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과 이미지로 재생산하려 시도하는 모범적 원형 속에서 살고 싶어 한다. 이러한 욕망은 도처에서 발견되며 우리에게 어디 한번 해보라고 조롱한다. 예를 들어 상자 속에 들어간 내 책들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장소의 도플갱어를 환기시킨다.

분신의 전설에 따르면 우리의 분신은 그림자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곧바로 그를 알아본다고 한다. 여기 브로드웨이에서도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책의 도플갱어는 그림자가 없고 과거도 없다.

나는 이곳에서도 도플갱어를 발견했다. 도시의 창건 이래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언제나 책의 도시로 존재해왔다. 나는 역사 선생님이 우리에게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도서관과 함께 건설되었다고 말했을 때 느꼈던 기이한 자부심을 아직도 기억한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망겔 - 서재를 떠나보내다 / 부에노스아이레스
    from 에그몬트 서곡 2023-11-25 10:22 
    아래 글의 출처는 알베르토 망겔의 '서재를 떠나보내다'이다. 망겔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립도서관장을 지냈다. 국립도서관(부에노스아이레스) By Gobierno de la Ciudad Autónoma de Buenos Aires, CC BY 2.5 ar, 위키미디어커먼즈(2013년10월 사진)구 도서관 건물 By loco085, CC BY-SA 2.0, 위키미디어커먼즈
 
 
 




미드 섹스앤더시티에서 네 친구들 중 미란다의 어머니가 돌아가신다. 장례식에 참석한 나머지 셋 중 누가 가장 슬퍼했을까? 여기 답이 있다. 언젠가 사만다가 가정적이었던 자기 엄마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던 걸 기억한다. (물론 그녀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


둥근 행성은 자라나는 생물체로 뒤덮였고 그 모든 것이 천천히 회전하는데, 그 회전축을 만드는 것은 뭘까. 어떤 기괴한 우연? 믿기 어려운 얘기 같았다. 세상은 둥글 수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평평할 수도 있다. 누가 무엇을 증명할 수 있을까? 언젠간 이해할 수 있겠지, 나는 속으로 말했다.

천사들이 내 몸에 금실 밧줄을 감아 내려주고 있다고 상상하다가, 곧이어 부모님을 매장할 때 사용된 전동식 관 하강장치를 연상하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언젠가 내게 부모가 있었다는 사실, 마지막 남은 약을 먹었다는 사실, 이것이 무언가의 끝이라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러자 밧줄이 끊어진 것처럼 내 몸이 빠르게 떨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펭귄클래식판 '안나 카레니나' 역자 윤새라 교수의 논문 초록으로부터:[본 논문은 부활의 카튜샤 마슬로바가 톨스토이의 전작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의 여주인공들과의 접점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유형의 여성인물임을 논증하고자 한다. (중략) 무엇보다도 작가가 전작들에서 탐구한 가정의 행복과 불행을 벗어나 부활에서는 가정의 테두리 밖에서 여주인공의 삶을 그린다는 점에서도 카튜샤는 톨스토이의 신여성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720753 톨스토이의 신여성:『부활』의 카튜샤 마슬로바(2021)

Resurrection(1909) - A pictorial history of the silent sceen, CC0, 위키미디어커먼즈




‘다음 기차가 지나갈 때 뛰어들자. 그러면 다 끝나는 거야.’ 카츄샤는 소녀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생각했다. 카츄샤는 그렇게 결심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흥분 뒤 안정이 찾아올 때면 늘 그랬듯, 뱃속의 아기, 그러니까 그의 아이가 갑자기 몸을 꿈틀거리며 툭하고 차더니 온몸을 쫙 펴고는 뭔가 가늘고 부드러운 것으로 배를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를 괴롭히던 모든 것들,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과 그를 향한 적의, 그리고 죽음으로라도 그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 등,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안정을 되찾은 그녀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머릿수건을 쓰고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에서 톨스토이의 부활은 1914년 최남선이 발행한 청춘 제2호 ‘세계문학개관’이라는 표제 하에 처음 소개되었다. 갱생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부활은 번역이라기보다는 최남선이 톨스토이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부활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짧게 요약한 것이다.


1909년부터 신문관에서 출간한 서양 소설 번역 단행본 7종 중 1918년 마지막으로 출판된 것이 톨스토이의 부활을 번역한 해당화이다. 이광수와 함께 상하이 임시 정부와 흥사단 활동을 같이 한 박현환이 번역한 해당화는 최소한 3판 이상이 발행되었고, 1920~30년대까지 독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발휘했다.


해당화 이후 부활은 1920년대 초 춘계생이라는 여성 번역가에 의해 다시 번역되어 매일신보에 연재되었는데 이 춘계생이라는 번역가는 연재 예고에서 기존 부활 번역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피력한 점이 눈에 띈다.]톨스토이의 『부활』 번역 읽기, 그 100년의 차이- 등장인물과 서사구성을 중심으로(2018)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335984 '나보코프 러시아문학 강의'를 번역한 이혜승 교수의 논문이다.

 

https://blog.naver.com/bookgram/120120051388 춘원 이광수의 부인 허영숙(호가 춘계)이나 이광수가 부활의 역자 춘계생일 수 있다는 추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이버 지식백과]부활 [Voskresenie, 復活]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04277&cid=40942&categoryId=33467

Portrait of Leo Tolstoy, 1907 - Mikhail Nesterov - WikiArt.org


그는 마치 방바닥에 똥을 싼 강아지가 된 것 같았다. 화난 주인은 목덜미를 잡고 똥냄새를 맡아보라며 들이민다. 강아지는 깽깽거리며 최대한 멀리 뒷걸음질쳐서 달아나 어떻게든 자기가 저지른 짓을 잊으려 하지만, 완고한 주인은 강아지를 놓아주지 않는다. 네흘류도프는 자신이 저지른 비행과 자신을 움켜쥔 주인의 강고한 손길을 느끼긴 했으나 아직 그 일의 의미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주인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지도 못했다. 그는 눈앞에 벌어진 일이 자신의 일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강고한 손이 그를 움켜쥐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고, 그 역시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예감하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