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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 개정증보판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살아보자.
오직 나 자신을 위해서만 삶을 낭비해 보자. (p.24)
여행을 좋아한다. 언젠가 떠나고 싶다. 멀리...아주 오랫동안.
여행 에세이를 쓰는 작가들처럼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것도, 여행하면서 일까지 일석이조의 일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을 가면 '나만 위해서 여행을 한다'는 생각으로 여행에만 집중한다.
오직 나 자신을 위해서 내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다.
여행에세이는 사진도 볼 수 있지만 여행을 한 사람의 마음까지 읽을 수 있다.
어떤 마음으로 여행을 했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런 감정이 남의 마음을 훔쳐보는 느낌이 아니라,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 잠시 서로의 이야기 나누는 듯한 느낌이다. 전혀 모르는 사이지만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동질감이라고 할까.
저자의 이야기에서 처음으로 공감했던 이야기가 있다.
바로 '엽서'였다. 지인이 보냈다고 하는 엽서 한통. 내용은 간단했다.
봄이 오는 꽃 소식에 술 한잔 하자는 듯한 내용. 가까운 사이에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정감이 있었다.
요즘은 엽서가 아니, 우표 한장 값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손에 들려있는 휴대폰으로 문자를 하거나 메일을 이용하기에 엽서의 낭만은 사라진지 오래다.
여행을 가면, 특히 외국을 가면 지인들에게 꼭 엽서를 보낸다.
'이곳에 있다. 너무 좋다. 너도 와 봐'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적어 보낸다.
일종의 기념이다 약올림이다. 외국을 나가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니 외국의 엽서라도 기념으로 가지고 있어라. 그리고 일상에서 열심히 일해서 휴식을 즐길 수 있게 되면 외국의 좋은 것들을 직접 눈으로 체험하라고 자극하는 것이다. 매번 그렇게 해왔다. 하지만 내 엽서를 받은 지인들 중에 외국 여행을 간 이는 2명 뿐이다. 여행에 대한 자극은 나만 받는 것 같다. 다음 여행에서는 나 자신에게도 엽서를 써봐야겠다. 여행에서 돌아와 여행향수병에 걸렸을 때 읽어보게.
여행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진이다. 여행에세이에 사진이 없다면 그건 여행을 다녀온 것일까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첫 해외여행 때는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때라 그때의 사진은 남아있지 않다. 그 뒤에 떠난 여행에서는 카메라를 가지고 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진을 찍으려고만 했다. 주변을 구경하거나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로 '남는 건 사진 뿐이다'라는 말이 내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 그랬나 보다.
지금은 찍은 사진은 카메라에 담겨 있으니 금방 잊어버린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하지만 사진을 찍으려고 물색했던 장소는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사진은 볼 때만 그때의 장면이 떠오른다. 하지만 기억속에 찍은 장면은 사진이 없어도 친구랑 또는 지인과 이야기 속에서 떠오르기도 한다. 사진을 찍으려고만 하지 말고 마음으로 풍경을 찍어와야겠다.
두통이 사라졌나 싶더니 가슴에 통증이 생긴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크건 작건, 통증을 지닌 채 살아왔던 것 같다.
무릎이 아팠고 발바닥이 아팠고 어깨가, 목이, 허리가 아팠다.
통증은 늘 내 몸에 머물러 있었다. (p.161)
두번째 눈길이 간 문장이다. '아팠다' 여행중에 아프면 정말 고생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랜 여행을 한 적이 있지만 아파 본 적은 없다. 지금으론 천만 다행인것 같다.
집 떠나 아프면 고생이다. 매년 한번씩 앓고 지나가는 감기도 앓지 않았다. 머리에 두통도 없었고 가끔하는 배앓이도 없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여행을 하면서 고민도 하고, 계획된 일정대로 되지 않아 머리 아프게 스트레스도 받고, 혹시나 길을 잃을까봐 매순간 긴장했는데 몸은 아프지 않았다.
기분 좋은 고민과 스트레스였나 보다.
여행은 그런가 보다. 그래서 또 떠나고 또 떠나고 싶게 만드나 보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봐. 기꺼이 혼자가 되어봐.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길을 걷고 (p.170)
여행은 혼자 가야 한다. 돌아오는 것도 혼자여야 한다.
혼자서 움직이는 여행이야 말로 최고의 여행담이 있는 여행이다.
낯선 곳에서 혼자 있어봐야 나 자신에 대한 생각,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여행에 사색이야 말로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하지만 무리지어 가면 사색이나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 되어버린다.
나 자시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여행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