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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 - 재생산을 둘러싼 감정의 정치사 ㅣ Philos Feminism 8
에리카 밀러 지음, 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평점 :
우리나라 여성이 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지게 된 것은 1948년이 처음이었고 전세계적으론 1800년대 후반이라고 한다. 그렇게 보면 여성은 자신의 의지로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게 된 것은 겨우 100여년 남짓이다. 이렇게 인류 역사상 여성은 오롯이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고, 선택할 수 있게 된 것도 얼마되지 않았다. 물론 아직도 많은 문제에 있어 여성은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하지 못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그렇지만 이제 여성도 '자기결정권'을 가져야 하고, 현실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얼마전 우리 사회에 큰 화제가 되었던 '낙태죄 폐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오랜 유교 국가에서 '낙태'는 금기시 되는 일이다. 생명의 탄생은 오직 부부와 가정안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유교에서 낙태를 해야 하는 태아 탄생은 대부분 그런 가정의 테두리에서 탄생한 생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임신이 축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 임신에 여성은 자신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을까? '자기결정권'이 없는 여성에게 임신은 무조건 생명으로 잉태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법은 바뀌었다. '낙태죄'가 폐지되면서 여성에게 임신과 낙태에 자기결정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낙태죄 이전의 법은 임신한 여자에게 임신의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었다. 여성의 낙태는 법을 어긴 행위로 징역이나 벌금을 받게 되지만 임신은 여성 혼자힘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왜 한쪽만 벌을 받아야 하는가? 왜 죄인으로 살아야 할까?


<임신중지>는 우리나라 현실의 모습이 아니라 서양의 현실을 보여준다. 서양의 여성들은 얼마나 많은 선택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가질지 궁금했다. 이미 유럽이나 아메리카에서는 여성의 지위가 높고 자기결정권도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라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낙태죄'가 없을까?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임시중지' 운동이라 불리는 이것은 1970년대부터 전환기를 맞이하기 시작했고 '양심의 자유'로 표현되기도 했다. 서양에서도 절박한 상황에서 하게 된 임신에서 '임신중지'의 선택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의 상황과 선택을 하찮게 여기거나 사소하게 치부해서는 안된다. 가난한 경제적인 환경과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남편 사이에서 임신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그런 여성은 아이가 잠재적인 극심한 가난이나 '미혼모'라는 사회, 경제적 지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 있다.
모든 여성에게 '임신'은 행복한 선택이어야 한다. 임신중지에 대해 많은 이들은 '모성애'를 강조한다. 모성애를 가진 여성은 임신중지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의식을 심어주려 한다. 하지만 모든 여성이 모성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며, 진정한 모성애는 행복한 임신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임신중지>는 서양의 여성과 권리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나라의 현실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점점 좁아지고 있는 글로벌 시대에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인가를 주장하고 싶다면 그만큼 많이 알고 있어야 주장하고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가지게 된다. <임신중지>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세상과 현실, 자신의 생각을 설득하고 싶다면 되도록 많이 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