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로베르트 발저)의 두번째 글이다. 아껴 읽고 싶어진다.

Titlis, Engelberg, Switzerland(20241231) 사진: UnsplashSusan Q Yin


빌케 부인 (Frau Wilke) - UeDeKo





집 주변 소나무와 전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나는 자주 산책을 나갔고 숲의 아름다움, 경이로운 겨울 숲의 고독을 경험하다보면 막 시작된 내 절망도 치유되는 것 같았다. 나무 꼭대기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정하게 나를 향해 속삭이는 목소리가 있었다. "세상이 온통 힘들고 허위이고 악의적이라는 어두운 생각에 빠져 있으면 안 돼. 그럴 때면 우리를 찾아와. 숲은 항상 너를 좋아하니까. 숲과 함께 있으면 기운을 차리고 건강해질 거야. 그래서 다시 더 고귀하고 아름다운 생각을 하게 될 거야."

사회 속으로, 다시 말하자면 세상을 의미하는 곳, 세상의 온갖 것들이 모이고 회동하는 곳으로 나는 두 번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실패한 자였으므로 그런 곳에서는 아무런 볼일이 없었다. - 빌케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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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31 2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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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31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러셀 서양철학사'의 니체 편 독서를 후다닥 마쳤다.

Nietzsche in Ice, or the Birth of Music From the Spirit of Tragedy, 2017 - Alexander Roitburd

Nietzsche in Ice, or the Birth of Music From the Spirit of Tragedy, 2017 - Alexander Roitburd - WikiArt.org





니체는 낭만주의자들을 비판하지만, 그의 사상은 어느 정도 낭만주의자들의 사상에서 비롯된다. 귀족적 무정부주의는 바이런의 사상과 유사하며, 니체가 바이런을 숭배한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니체는 쉽게 조화되기 어려운 두 가지 가치를 결합하려고 한다. 한편으로 냉혹함과 전쟁, 귀족적 자부심을 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철학과 문학, 예술, 특히 음악을 갈망한다. 역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가치는 르네상스 시대에 공존했는데, 볼로냐를 위해 싸우고 미켈란젤로를 고용한 교황 율리우스 2세는 니체가 정부의 통제 임무를 맡길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터다.

니체는 그리스도교의 성인의 자리에 자신이 말한 ‘귀족’ 인간을 세우려고 하는데, 귀족 인간은 결코 보편적 유형의 인간이 아니라 지배 귀족과 같은 부류다. (중략) ‘귀족’ 인간은 본질적으로 힘에의 의지를 구현한 화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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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자가 창조한다'(박경리)로부터 옮긴다. 1984년 글이다.

통영(2015) By Jocelyndurrey * 박경리 작가의 고향이다.


통영 박경리 기념관 https://www.tongyeong.go.kr/pkn.web





고향이란 인간사(人間事)와 풍물과 산천, 삶의 모든 것의 추억이 묻혀 있는 곳이다. 보호를 받고 의지하던 20세 안쪽의 시기, 삶을 위한 투쟁 이전의 서로가 순결하였던 기간의 추억은 보석이다. 그것은 내 인생의 모든 자산이며 30년간 내 문학의 지주(支柱)요, 원천(源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30여 년, 원주(原州)서 5년간 뜨내기 생활을 하며 나는 고향을 찾지 않았다.

얼마 전 어느 분에게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고향에 가면 나는 더욱더 이방인이 될 것이다."

급격하게 변한 세태를 고향 땅에 가서 보고 싶지 않다는 뜻도 있고 20세까지 고향도 나도 수정같이 융화되었으나 40년 가까이 산천도 인심도 변했으려니와 나도 40년의 먼지를 쓴 사람이다. 40년 세월에서 면도날같이 사람을 보게 된 내 불행한 눈에 사물이 어떻게 비칠 것인가. 또 40년이 지나 찾아간 내가 그곳 분들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가.

세월의 도랑을 생각하면 그 생소함을 나는 도저히 견디질 못할 것만 같다.

고향에까지 가서 의식의 의상을 걸친다는 것은 끔찍스럽다. 그립고 사랑했던 곳이기 때문에. - 17. 고향에 가면 더욱더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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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에 불을 붙이려고 성냥을 사려니 파는 곳이 없다. 온라인구매는 가능하네.


'성냥과 버섯구름'(오애리,구정은)이 아래 글의 출처이다.


* Rudolf Christian Böttger https://en.wikipedia.org/wiki/Rudolf_Christian_B%C3%B6ttger

Pixabay로부터 입수된 Aristal Branson님의 이미지


사진: UnsplashAnnie Spratt


cf. 체호프의 추리소설 '안전성냥(The Safety Match)'에서 안전성냥은 주요 단서이다.





1848년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의 화학과 교수 루돌프 크리스티안 뵈트거Rudolf Christian Böttger가 적린을 성냥 머리가 아니라 상자의 마찰면으로 분리한 안전성냥을 발명했다. 성냥을 켜는 순간 마찰면에 바른 적린 성분이 성냥 머리의 염소산칼륨과 결합하면서 마찰열에 의해 불이 붙고, 황의 도움을 받아 불꽃을 내는 원리다. 대다수 성냥의 마찰면이 검붉은색인 이유가 바로 적린을 칠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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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발저 작품집 '산책자'(배수아 역)로부터 옮긴다.

BERN. Christmas Tree. Bundesplatz. Switzerland.(2008) By Николай Максимович



'우리 몫의 후광은 없나 보네 - 세계 크리스마스 단편선'에 '한 편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 로베르트 발저'가 실려 있고, '세상의 끝 - 로베르트 발저 산문.단편선집'(임홍배 역)에도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1878년 스위스 베른 주 비엘의 독일어 사용 가정에서 출생. 가정 형편상 14세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학업을 중단함. 처음에는 배우가 되고 싶어 했으나 하인 학교에 등록했고, 슐레지엔의 성에서 집사로 일하며 겨울을 보냈다. 나중에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며, 1956년 크리스마스 날 눈 속에 얼어붙은 시신으로 쓰러진 것이 어린아이들에게 발견되었다. 산책길에 심장발작이 왔던 것이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언한 듯한 산문 <크리스마스 이야기> 중에서처럼.

"눈으로 덮인 채, 눈 속에 파묻힌 채 온화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자여. 비록 전망은 앙상했지만 그래도 생은 아름답지 않았는가."- 옮긴이의 말

눈이 내리면 내 마음은 행복한 시민계층, 행복한 가장의 심정이 되어버리는구나. 무의식중에 아몬드, 오렌지, 대추야자를 먹으며 크리스마스트리의 전나무 가지가 촛불에 타들어가는 소리를 듣는구나. 온 세상 축제의 향기가 내 앞에서 넘실거리고 나는 기꺼이 한 명의 착실한 남자가 되어버린다. 튼튼하고 강직한 가장이 되어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늑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집으로 돌아갈 용기를 낼 수 있겠는가? 눈으로 덮인 채, 눈 속에 파묻힌 채 온화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자여. 비록 전망은 앙상했지만 그래도 생은 아름답지 않았는가. - 크리스마스 이야기

크리스마스는 특히 아이들에게 가장 신나는 시기이다. 크리스마스트리가 휘황하게 불빛을 발한다. 트리의 촛불이 방 안을 경건하고도 찬란한 광채로 가득 채운다.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는지! 전나무 가지에는 맛난 간식거리가 매달려 있다. 예를 들면 천사 모양 초콜릿, 설탕 바른 소시지, 레컬리3, 은박지에 싼 호두, 새빨간 사과. 트리를 둘러싸고

가족들이 모두 모인다. - 겨울 (3 꿀로 굳혀 만드는 바젤 지방의 전통 비스킷.)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매년 기분이 들뜨는 봄이면 즐거운 봄의 산문을, 가을이면 갈색으로 물든 가을 산문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크리스마스 산문이나 흰 눈이 흩날리는 산문을 써왔다. 이제 앞으로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며 지난 10년간 내가 해왔던 짓은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을 생각이다. - 최후의 산문

나 때문에 아빠는 걱정이 많다. 아빠에게 나는 집안의 걱정거리다. 아빠는 나를 야단칠 수 있고, 그럴 때마다 나는 아빠가 다시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일을 일종의 세련된 의무라고 생각한다. 아빠는 자주 야단을 친다. 아빠는 유머감각이 풍부한 만큼 아주 다혈질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때면 나를 선물더미에 파묻히게 만든다. - 작은 베를린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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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5-12-26 2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우리 몫의 후광은 없나 보네‘ 저자란에 로베르트 발저가 누락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