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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 피해자 없는 범죄, 성폭력 수사 관행 고발 보고서
T. 크리스천 밀러.켄 암스트롱 지음, 노지양 옮김 / 반비 / 2019년 8월
평점 :
이 이야기를 '불편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엄연한 '범죄'로 유일하게 피해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말할 수 없는 범죄이다.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은 성폭력 수사에서 있었던 일을 쓴 책으로 강간 범죄는 나라, 인종, 문화를 떠나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안겨주고 불행하게 만든다.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에서 법과 정의, 사회적 도덕심과 같은 단어를 믿는다는 것이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대학원생 앰버는 겨울방학이 되자 룸메이트는 집으로 갔고 혼자 아파트에 남아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내다 아침에 잠이 들었는데 어떤 소리에 깨어보니 검은색 마스크를 쓴 남자가 앰버의 방에 있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앰버는 헤치지만 말아달라고 했고 남자는 수차례 강간을 했다. 그리고는 앰버의 사진을 찍고 떠났다. 강간범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앰버는 강간범에 대한 몇가지 정보를 알아냈다. 3개 국어를 구사라고 세계 각지를 다녔고 대학도 다녀 돈이 필요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앰버와 비슷하게 강간을 하고 사진을 찍고 샤워를 하게 해 강간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 사건이 여럿 있었다. 세라 역시 새벽 3시 반에 자신을 누르는 무게에 눈을 뜨니 남자가 누르고 있었다. 남자는 세라를 강간한 후 샤워를 하게하고 물건을 훔쳐갔다. 기숙사 사감으로 일하고 있는 도리스는 65세의 여성으로 자신의 집에서 강강당했다. 도리스의 증언으로 남자는 친절하고 젠틀하다고 표현했다. 남자는 평범한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랐으며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고 '충동'으로 이같은 범죄를 멈출 수 없다고 했다. 범인은 몇차례 강간을 하고 피해자들과 대화도 했다고 한다. 정상적인 남자였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더욱 경악할 것은 강간범이 피해자들의 아파트와 같이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낮시간이나 모두 자고 있을 새벽에 침입해 강간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단지 창문이 열려 있었다는 이유로 집안에 침입해 강간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에서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 피해자들이 안정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진 것이다. 이들의 정신적 충격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에서는 수사관들이 이 연쇄 강간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증언과 증거로 범인 찾기는 쉽지 않았다. 남자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 인종도 제대로 알 수 없었고 범인은 체액이나 DNA가 남아 있지 않아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범행이 계속되면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고 범인들은 자신만이 가진 범죄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결국 범인은 잡혔고 전과기록도 없고 교통 위반도 없던 군인 출신이었다. 이런 범인을 찾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동안 피해자들이 받았을 고통은 아무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는 수사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소설이 아닌 실제 범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