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식탁 위의 책들 -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종이 위의 음식들'(정은지)로부터 옮긴다.

작년 2월의 내 밀크티 사진이다. 오늘은 올해 2월의 마지막 일요일, 곧 3월이다.






나는 매일 아침 직접 홍차를 끓인다. 찻주전자와 머그를 정성껏 데우고 물이 팔팔 끓을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행여 식을세라 찻주전자에 재빨리 물을 붓고 머그에는 우유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듬뿍 넣는다. 다 우려진 차를 따르기 시작하면 우유는 점점 진해진다. 언제 멈춰야 할지 처음에는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따끈한, 하지만 너무 뜨겁지는 않은 밀크티가 서서히 온몸으로 퍼져나가면 나는 일상을 이어갈 작은 용기를 얻는다. 비록 설탕은 넣지 않았을지언정 그것은 틀림없이 노동자의 홍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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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집'(배수아 역)에 실린 '눈의 여왕'으로부터 옮긴다. 게르다의 입김이 천사로 변하여 눈의 여왕을 호위하는 눈송이와 싸우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Snow Queen - Kay Nielsen - WikiArt.org



참으로 괴상한 형체인 이 눈송이들은 여왕의 호위병들이었다. 어떤 것들은 거대한 고슴도치처럼 생겼고 어떤 것들은 대가리를 쳐든 뱀들이 한데 엉켜 있는 것처럼 보였으며, 어떤 것들은 흰색으로 반짝이는 털한 올 한 올을 모두 빳빳이 세운 작은 곰 같았다. 그것들은 전부 살아 있었다.

매서운 추위 때문에 게르다의 입에서는 증기처럼 새하얀 입김이 새어 나왔다. 점점 진하게 피어오른 입김은 작고 하얀 천사들로 변했다. 그러고는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는 땅바닥에 닿을 정도가 되었다. 천사들은 머리에는 투구를 썼고 손에는 창과 방패를 들고 있었다.

천사들이 창을 들어 소름 끼치는 눈송이들을 찌르자 눈송이는 수백 개의 얼음 조각으로 쪼개졌다. 그 덕분에 게르다는 용기를 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천사들이 게르다의 손과 발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피부를 칼로 저미는 듯 매섭던 추위가 한결 누그러졌다. 게르다는 눈의 여왕이 있는 성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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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오늘의 포스트로부터: 무민 가족은 휴양지 리비에라에 놀러간다. 무민파파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하는 후작과 만나 친해진다.

Moomin on the Riviera, 1955 - Tove Jansson - WikiArt.org


영화 '무민 더 무비' 원작이 '리비에라에 간 무민 가족'이다.





"우리는 이곳과 맞지 않아요. 모든 게 아주 낯설게 느껴져요. 집에 가고 싶어요."

무민마마가 무민파파에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절친한 후작 양반과 무척 재미있게 지내고 있어요."

무민파파가 대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좋을 대로 해요, 여보. 하지만 어쨌든 나하고 무민은 호텔에서 나와서 우리가 타고 온 낡은 배에서 지내겠어요."

무민마마가 말했습니다.

여러 날이 지난 무민 골짜기에서 스너프킨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짙은 안개 속에서 무엇인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상한데……. 저 멀리 안개 한가운데에서 열대 식물과 똑같이 생긴 게 보여.’

세상에서 무민마마만이 바다에 숲을 만들 생각을 할 것입니다.

무민 가족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스너프킨은 안개를 헤치며 다가오는 배를 마중하러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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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5-02-22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민은 만화를 많이 보진 않았는데, 일러스트를 많이 보아서인지 친근한 느낌이예요.
서곡님,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서곡 2025-02-22 17:47   좋아요 1 | URL
그쵸 무민은 언제 봐도 정겨워요 ㅎ 무민 연작을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오늘 토요일 저녁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박완서 문학앨범 '모든 것에 따뜻함이 숨어 있다' 중 딸 호원숙이 쓴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이 아래 글의 출처이다.

In the Library (also known as Three School Girls), c.1902 - c.1906 - Maurice Prendergast - WikiArt.org






어머니는 어머니 자신이 읽었던 세계 문학 작품을 자식들에게 읽혔다. 모두 전공도 다르고 취미도 달랐지만 방학이 되면 정음사와 을유문화사의 세계 문학 전집을 들고 저마다 방으로 들어갔다. 도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체호프, 고골리, 카프카, 카뮈, 존 스타인벡, 모파상, 하인리히 뵐, 솔제니친 들의 작품들은 우리 집 필독서였고, 어머니는 전에 읽었던 감동을 되살리면서 다시 새로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두꺼운 책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 어렵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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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집에서 맛없는 커피만 마셔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다. 문득 오래 전 콜롬비아 커피를 잘 마신 생각이 나 급기야 콜롬비아에 관한 읽을 거리를 찾았다. '협상의 전략 - 세계를 바꾼 협상의 힘'(김연철) '4부 화해의 기술' 중  '20 제도 안으로 초대하라: 콜롬비아 평화협상'을 읽고 일부 옮긴다.

콜롬비아 우표 1939 By Government of Colombia


콜롬비아 1910 By Hermanos Rodríguez - Museo de Antioquia


콜롬비아의 카페(2024년 7월) By Xemenendura - Own work, CC BY-SA 4.0


콜롬비아 '내전' 재격화…반군 충돌에 "최소 23명 사망" https://v.daum.net/v/20250118031156205 올해 1월 소식이다.





인구는 4,700만 명이지만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다섯 배이고, 원유ㆍ니켈ㆍ구리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며, 꽃과 커피의 세계적인 수출국으로 유명하다. 반면, 콜롬비아는 가장 오랫동안 내전을 겪고 있는 나라다. 19세기에 시작된 내전은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일상은 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정치인은 암살당하고, 기업인은 납치되고, 평범한 사람도 단지 몸을 부딪쳤다고 총을 맞는다. 이런 잔인성은 콜롬비아 내전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정치 폭력의 배후에는 경제적 불평등이 도사리고 있었다. 1931년 콜롬비아 정부의 토지 조사에 따르면, 1823년에서 1931년까지 전체 토지의 4분의 3을 1,000헥타르 이상의 대토지 소유자들이 차지했다. 가족영농을 할 수 있는 규모인 20헥타르 이하 토지 소유자는 단지 1.2%에 불과했다. 이러한 불평등은 1870년 이후 콜롬비아에 커피가 크게 유행하면서 훨씬 심해졌다. 커피농장을 무대로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 본격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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