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nsplashAaron Burden








내게 언어와 지면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와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지금도 계속 그 무게를 생각한다.

지난겨울에 해놓은 메모를 보았다. ‘다른 감정들이 다 사라져버렸다. 이런데 뭘 쓸 수 있을까.’그런데 나는 계속 쓰고 있다.(최은미 작가노트)

썼던 것의 절망 위에서, 또 써야 하기에, 다음 절망의 가능성을 향해 쓰기. 그러니 쓰기는 자기보다 멀리까지, 때로 스스로 버티기 힘든 데까지 가버리는 일이다. 쓰기에 다가가기, 쓰기를 지속하기는 자기를 넘어서는 자기의 강함을 바라보는 일이다.(최은미 해설 백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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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로 검색한 결과 우연히 발견한, 박완서 외에도 다수의 여성 작가들이 참여한 단편집 '저 마누라를 어쩌지?'. 박완서 작가의 '궁합'을 보면, 결혼할 남녀가 동갑인데도 남성은 반말, 여성은 존대말을 쓴다. 옛날은 옛날이다. 표제작 '저 마누라를 어쩌지?'는 '절반의 실패' 이경자 작가가 썼다. '딸아, 너는 절반의 실패도 하지 마라'는 이경자 작가가 오랜 결혼생활을 끝낸 후 딸에게 주는 편지 형식으로 쓴 산문집이다. 


1세대 페미니즘 작가의 소설 30년 만에 복간 - 여성신문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104


인생은 참 이상해. 남의 경험에서 장단점을 배워 내 것으로 써먹으면 좋으련만 그게 잘 안 돼. 아니, 전혀 안 돼. 그냥 내 인생은 생짜로 다시 살면서 상처받고 절망하고 돌아보고 그래.

뿌린 씨앗의 싹이 누렇게 마를 때,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원인을 살펴서 해결하려는 사람도 있다. 삶이 곤경에 처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 시기가 자신의 전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건 성급한 판단이다. 누구에게나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지 않다. 지금의 내가 나의 전부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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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man, 2008 - Lisa Yuskavage - WikiArt.org


Snowman Daruma, 1921 - Nakahara Nantenbo - WikiArt.org







이 소설은 쓸 때보다 마치고 났을 때 찾아온 감정들 때문에 힘들었다. 마지막 장면을 쓰고 났을 때의 느낌이 아직 선명하다. 끔찍했다. (최은미)

열이 이동하고 물이 순환하듯 생은 반복된다. 이제까지는 비극으로, 이제부터도 비극으로. 형이상학적 접근을 요하는 지점이 조금도 없는 이 끝없는 순환에 ‘운명론’이라는 말을 가져다 붙이는 것도 이제는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 황현경- 작은 신의 것들*, 아룬다티 로이, 작은 것들의 신 (작품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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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한 시간
나는 산파의 추출기를 돌리고 있었다,
내게도 꿀은 있다
자그마치 여섯 병이나 있다.
여섯이나 되는 고양이의 눈이 포도주를 넣어두는 지하실에 있다.

창문도 하나 없는 집
이 깊은 어둠 속에서 우리는 겨울을 난다.
전에 살던 사람들이 남기고 간 썩은 잼들
공허한 광채를 담은 병들......
그 누구의 것이라도 좋을 술병들과 함께

이런 방은 처음이다.
차마 숨쉴 수조차 없는 방
그 안에 박쥐처럼 웅크린 한 덩이 어둠,
빛은 없고
호롱불과 그 불빛 아래


https://hellopoetry.com/poem/729/wintering 원문 https://v.daum.net/v/2006011110441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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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Aaron Burden


‘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 들여다보니 http://www.segye.com/newsView/20170420003023?OutUrl=daum (조용호)


「눈으로 만든 사람」 http://moonji.com/monthlynovel/10592/ (김신식)

사진: UnsplashAaron Burden


차이와 억압의 교차성 통찰한 ‘페미니즘 경전’ 시스터 아웃사이더 https://khan.co.kr/culture/book/article/201808172042025





이제 눈사람은 설화의 세계관 속의 강건한 고체성을 지닌 것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에 따라 녹아 흘러내리고 증발하는 유약한 액체성과 기체성을 지닌 것으로 변한다. 이 유연하게 흐르는 새로운 자연관은 폐쇄적인 순환의 굴레에 갇힌 생물학적 세계관을 부수고 들어온다. 그 자리에서 ‘눈으로 만든 사람’이란 제목을 다시 보면, 한때 위협적이었던 누군가의 존재는 맥없이 녹아내리며 세계에서 사라지는 것 같다. - 해설(강지희)

빛과 동시에 존재하는 눈사람을 알고 있고 보이지 않아도 사라진 게 아닌 것들을 알고 있다.

진실들을 이야기하려 할 때마다 다른 여성들을 만나게 되었다는 오드리 로드의 말을 생각했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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