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803756&cid=51280&categoryId=51354 '나의 수업시대'(이효석)는 1937년 7월 발표작이다.

Portrait of Anton Chekhov, 1903 - Valentin Serov - WikiArt.org







고등보통학교에 들어갔을 때 처음 읽기 시작하고 또 통독한 것이 우연인지 어쩐지 다 제쳐놓고 하필 체홉이었다.

체홉의 작품을 거의 다 통독한 것이 고등 3, 4년급때, 16, 7세경이었으니 무슨 멋으로 그맘때 하필 체홉을 그렇게 즐겨했는지 모른다. 미묘한 작품의 향기나 색조까지를 알았을 리는 만무하고 아마도 개머루 먹듯 하였을 거이나 어떻든 끔찍이도 좋아하여 검은 표지의 그의 작품집과 그의 초상화를 몹시도 아껴 하였다. 좀더 철늦게 그를 공부하였던들 소득이 많았을 것을 잘 읽었든지 못 읽었든지 한번 읽은 것을 재독할 열성은 없어서 지금까지 그를 숙독할 기회를 못 얻은 것은 한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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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서정 작가, 일본이 진주만 공습한 날 '반전소설' 쓰다 https://v.daum.net/v/20161129205801327


이효석의 단편 '풀잎'(1942)은 같은 해의 발표작 '일요일'과 연결되는 내용인 자전적 작품으로서 부인과 사별한 이효석은 당대의 유명 가수 왕수복과 만났다고 한다. 제목 '풀잎'은 월트 휘트먼 시집으로부터 왔다. 이효석은 그해에 별세한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Rosy / Bad Homburg / Germany님의 이미지






"선생님의 소설 대개 다 읽었어요. 제 마음의 세상이 얼마나 넓어졌는지 모르겠어요. 생활감정두 꼭 제 비위에 맞구요. 유례니, 관야니, 미란, 세란, 단주, 일마, 나아자, 운파, 애라─인물들의 모습이 지금 눈앞에 선히 떠올라요."
"그런 변변치 못한 이름들을 기억하지 말구 좀더 고전 속의 중요한 인물들을 알아두는 편이 뜻있지 않을까요."
"중요한 인물들이라는 게 뭐예요. 베아트리체니 헬렌이니 햄릿이니 그레첸이니, 왜 하필 그런 인물들만이 중요한가요. 제게는 어쩐지 일마니 미란이니 운파니 하는 이름들이 더 가깝고 친밀하게 들려오는데요."

"외딴 섬에나 가 살구 싶어요. 이렇게 시끄러울 줄 몰랐어요."
"불유쾌한 세상이구 귀찮은 인심이야.─우리 시나 한 줄 읽을까."

태양이 그대를 버리지 않는 한 나는 그대를 버리지 않겠노라.
파도가 그대를 위해서 춤추기를 거절하고 나뭇잎이 그대를 위해서 속살거리기를 거절하지 않는 동안,
내 노래도 그대를 위해서 춤추고 속살거리기를 거절하지 않겠노라.
나는 그대에게 한 가지 약속을 하노라─그대가 나를 만났기에 적당한 준비를 하기를 나는 요구하노라.
내가 올 때까지 성한 사람 되어 있기를 요구하노라.

그때까지 그대가 나를 잊지 않도록 나는 뜻 깊은 눈초리로 그대에게 인사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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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 정리를 하면서 책과 음반 등을 꽤 추려냈다. 이상하게도(?!) 책보다 음반을 덜 버렸다. 독서보다 음악을 더 좋아하는 게 아니라 책보다 음반을 덜 샀기 때문일 것이다. 달리 말해 음반은 더 신중하게 샀다는 뜻일까.


'아무튼, 레코드'(성진환)로부터 옮긴다. 음악하는 저자는 음반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재즈 시디 얘기를 하다 보니 문득 독일의 재즈 레이블 ‘ECM’이 생각난다. 바이닐과 카세트도 꽤 가지고 있지만 그 레이블의 시디들이 나는 참 좋다. 모두 비슷한 아름다움을 지닌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부클릿과 알판을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ECM 음반들은 항상 첫 시작 5초 동안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어떤 음악이든 듣기 전에 자세를 잡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설립자이자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Manfred Eicher)의 철학 때문인데, 시디를 재생할 때 그 무음 구간이 특히 설렌다. 정확히 시디가 핑 돌기 시작한 후 숫자가 다섯 번 바뀌는 걸 볼 수 있으니까.

최근에 갑자기 노르웨이 피아니스트 케틸 비에른스타(Ketil Bjørnstad)의 90년대 ECM 발매작 «The Sea»와 «The Sea II» 시디가 매장에 입고됐다. 그의 피아노와 데이비드 달링(David Darling)의 첼로가 함께하는 음악은 못 참지. ‘사장님 나이스’를 외치며 내가 샀다(한두 장씩 들여오는 걸 자꾸만 제가 사서 죄송합니다). 이 시디들을 틀고 5초가 지나면 우리 매장은 서울 마포구 동교동이 아니라 장엄한 북유럽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다. - Interlude 최근에 잘 산 시디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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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에서 한국 여자 최홍은 일본 남자와 사랑에 빠져 그의 집을 열심히 청소하다가 콩깍지가 벗겨지고 자기성찰을 한 후 관계가 어긋난다.

(c .1870-c.1900) - Rijksmuseum By Unknown author - Japanese girls cleaning in a room. Look and Learn (lookandlearn.com)., CC0, 위키미디어커먼즈


https://blog.aladin.co.kr/790598133/16588292 일본 남자의 입장에서 츠지 히토나리가 쓴 권에서 준고는 청소하는 홍이를 구원자로 여긴다.




그는 늘 늦었다. 그의 방은 언제나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숨겨진 동굴을 탐험하는 주근깨투성이 소녀라도 된 것처럼 그의 집 창틀에 끼인 먼지를 닦고 싱크대에 들러붙어 있는 얼룩들을 지웠다. 어떤 날은 그렇게 하다가 문득 창밖을 보았는데 벌써 날이 저물어 있기도 했다.

그즈음 청소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욕실 여기저기는 어수선하고 더러웠다. 옷을 벗으려고 하는데 거울 속으로 머리카락이 땀에 잔뜩 엉겨 붙은 여자가 보였다. 마른하늘에 갑자기 번쩍이는 번개처럼 무엇인가가 나를 쳤다. 나는 말없이 티셔츠를 벗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무엇인가가 다시 한번 나를 내리쳤다. 내 몸을 휘청거리게 할 만큼 강렬한 감정이었다. 다 벗지 못한 티셔츠를 팔에 낀 채로 나는 욕조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누군가가 묻고 있었다.

‘최홍, 너, 여기서, 대체, 뭐 하고 있는 거니?’

순간 세상의 모든 빛이 암전되어 버린 것처럼 아찔해졌다. 그 어둠 속에서 나는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마음 깊은 곳에서 다시 거역할 수 없는 물음이 들려왔다.

‘윤동주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겠다던 너는, 대체,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냐고?’

"아니야, 아빠. 나 독립운동 하려고 그 사람하고 헤어진 거 아니야. 아빠가 혹은 엄마가 결혼하라고 내 등을 밀었더라도 우린 끝났을 거야……. 아빠, 사랑은 어쨌든 끝나는 거잖아. 헤어져도 끝나고 결혼해도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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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9 18: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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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9 21: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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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9 2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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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 수록작 '흰 꽃'(1996)은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의 씨앗이라 할 수 있겠다.

제주(2020년6월) 사진: Unsplashjoongil Lee


cf. 창작과 비평 2024 겨울호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기획_한강의 문학세계' 중 '백지연 / 삶의 본모습을 찾는 ‘목소리’의 여정: 『내 여자의 열매』 『채식주의자』 『노랑무늬영원』 읽기'에 단편 '흰 꽃'이 거론된다.


문학동네 '작별하지 않는다 코멘터리북'에 '코멘터리「흰 꽃」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로'가 실려 있다.





일 미터 사십 센티미터 정도의 키에 하얗게 센 눈썹의 숱이 많고 눈이 부리부리하던 그녀는 "사삼 때 그 사람 총살 맞아 죽고 사 형제를 나 혼자서……"를 시작으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자신의 생애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거의 남자처럼 느껴지는 강인하고 무뚝뚝한 얼굴에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며 "내가, 눈물로 세수함서 살아온 사람"이라고 탄식한 적도 있습니다.

"여기 이 벽이 사삼 때 사람들이 줄줄이 서서 총 맞던 데……" "저 팽나무 밑이 사람들 모아놓았던 데……""하나도 안 변했지, 다 변했다고들 해도…… 오십 년이 지났어도 안 변할 것은 정말로 안 변하는 거야……" - 흰 꽃

소설은 북제주군의 소읍에서 두 달을 지내고 난 뒤 돌아오던 화자가 완도행 페리보트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람들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제주 4·3 사건을 비롯해 거듭 애도되어야 할, 그러나 끝내 애도를 그칠 수 없을 죽음들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어떤 예의 바른 애도도 그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처절하게 겪어내야 할 당사자들에게 미치지 못할 것임을 헤아리듯이, 소설은 죽음을 만들어낸 어떤 사건에 가까이 가 파헤쳐 들어가는 대신, 거듭 무명천을 싸듯 하얀 이미지들을 덮어간다. - 해설 | 빛을 향해 가는 식물의 춤_강지희

흰 꽃 <하이텔 문학관> 1996년 여름 - 수록 작품 발표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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