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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그 사람
웬디 미첼.아나 와튼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0월
평점 :
나이가 들면서 가장 공포스럽고 무서운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아마 '죽음'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의 수명을 다해서 자연스럽게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몸이 아파 고통이나 아픔을 느끼며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은 주인공의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읽을 수 있는데 우선 자신의 몸이 이상하고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자기 스스로가 제일 먼저 느끼게 된다. 처음 증상을 발견했을 때는 일상에서 반복되던 일이었다. 매일 조깅을 하던 길에서 넘어졌고 바닥에 얼굴이 부딪혀 피가 튀었다. 주치의를 찾았지만 크게 걱정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건망증도 계속되고 넘어지는 사고가 연달아 세 차례나 일어난 뒤 심각하다는 것은 인지한다.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니 싱글맘으로 두 딸을 키웠고 직장도 다니며 두 딸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키웠다. 얼마나 치열하고 힘든 삶이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런데 그런 힘든 삶을 살았는데 이제는 일상의 작은 일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게 된다. 매일 책상에 앉아 전화받는 업무를 주로 하지만 전화를 받고 상대방과 대화를 하는 것도 어렵게 된다. 운전을 하면서도 좌회전을 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일상적인 일도 힘겨워진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의 주인공 '웬디 미첼'은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전 남편과 아이들이 어렸을 때 헤어지고 아이들을 위해 최대한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다. 그리고 매년 방학 때마다 아이들을 아빠에게 보내면서도 딸 둘을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지금의 시간을 맞았다. 하지만 자신도 느낄 수 있을만큼 점점 치매의 정도가 심해지고 딸들과 자신의 상태를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한다. 그러면서 웬디는 점점 자신의 과거 기억이 사진으로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시점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 웬디는 자신의 잃어가는 기억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누구나 소중한 것을, 감성적으로 가치 있는 물건을 잃어버린 기분을 기억한다. 나이 많은 사람이라면 살면서 여러 번 겪는 일이고, 어린아이라면 가장 속상한 경험일 것이다.' (p.155)
자신이 살아온 시간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공허하게 만들고 기억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과거의 시간은 추억이고 자신이 살아온 시간들을 기록한 것이기도 한데 그런 것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자신이 사라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웬디는 치매 환자들은 서로가 서로의 증상이나 심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고 한다. 웬디가 자신의 병에 대해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듯보인다. 어쩌면 당황스럽고 정신적인 충격으로 삶의 의욕을 잃을 수도 있지만 평소 치매 환자들을 본 경험이 있어 자신의 치매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