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녀가 마주친다. 브론스키가 본 안나.

Vivien Leigh - Anna Karenina 1948


Greta Garbo - Anna Karenina 1935





그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녀 역시 고개를 돌렸다. 짙은 속눈썹 때문에 검게 보이는 빛나는 잿빛 눈동자가 마치 지인을 알아본 것처럼 그의 얼굴을 호의적으로 잠시 주시하더니, 곧바로 누군가를 찾으려는 듯 다가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로 시선이 옮겨 갔다. 그 짧은 눈길을 통해 브론스끼는 그녀의 얼굴에 아른거리는, 그리고 빛나는 두 눈과 진홍빛 입술을 빙긋이 끌어당기는 희미한 미소에서 감도는 억제된 생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마치 무언가가 그녀의 존재를 가득 채우고 넘쳐흘러서 의지와는 무관하게 시선의 광채나 미소를 통해 발산되는 것만 같았다. - 제1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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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aladin.co.kr/790598133/15784741 올해 박경리 문학상 후보들에 관해 포스팅했었는데 9월에 발표된 수상자는 실비 제르맹이다. 축하합니다! [박경리문학상 수상 실비 제르맹 "나치즘 숨기려는 유럽, 한국과 비슷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02315380005830?did=DA 나는 제르맹의 작품 중 '밤의 책'과 '호박색 밤'만 읽었고 더 읽을지는 아직 미정......










철학박사 실비 제르맹은 레비나스의 제자라고 한다. https://blog.aladin.co.kr/790598133/13988095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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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aladin.co.kr/790598133/15019306 작년 오늘로부터 한 해가 지났는데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아래 글 속 '그'는 레비나스.


레비나스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5r4163n7






그는 그리스 전통이 학살과 슬픔을 설명할 수 없는 이론적 이성을 세운다고 고발한다. 스스로의 전쟁사를 대면했을 때, 유럽은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불안으로 빠져든다는 것이다.

인간 관계성 개념은 다음과 같은 측면, 곧 인간의 궁핍을 타자들의 삶을 보호하려는 어떤 책임과 연결하는 측면을 작동시키는 형상들을 통해서만 정교해질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덧없는 존재, 먼지, 재와 같기에,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삶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은 쉽게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삶이 사라지지 않도록 투쟁해야 한다. 쉽게 사라질 수 있다는 바로 이 사실에 토대해서 살인적인 공격도 어떤 니힐리즘의 형태도 아닌 의무가 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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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aladin.co.kr/790598133/15018414 작년 오늘 포스트에 이어: '숨겨진 그리스 로마 신화'(프랜시스 베이컨 지음, 임경민 옮김)의 ‘스틱스 강, 맹약 - 군주들의 신성한 맹약에 담긴 불가피성에 관하여’가 아래 글의 출처. 저자 베이컨은 귀납법과 경험론으로 알려진 영국의 철학자 그 사람 맞다.

Landscape with Charon Crossing the Styx, 1520 - 1524 - Joachim Patinir - WikiArt.org 카론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21k0618a


[임종 직전까지 연구·실험 몰두 프랜시스 베이컨은 누구]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221202.22014009523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그 어떤 신도 어길 수 없는 신성한 맹약 하나가 고대의 많은 신화들에 등장한다. 이 맹약은 불가피성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이들은 맹약을 맺으면서 어떤 거룩한 신성도 들먹이지 않았다. 다만 플루토의 하계를 에워싸고 굽이굽이 흐르는 스틱스 강을 증인으로 세웠다. 형식상 이러한 조건 말고는 아무런 의무조항도 없었기 때문에 그 조건을 어길 경우 일정 기간 신들의 연회에 초대받지 못하는 매우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이 불가피성은 결코 되건널 수 없는 운명의 강, 스틱스 강을 통해 품격 있게 표현된다.

고대인들은 이런 식의 표현을 통해 제국과 영토의 권리와 특권, 부와 행복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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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안나 카레니나. 열린책들 '안나 까레니나'(이명현 역) 상권이 출처. 레빈이 처음 본 브론스키의 모습이다.


1920년대 할리우드판 브론스키의 얼굴. Press release photo; style of Russian uniform indicates the image was part of MGM's promotion for its 1927 release Love, the studio's adaptation of Leo Tolstoy's novel Anna Karenina.



Greta Garbo and John Gilbert in the American drama film Love (1927). By Metro-Goldwyn-Mayer - Anna Karénina by TolstoyThe Readers Library Film Edition, CC0








브론스끼는 중키에 체격이 다부진 흑발 사내로, 선량하고 잘생긴 데다 아주 침착하고 자신감 넘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짧게 이발한 검은 머리와 방금 면도한 듯한 아래턱, 새로 지은 품 넓은 제복까지, 그의 얼굴과 외모에서 풍기는 모든 것이 깔끔하면서 동시에 기품 있었다. - 제1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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