 치부할 수 있을까? 이처럼 정작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앞으로 맥주가 나아가야 할 미래... 즉 '에일'과 '라거' 사이에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어떠한 가치를 더 선호하고 계승 할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의 많은 국가들에 퍼져있는 '전통적인 맥주'는 오늘날에도 그 높은 명성과 함께, 해당 시설과 제조법 또는 맛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그러한 전통을 위협하는것 중에는 단순히 현대인의 입맛의 변화 또는 완전히 새로운 음료의 등장만이 아닌, 세계화의 영향에 발 맞추어 가장 가성비 있는 맥주를 추구한 저온숙성 맥주의 등장과 보급이 더 치명적이라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에 냉정하게 말하자면 생산성과 세계화에 불리한 전통적인 맥주와 그 제조방법 등의 위기 (쇠퇴)는 단어 그대로 현재진행중이다. 물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각각의 특색을 발전시켜 '지역 한정의 명물'로서 자리매김하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맥주 역시 소비되는 기호품에 가까운 것이기에,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합리적이고 저렴한 가격의 대체제가 존재하는 이상 이제 더이상 '전통'을 고집하는 것에도 한계가 드러난다.

거창하게 인류 역사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간 삶은 우선 음식이 있어야만 성립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음식이 변하면 술도 자연스럽게 그것에 맞게 변해간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평생을 양조업에 바친 사람이라면 이런 논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333쪽

때문에 오늘날의 (대부분 서방세계가 추구하는) 맥주는 전통이 합리성에 잠식되지 않아야 하고, 반대로 신기술 또한 지금껏 오랜 맥주의 정체성을 계승해 온 전통의 핵심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야말로 양립하기 어려운 주문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이에 과연 머지않은 미래에도 이어질 맥주의 존재는 적어도 위의 문제의식에 얼마만큼의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아니... 도리어 젊은 소비층 사이에 유사 맥주 즉 '발포주'등이 쉽사리 선택되고 소비되는 오늘날의 세상 속에서, 과연 맥주 또한 그 온전히 인류와 함께한 주류라는 위치를 지켜 나아갈 수 있을지...? 이에 이 책은 그러한 주제를 드러냄과 동시에 이를 마주하는 독자에게 있어서도 선택과 소비의 중요성?을 다시끔 일깨워주기 위한 최대한의 자료를 품고 있다.

물론 이러한 내용을 독자 스스로가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하는가 이것이 결정적으로 미래의 맥주의 지위를 결정할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먼저 맥주의 존재를 사랑하자. 그리고 깊이 고민하도록 하자. 결국 미래의 먹거리 또는 식탁에 무엇을 놓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 역시 인간 스스로이지 않은가! 적어도 먼 미래를 그린 만화 은하철도999처럼 인조 라면과 같은 대체제가 주를 이루는 식탁만은 피하고 싶은 것이 나의 개인적인 욕심이기도 하다.

새로운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는 것을 타협이나 타락이라고 자학하지 말고 좀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변화해 가야 한다고 요즘 마음을 바꿔 먹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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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
코교쿠 이즈키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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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지금도 종이책을 즐겨 읽는다. 이는 달리 말해서 '책을 읽는다' 라는 행위를 위해 여전히 종이책이 가져다주는 '익숙함'에 기댄 생활을 이어 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고 또 새롭게 등장하며, 이에 세상은 굳이 종이책이 아니더라도 이를 대체할 수단이 얼마든지 존재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단말기를 이용한 전자책이 있을 수 있고... 특히 (사실상) 무한정의 정보와 영상을 접할 수 있는 웹사이트나 유튜브 등은 비교적 원하는 정보를 신속하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여전히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독서'와 비교하여 현대인에게 쉽게 받아들여지는 일면이 있다 생각이 된다.

그야말로 책의 단어를 빌리자면 현대인들은 점차 종이와 활자로 이루어져 있는 아날로그적 방법보다. 단말기로 접하는 데이터 등을 마주하는데 더욱 익숙해져 가고 있다. 물론 그러한 현상은 종이책에 익숙한 여러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것으로 비추어질 수 있겠으나, 의외로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리 나쁜 현상도 아니다. 실제로 여러 서적이 데이터로 대체된다면 먼저 종이책이 가진 여러 단점이 해소된다. 이는 단순히 종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자원을 아끼는 것 뿐만이 아니라, 데이터화를 거치면서 개인 또한 보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보관하고 소장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소위 오늘날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여러 형태 중 '데이터의 활용'은 더이상 책을 보관하는 장소와 환경 등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를 오롯이 누리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난 매일 책을 읽지만 우리 딸은 독서가 사치스러운 취미라면서 탐탁치 않아 했죠. 단말기로 보는 영상이나 데이터가 백만 배는 재미있다고 계속 말했어요. 나는 그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봐요. (...)

"지나친 집념은 병인 거지요."

34쪽

각설하고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세계 역시 바로 '데이터화'가 일상화 된 가상의 미래라 보아도 무방하다. 다만 끔찍한 전쟁을 겪고,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 또한 상당부분 훼손되었으며, 무엇보다 과거의 유산인 '종이 문명'이 거의 절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으나 인류는 결국 해당 수 많은 지식 등을 디지털화로 복구하는데 성공해낸다.

그렇기에 책 속의 세계는 굳이 종이책을 만지고, 읽고, 소장하는 것이 더는 필요하지 않는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이책이 존재하는 공간... 사에즈리 도서관에는 수 많은 장서와 독서가, 그리고 와루츠씨라는 사서가 여전히 종이 문명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이 소설은 그러한 장소와 인간 등을 통해서 인간이 끝끝내 종이와 활자의 문화를 저버리지 못한 여러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소설 속 사에즈리 도서관에서만 접할 수 있는 '종이 책의 존재'를 과연 여러 등장 인물들은 (그것들을) 어떠한 가치로 바라보고 있을까? 물론 단순히 시대에 뒤떨어진 골동품과 같은 신기함으로 마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나, 반대로 이를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로 생각하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다양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주인공인 와루츠에게 있어서 '책은 여전히 사람의 손에 의해서 읽혀져야 하는 것'이다.

마치 그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이제 종이책이 지니는 역활은 생명을 다했고, 그 지위 또한 달라졌지만, 해당폐허의 곳곳에서도 독서의 행위 그 본래의 가치는 마치 잡초와 같은 생명력으로 다시끔 소설 이곳 저곳에서 여려 인물들의 사연 속에서 꽃피워진다.

때문에 그는 여전히 도서관의 문을 열고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또 대출을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단 하나 해당 책에 대한 소유권만큼은 그 어떠한 사람들에게 양도할 마음이 없다. 물론 그것의 배경에 그 어떠한 사연이 녹아있는지는 소설의 많은 내용을 접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그가 책을 남들보다 더 사랑하고 또 독점하고픈 욕망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에 있어서, 그 나름 (독자인) 나에게 있어서도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사에즈리 도서관의 장서는 수십만, 수백만의 돈을 주셔도 양보해드릴 수 없습니다. 단 한 권도 (...) 그 책은...(...) 제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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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아나로 가는 길
로버트 바이런 지음, 민태혜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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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유튜브 등에선 많은 사람들(관광객)이 심심치 않게 타국을 여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른바 개인활동 또한 곧 영상장비를 통한 방송으로 송출되어 마치 여행 당사자와 시청자 둘 다 해당 실시간으로 접하는 환경과 상황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기에, 소위 그에 느낄 수 있는 생생함은 과거 편집되어진 시사교양 프로그램과는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음이 틀림이 없다.

때문에 이와같은 생생함에 익숙해진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과연 거의100년이 지난 여행가의 저술을 과연 어떠한 장점이 있다 소개해야 할지 솔직히 막연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물론 과거와 현재를 나누어 세계1차대전 이후의 유럽사회의 인식과 사고방식으로 본 중동의 당시 상황 등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소위 '역사적 색채'를 느낄 수 있다는 면에서 매력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소위 그것만이 이 책의 장점이라 할 수 있을까?

여기 꼿꼿한 콧수염을 기른 사막의 아랍인이 금으로 장식된 낙타 털로 만든 풍성한 옷을 입고 지나가고, (...)정통 유대인, 높은 굴뚝 모양 모자 아래 수염을 기르고 (...) 그리스 사제 (...) 모든 것이 개방적이고 조화롭다.

41~42쪽

분명 과거의 색체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보다 저자의 시선을 빌려보자면, 자는 분명 근현대에 이르러 서양사회에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오리엔트' 즉 중동아시아에 대한 인식과는 다른 보다 깊은 지식과 이해를 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저자가 가장 관심을 두었던 것은 중동 페르시아 제국시절의 수 많은 건축물을 마주하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눈앞에 드러난 과거의 모습을 보라보며, 이들 중동의 (건축)문화 또한 이어 서양사회의 여러 위대한 문화 등과 함께 공유될 수 있다고 기록했다.

이는 개인적으로 2006년 접했던 '블랙 아테나' 이후 마주하는 동 서양 문화의 연결점을 논한 가장 오랜 식견이였다. 과거 제국주의시절 이미 중동에 그 영향력이 상실되어가고 있었던 오스만제국을 대신해 영국과 프랑스 등 여러 강국들이 이미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던 (저자가 여행을 하고 있던) 시기, 흔히 그 시대의 여행자들 대부분이 중동의 이색적인 모습을 마치 미처 문명화되지 못한 것으로 쉽게 치부하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것을 떠올려보면 분명 저자는 과장하여 시대를 앞선 현대적 지식과 역사적 이해를 지닌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품게 한다.

이것은 진정한 발명의 대담성을 지니고 있으며, 신념을 위해 우아함을 포기했다. 그 결과는 불완전할지라도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은 신념의 승리를 보여준다. 그토록 위대한 건축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브루넬레스키를 떠올려 보라.

110쪽

각설하고 위의 인문학적 식견과는 다르게, 오늘날에도 중동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사람사는 '문제점' 또한 이 책 이모저모에서 드러나는 것이 재미있다. 예를 들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길들여진 사람들과 다르게 전통적 유목사회의 너그러움을 간직한 사람들도 있는 반면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부패한 관료와 뭐든지 서류와 허가를 외치는 느려터진 공무원들과 그 행정처리... 특히 영국인인 저자를 중심으로 이익을 챙기려는 소위 '바가지' (외국인 비용) 는 진심으로 중동의 문화를 느끼려는 그의 긴 여행의 와중에 장애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그는 과거 미지의 문화를 마주하려는 옛 '그랜드 투어' 와는 다르게 스스로 관광객을 자처했을 정도로 스스로가 정한 테마와 장소를 찾는 자유로운 여행을 실행한 인물이였다. 때문에 그에 따른 감상을 적은 이 기록 또한 어느 여행을 통해 알게 된 '문화. 문명의 보고서' 가 아니라, 보다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과 모험심 또는 개인적인 취향과 장점이 잘 녹아있다는 점에 있어서, 보다 생동감 넘치는 100년전 여행기라 생각해도 그리 틀린 것은 아니라 생각이 된다. 때문에 오랜시간 지난 오늘날 나는 이 책을 마주하면서, 그가 표현한 풍경과 사람 또는 여러 문화의 정취를 마주하며, 그에 따른 지식을 접하는 것이 아닌 당시의 여행의 이모저모를 같이 체험하는 듯한 감각으로 독서를 마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자유로운 여행을 추구하는 저자와는 다르게 당시 세계는 또 다른 전쟁과 갈등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그의 또 다른 도전의 기회를 앗아가고 말았지만, 적어도 과거 오늘날과 비교해 많은 가치관을 공유한 여행자가 있었음을 알고 또 그의 발자취를 따라 과거의 여행지를 마주했다는 점에 있어서 나는 그에 따른 커다란 만족감과 아쉬움을 함께 느낀다.

1941년 서아프리카로 가던 중 그가 탄 배가 북대서양에서 독일 잠수함 U-97의 어뢰 공격을 받아 사망하였으며 유해는 찾지 못했다. 향년 36세 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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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질병 이야기 - 세계사 이면에 숨겨진 인간과 질병의 투쟁사
사카이 다츠오 지음, 김정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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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질병이라 하면 그 대상을 고통스럽게 하고, 또 약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해가 되어진다. 실제로 오늘날까지의학이 발달하고, 또 (인간의 국가와 사회에 있어) 여러 질병의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 또한 그 질병을 통해서 발생되는 (저하되는) 개인의 삶의 질과 함께, 사회 공동체에 있어서도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남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좀 더 주제를 좁혀 '질병으로 고통받았던 세계사'의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이처럼 흔히 역사책등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자연적으로 또는 인위적으로 질병에 시달렸던 사람들이 흔히 개인의 입장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조건 (또는 환경)으로 인하여, 역사에 있어서 그 특별한 사실들을 남겼다. 정리하자면 과거부터, 오늘날까지의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인하여 역사 또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면, 결국 질병 또한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시대속의 상황과 의학적(지식의) 한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여러모로 한계로 몰아갔던 상황이 자주 펼쳐진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어디까지나 결과론에 불과하지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사건들 또한 '실수'에 가까운 선택을 한다. 예를들자면 최초로 방사선 물질을 발견한 퀴리부부를 떠올려보면 어떨까? 또는 오롯이 천연두를 연구하며, 종두법을 탄생시킨 에드워드 제너는? 이처럼 이 두가지의 예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적어도 인간의 역사 가운데서 질병이 가지는 원인과 그 형태가 무엇이였든간에 결국 그것들이 인생과 역사를 바꾸는 조건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사실이다. 그러나 그 영향력을 경험하고 마주하였기에, 인류는 그것에서 큰 피해를 입기도 하고, 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았다. 때때로 질병은 그 각지역의 사람들을 절멸시킬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혹여 이를 단순히 '그때의 재난'으로서만 인식하고 피하기 급급했다면? 그리고 개인의 고통을 두고, 이를 측은히 여기고 낫게 해주려는 노력 자체를 하지 않았다면? 그 결과에 따라, 의학이라는 개념은 필시 오늘날과는 다른 의미의 것으로 남아버렸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현실 속의 의학은 희망과 극복의 의학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제 이 책 속에 표현된 '질병의 괴로움' 그 일부는 이미 극복이 된지 오래다. 더욱이 역사의 과정을 통해 배워온 것으로 인하여, 현재의 많은 질병들 또한 그 위험성과 증상 그리고 치료 (또는 완화에 대하여) 상당한 노하우를 축척했기에, 결국 이를 통해 생각하여 본다면? 결론적으로 역사의 교훈을 통한 예방도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을 알고, 또 이것을 계속해서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아가는 것 또한 필요한 것임을 나는 이 책을 통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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