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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노후준비, 안정된노년을 향하여... 이제 이러한 캐치프레이즈는 오늘날의 '사회분위기'를 반영하
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있는 것이다. '늙고 병들어도, 또 수입이 없어도, 돈 걱정없는
편안한 노후를 살기 위해서'... 즉 오늘날의 사회는 미래의 늙음을 위해서 젊은 날에 미리 준비하
자는 식의 사고방식이 널리 퍼져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인식으로 인해서 오늘날의 많
은 사람들은 그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너무나도 많은것을 양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젊
어서 일하고 늙어서 누린다는 사회적 인식에 편승하여 '아프니까 청춘이다' 와 같은 주장에 달라
붙어, 인내하고 또 인내하는 젊은이들의 고행을 보면서, 문득 나조차도 그러한 사회분위기에 휩
쓸린 많은 사람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심 착잡한 느낌을 받는다.
사실 늙으면 할 수 있는 일이 그만큼 줄어든다. 게다가 그들이 무언가를 위해서 즐기려고 하
면, "늙어서 추책이다." 라면서 껄끄러운 시선을 보내는 것이 또 오늘날의 사회이기도 하다. 때
문에 과거 70대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다룬 (심지어 배드씬까지 등장) 영화가 등장했을때,
많은 사람들은 그 영화가 보여주는 메시지나 예술성을 이해하기 이전에 본능적으로 느끼는 혐오
감과 거부감을 표시한 것도 보면, 그러한 '사회의 현실'을 보다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도 있
겠다.
물론 그러한 혐오의 법칙은 비단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촌 전세계에 걸친 기본
적인 인식이다. 때문에 일본에서 지어진 이 소설의 내용 또한 어떠한 시각에서 보면, 그러한
늙음에 대한 주책? 에 대한 유쾌한 해석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또 다른 의미로 늙어서도
청춘을 누릴 수 있다는 인생의 미학을 논하는 내용이라 느낄수도 있는 여지가 있다.
실제로 소설에 등장하는 3명의 주인공들은 이미 50대가 넘은 다 늙은 아줌마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작은 골목의 반찬가게를 하면서, 늙음으로서 생기는 우아함이라던가 연륜이라는 단어
와는 조금 동 떨어진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면서, 소설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늙어서도
저렇게 유쾌하게 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품게 하는데, 물론 그들은 이미 가족을 한번 이루
었던 과거를 가지고 있고, 또 누군가에게 이미 요리를 만들어준 추억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기
에, 그들이 가게에서 만들어가는 반찬 하나하나는 곧 그녀들의 기쁨과 아픔을 동시에 느끼게 해
주는 기억의 아이콘의 역활을 수행한다.
그녀들은 이미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살았다. 때문에 그녀들은 가족을 이루어 보았고, 사랑
하는 누구를 떠나보내기도 하였으며, 그로 인한 이별과 고독이라는 세상의 쓴맛에 대하여 이미
내성이 생길정도로 인생의 요지경을 살아온 베테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
고 그들은 아직 청춘을 꿈꾼다. 실제로 그녀들은 소설 속에서 스스럼없이 섹스와 성에 대한
농담을 입에 담고, 또 크게 웃으며 깔깔거리는 아줌마의 모습과 동시에, 반찬가게에 쌀을 배달
하러 찾아오는 20대의 젊은 청년에게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친절하고 조숙한 소녀의 모습을 보
여주면서, 그녀들은 결국 사람은 그 필요에 따라 2중적인 변화무쌍함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
는 인생의 노련함을 대표함은 물론, 그 나이가 되어서도 사랑의 감정을 품을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증거물로서의 지위를 누린다.
그렇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늙어서도 사람은 친구를 원하고, 사랑을 원하고 즐거움을 원
한다. 그들도 젊은이 못지 않은 욕망과 쾌락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들이 여느 젊은
이들과 다른점이 있다면 그들은 젊은날의 추억과 기억을 지침삼아 어느것은 웃으면서 넘어가
고, 또 어떤것은 얼굴에 철판을 깔면서 까지 얻어내는 인생의 연륜을 가지고 있다는 것 뿐이다.
과연 어째서 우리들은 젊고 아름다운 시절에 느끼는 사랑만이 순수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만약
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16살이 아닌 50살에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면 과연 우리들은 그들의 사랑
을 어떠한 시선으로 보고 느끼게 될까? 이 책은 의외로 그러한 '나이듦의 미학'에 대한 이야기
가 자주 등장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상식의 반전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