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아래 글의 출처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butterflyarc님의 이미지


[윤이형 '쿤의 여행'https://v.daum.net/v/20131107204514119?f=o 실천문학 2013년 가을호 발표작이다.





윤이형의 「쿤의 여행」에서 등장인물들은 ‘쿤’이라는 존재에 업혀(붙어) 살아간다. 그것이 나 대신 살아가는 셈이니 편리하다고 여기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도 한다. 읽다보면 어쩔 수 없이 ‘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자기 삶의 주체가 되기를 원하지 않으며 세상의 본질적인 영역과 대면하려고도 하지 않는, 즉 어른이 되기를 스스로 유예한 커쿤(cocoon, 누에고치)으로서의 인간. 특수하게는, 1976년생인 작가가 ‘386세대’와 ‘88만원 세대’ 사이에 끼어 있는 자기 세대의 어떤 특수한 결함에 대해 성찰하는 소설로 읽히고, 보편적으로는, 어느 시대 어느 누구건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은 지난한 것임을 말하고 있는 소설로도 읽힌다. 몇 가지 이유로 놀라운 소설이지만, 이 소설을 윤이형이 썼다는 사실은 별로 놀랍지 않다. - 신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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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2-06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신뢰하는 신형철 님이 과찬해 주셨네요.^^

서곡 2025-02-06 13:15   좋아요 1 | URL
신형철 평론가가 윤이형 작가와 동갑이고 또 같은 해에 등단했더라고요 (공개적인 글에서 스스로 밝혔습니다) 그래서인지 윤 작가의 작품을 읽고 동질감과 우애 같은 감정을 느끼는 듯합니다
 


Jellyfish at the Fort Fisher Aquarium in Fort Fisher State Recreation Area, NC.(2021) By DiscoA340






저 자신을 돌아보니, 사십대 정도 되면 제가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경험치, 안정감, 여유, 세상에 대한 지식, 감정적 강인함, 자신감, 물질적 자원, 자신을 돌보는 노하우 같은 것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고, 여전히 십대 중반에서 이십대 중반에 느꼈던 정서, 그러니까 불안함, 공허함, 내가 해파리처럼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다는 느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 같은 것들이 더 많은 거예요. 저 자신이 단단하게 느껴지지 않고 물렁물렁한 덩어리처럼 느껴졌어요. 아직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감각. 그래서 많이 배우고 싶다는 다짐.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 긍정적이지만, 이런 건 이십대에 하는 생각이잖아요. 초심자의 마음. 그런데 저는 이십 년 동안 계속 거기에 머물러 있었던 거예요. 밖에서 보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경험치가 쌓이지 않았어요. 그렇다는 자각이 드니까 어느 순간 너무 무서웠어요. - 윤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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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되어 중고로 산 이자크 디네센 소설집 '일곱 개의 고딕 이야기'를 한참 잊고 지내다가 이 책에 실린 '꿈꾸는 사람들'이 '인간의 조건'(한나 아렌트)에 인용된 걸 보고 읽기 시작했었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 '인간의 조건' 제5장 행위 중 '29.호모 파베르와 현상공간'에 인용된 대목을 드디어 만났다. https://blog.aladin.co.kr/790598133/15237233 참고.

The Lion's Cage, 1762 - Pietro Longhi - WikiArt.org


cf. 아렌트는 아래 옮긴 세 문장 중 앞의 두 문장만 인용했고 사자가 있는 마지막 문장은 인용하지 않았다.





높은 사람의 집에서 일하는 의사와 과자 굽는 자와 하인들은 그네들이 한 일, 심지어 하려고 한 일로 평가받소. 하지만 높은 사람은 그의 신분으로 평가되오. 우리에 갇힌 사자는 배고픔보다 수치심에 더 괴로워한다지요. - 꿈꾸는 사람들
- P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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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2-06 0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렌트 😌

서곡 2025-02-06 12:05   좋아요 1 | URL
이 참에 인간의 조건에 (재)도전할까 하다가...ㅋㅋㅋ 새 달 2월 잘 보내시길요!!!
 


《런던탑의 에드워드 5세와 요크공》1830 By 폴 들라로슈


정치적 제물이 된 에드워드 5세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63XX12600040





이 단편은 사실처럼 죽죽 내려썼지만 실은 그 태반이 상상의 산물이므로 읽는 이는 그런 마음으로 읽기를 바란다. 탑의 역사에 관해서는 희곡적으로 재미있을 듯한 사건만 골라 삽입했으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군데군데 부자연스러운 흔적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가운데 엘리자베스(에드워드4세의 왕비)가 유폐 중인 두 왕자를 만나러 오는 장면과 두 왕자를 죽인 자객의 술회 장면은 셰익스피어의 역사극 <리처드3세> 속에도 있다. 셰익스피어는 클라렌스 공작이 탑 속에서 살해당하는 장면을 그릴 때는 정공법을 이용,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왕자를 교살하는 장면을 그릴 때는 암시적 수법을 이용, 자객의 말을 빌려 이면에서 그 모양을 묘사하고 있다. 일찍이 이 희곡을 읽었을 때 그 점을 제일 재미있게 생각했으므로 그 취향을 그대로 이용해보았다. 그러나 대화의 내용, 주위의 광경 등은 물론 내 공상으로 셰익스피어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 런던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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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이 알려준 재작년 오늘의 독서로부터. 나쓰메 소세키의 단편 '런던탑'(을유문화사)이 아래 글의 출처로서 런던탑에 갇힌 어린 왕자들을 보려고 어머니가 찾아온 장면이다.

 

《1483년 런던탑의 두 왕자 에드워드와 리처드》1878년 By 존 에버렛 밀레이 - Royal Holloway Art & Culture


'런던탑'은 문예출판사판 '도련님'(나쓰메 소세키)에도 실려 있다.





홀연히 무대가 빙빙 돈다. 탑 문 앞에 여자가 홀로 검은 상복을 입고 꿈인 양 서 있다. 얼굴은 창백하고 까칠하게 여위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기품이 넘치는 부인이다. 이윽고 자물쇠 따는 소리가 들리고 끼익, 하고 문짝이 무겁게 열리자 안에서 사내가 하나 나와 부인 앞에 공손히 절을 한다.

"만나는 걸 허락받았는가?" 하고 여자가 묻는다.

"아니옵니다." 측은하다는 듯 사내가 대답한다. "만나게 해드리고 싶어도 국법이 추상같사오니 체념해 주시옵소서. 제 힘이 못 닿음을 용서해주소서." 그리고는 갑자기 입을 한일자로 굳게 다문 채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호 안쪽에서 농병아리 한마리가 훌쩍 튀어오른다.

여자가 목덜미의 금목걸이를 풀어 사내에게 건네며, "그저 한순간 얼핏만 보아도 한이 없겠네. 내 이 소망을 그대는 들어주지 않으려나." 하고 간절히 청을 넣는다.

사내는 목걸이를 손가락 끝에 감고 생각에 잠기는 눈치다. 농병아리가 휙 물 속에 잠긴다. 잠시 후 사내가, "옥지기는 옥의 법을 부수지 못하옵니다. 왕자님들은 별 탈 없이 있사오니 그리 아시고 돌아가 주시옵소서." 하며 금목걸이를 되돌려준다. 여자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돌위에 떨어진 목걸이가 쨍 날카롭게 운다.

"도저히 못 만난다는 얘긴가?" 여자가 묻는다.

"황송하오나." 문지기가 단언한다.

"검은 탑 그림자, 단단한 탑벽, 인정 없는 탑지기." 여자가 중얼거리며 하염없이 운다. - 런던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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