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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 : 전진하는 진실 ㅣ 위대한 생각 시리즈 2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4월
평점 :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정의와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라고 주장하지만, 의외로 기나긴
역사속에서 그러한 가치관은 여러 다른 가치관에 의해서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어 왔다. 특히 인간들이 스스로 만든 '국가'라는 개념이 그러한 정의의 개념을 파괴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변명거리가 되어 왔는데, 이른바 '국가의 위신' 이라는 개념은 지금도 국가와 국가, 국가와 개
인이라는 광범위한 갈등을 만들어내는 존재로 남아있다.
예전의 왕조국가에서 지금의 민주제의 국가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동안 많은 가치관들이 바뀌
어 왔다. 그러나 그러한 와중에서도 개인보다 공동체를 위한다. 라는 국가관만은 그리 큰 변화
가 없이 지금까지 내려오는 전통적 가치관 중 하나로서,예나 지금이나 많은 국가들이 그러한 개
념을 '애국' '호국' 이라는 단어로 포장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따르고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교육해오고 있는데, 그 결과 실제로 한반도에서는 그러한 가르침을 바탕으로 삼아 타국의 침략
이나 지배, 그리고 국가 내부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가주의 공동체주의는 예상 의외의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
고 있기도 하다. 바로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 개인이 희생되어도 좋다' 는 지배집단의 이데올
로기 등이 바로 그것인데, 자...과연 그러한 개념이 국가에 있어서 어떠한 재난으로 다가오는가?
한번 1894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드레퓌스 사건을 통해서 그 실체를 파해쳐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드레퓌스 사건은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국가가 자신의 체면을 위해서 개인의 인권과 권리
를 침해한 사건' 이라 할 수 있다. 1894년 프랑스 정부는 적국 독일에 군사정보를 팔았다는
죄목으로 당시 포병장교였던 드레퓌스 대위를 체포했다. 그 체포를 시작으로 프랑스의 권위있
는 언론들은 군부의 신속한 대응과 조치를 칭찬했고, 대중들은 국가 반란자를 체포했다는 언론
의 제보에 고양되어, 트레퓌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국가에 요구하며 스스로 민족주의로 단결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 뿐인가, 민족반역자 드레퓌스가 유대인인 덕분에 카톨릭교회는
유대인을 효과적으로 공격해 세력을 확장할 기회를 얻었고, 프랑스 정부 역시 모처럼의 결속력
을 보여주는 국민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독일제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 대한 법안과 같은 여러
가지 의제를 신속하게 처리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 정부는 뜻밖의 복병을 만난다. 바로 트레퓌스 대위를 스파이
로 처벌하기에는 그 증거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실제로 그는 무죄였다) 는 것이였다.
일반적으로 보자면 사법적으로 트레퓌스는 석방되어야 마땅했다. 그리고 언론은 기사를 정정
하고, 군부는 다시 수사를 시작해 진짜 반역자를 체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러
나 군부는 '군대의 사기' '국가의 체면' '만약 사실이 드러나면 (적국)독일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
다는 불안감' 이라는 자신들의 이유를 들어, 결국 그를 유죄로 만들어 버린다. 결국 군사법원
은 드레퓌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군부는 증거를 위조했고, 언론에게 압력을 넣었으며, 정치
계의 협조?를 요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단 한 사람만 희생하면, 모두가 행복하다. 그러한 대의명분에 의해서 결국 군부, 정치계, 언
론은 하나로 단결 하고야 만다. 물론 '정의' '진실'을 위해서 이에 저항한 사람들도 있었다. 양
심적인 정치가, 군인, 언론인, 학자... 이 모두가 드레뷔스의 무죄를 주장하고, 한 순간의 이
익을 위해서 정의를 져버린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며, 국가적 차원에서의 반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민족 . 국가의 단결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적국(독일)의 이익을 가져다 주
는 반 국가적 혼란을 가져오는 무리들로 규정되어 국가차원에서의 탄압을 받는다.
물론 이 책의 주제인 문학가 '에밀 졸라' 또한 그러한 탄압을 받은 인물 중 하나이다. 그는 개
인적으로 드레퓌스를 알지도 못했고, 정치적인 욕심도 없는 단순한 작가에 불과했으나, 신문에 '
나는 고발한다' 라는 제목의 기고를 올리며, 당시 프랑스가 저지르고있는 잘못에 대한 반성을 촉
구한다. 때문에 그는 결국 지위, 재산 모두를 잃어버린다. 국가는 군부와 정부를 비방한 졸
라에게 '명예 회손'의 이유를 들어 엄청난 벌금을 물리고, 심지어 은근한 협박을 일삼았던 것
이다. "철가면을 기억하라" 이는 분명히 저항하는 자는 그 누구라도 매장 할 수 있다는 권력
자의 자신감의 표현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졸라는 끝까지 저항한다. 수 많은 법정공방, 국가의 방해, 언론의 소심함 그 모든 방해
물을 뛰어넘으며, 그는 민중, 학생, 대통령, 정부에 이르는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를 끝임 없이 적어 올렸던 것이다.
자유. 평등. 박애 라는 유럽 최고의 가치관을 가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 이름을 더
럽히는 모습을 보이는 프랑스의 오늘을 보면서, 졸라는 그야말로 눈을 뜨라! 라는 격려와 질타
의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리고 그 질타는 의문의 질식사로 그의 목숨이 다하는 그날에 이르기
까지 계속되었으며, 결국 오늘날의 프랑스는 드레퓌스를 포함한 인물들의 명예를 복권하고, 또
보상을 하였음은 물론, 당시의 졸라의 가치를 '범 국가적인 교훈'으로 삼고있다. 오늘날의 프
랑스를 보라, 그들이 너무나도 '개인주의'에 물들어 있다고 생각하는가? 내 생각에는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가지는 사고방식이야 말로. 진정 건강한 민주시민이 가져야 할 사고방식이라 믿
고있다. '아닌것은 아니다!' 라고 할 수 있는 민중을 기르는것, 그리고 그것을 수용 할 수 있는
정부야 말로 진정 세상에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