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참 좋았다, 그치 - 사랑이 끝난 후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
이지은 지음, 이이영 그림 / 시드앤피드 / 2019년 8월
평점 :
사랑이 끝난 후 이별을 실감하게 될 때는 음악을 들을 때라고 한다. 전엔 전혀 생각없이 불렀던 이별 노래의 가사가 모두 내 이야기같다고 한다. 그래서 이별을 하고 나면 음악을 전혀 듣지 않는다. 이별을 선택했으니 최대한 빨리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다른 뭔가에 집중하는 편이다.
<참 좋았다, 그치>에서는 사랑할 때는 몰랐던 것들, 이별하고 난 뒤 알게 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시차'라는 글을 읽으니 이별 후 여전히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랑했던 연인이 권태감을 느끼고 점점 서로에게서 마음이 멀어지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연애에서의 권태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날 때 하는 가장 보편적인 변명처럼 보인다. 사랑이 남아 있는 상대에겐 큰 상처가 된다. 할 수 없이 이별을 선택하고 지난 사랑을 돌이켜보며 떠난 연인을 생각하며 슬픔에 눈물 흘리고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사랑이었는지하는 물음을 던지며 사랑했던 순간마저도 부정하게 한다. 사랑의 흔한 결말이다. 이별은 신조차 도와줄 수 없는 변덕이라고 하니 더이상 마음이 떠난 연인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어떤 '마음이 든다'는 표현이 생겨난 까닭이 마음이 들고 나는 것이기 때문이라면
든 마음이 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가.' (p.69)
사랑이 마음에 들고 나는 것도 자신의 의지대로,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 들어올 때는 누구도 모르게 들어왔다고 해도 나갈 때는 그렇게 쉽게 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나가게 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시간이 약이라고 하지만 그 약이 모두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음에 쉽게 들어오고 쉽게 나갈 수 있는 것이 사랑일까 싶기도 하지만 들어왔으면 나가야 할 때는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았으면 한다.
<참 좋았다, 그치>는 제목에서처럼 이별을 한 후 사랑했던 그 시간이 연인과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는 것을 함축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이별 후 비로소 알게 된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뜨거웠던 사랑이 식고 차가워진 마음을 냉정하게 도려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미련인지 추억인지 계속 붙잡고 있기도 한다. 이별을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듯하지만 금방 추억에 잠기고 만다. 이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해야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