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 어느 정신분석학자의 꿈 일기'(김서영)로부터

사진: UnsplashAaron Burden


이 책에 수록된 꿈의 기록은 아주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개인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4·16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그리고 2023년 7월 15일에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까지, 우리가 함께 슬퍼하고 분노했던 인재 앞에서 이런 작은 꿈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꿈 분석은 좋은 어른들이 세상의 폭력과 전투를 벌이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무기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이 없는 좀비들과의 전투입니다.

정신분석은 나 자신이 꿈꿀 수 있는 세상, 우리 아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삶의 에너지가 고갈되었을 때, 의식의 확신에 속으시면 안 됩니다.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아의 말에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내가 주저앉아 있을 때도 꿈은 최선을 다해 답을 구하고 있다는 걸 믿으셔야 합니다. - 닫는 꿈 : 바닷가 여행 / Part 3. 소원의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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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이다. 



조현철 감독의 영화 '너와 나'가 ott에 들어왔다. 아래 글은 '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에 수록된 정신분석학자 김서영의 ‘정신분석적 행위, 그 윤리적 필연을 살아내야 할 시간: 저항의 일상화를 위하여’가 출처. 올해 나온 김서영의 신간도 찾아둔다.

이제는 정신분석이 개인사를 벗어날 때가 되었다. 그도 사연이 있다는 말은 더이상 실천적인 현상분석을 수행해낼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에 저항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이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잘 떠나보내는 예식 자체가 사라진 세상, 죽음을 애도할 길이 사라진 세상에서 햄릿은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선왕의 유령은 이미 햄릿이 자각하고 있는 의무를 환기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유령이 출몰하는 것은 죽은 자의 죽음이 애도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가 말하는 복수는 사사로운 과제라기보다는 세상을 바꾸라는 내면의 요청에 다름아니다.

안티고네의 행위가 반역이라는 왕의 말에 대해 하이몬은 "테베의 백성들이 하나같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하며 결코 비열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 김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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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4-04-15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혜리 기자 팟빵에 조현철 감독이 인터뷰하는걸 들으면서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십년이 지났는데 밝혀진건 십년전이나 마찬가지고 때되면 마음 구석에 미안함만 자꾸 쌓게됩니다.

서곡 2024-04-15 19:43   좋아요 1 | URL
영화 초반 조금 보았습니다..휴. 책 ‘눈먼자들의국가‘에 호러국가란 표현이 있는데 호러국가에 사는 시민들의 일상이 호러현실이라 호러영화를 넘어서네요
 

'칼다 기차의 추억'(카프카)이 아래 글의 출처.

Composition with train and figure - Mario Sironi - WikiArt.org



"우리는 열차를 조정해야만 할 것이오."

그는 매번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되겠지요."

나는 습관적으로 대답했다.

마침내 우리는 같이 껴안은 채 나무 침상 위로 쓰러졌고, 종종 열 시간 동안 포옹을 풀지 않은 채 그 자세로 있었다. 다음날 아침 그는 다시 나의 상사로서 떠나갔다. 나는 기차 앞에 서서 인사를 했고, 그는 기차에 오르면서 습관적으로 다시 나를 보기 위해 몸을 돌리고 말했다.

"그럼 친구, 우리 한 달 뒤에 다시 보세. 자네에게 걸린 문제가 무엇인지 자네는 알고 있을 걸세." - 칼다 기차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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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소설집 '칼다 기차의 추억' 표제작 '칼다 기차의 추억'으로부터


Passing Train - Albert Bloch - WikiArt.org



내 오두막 주변의 더할 나위 없는 이 평지는 눈길이 미치는 곳 어디에도 전혀 솟아오른 곳 없이 개간되지 않은 채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땅을 정복하기에는 너무 허약했다. 다루기 어려운 이 땅은 초봄까지는 꽁꽁 얼어 있었고, 심지어 나의 날카로운 새 곡괭이에도 저항했다. 땅 속에 씨앗을 묻는 것은 완전히 절망적이었다.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자포자기적인 발작을 일으켰다. 하루 종일 나무침상에 누워 열차가 도착해도 전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냥 침상 바로 위에 있는 틈 밖으로 머리만 내밀고는 내가 아프다고 통보했다.

"자네는 자주 아프군." 그들이 나에게 말했다. "자네는 병에 잘 걸리는 사람이야. 여기서 더 이상 승진하지 못할 걸세."

그들은 나를 슬프게 만들려고 그렇게 말했던 것이 결코 아니고, 단지 가능하다면 진실을 뭉뚱그려 말하려고 고심 했던 것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눈알을 독특하게 희번덕거리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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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교수의 '카프카, 권력과 싸우다'가 아래 글의 출처.

Stranger on a Train, 2003 - Luc Tuymans - WikiArt.org


전쟁은 급격히 국제적으로 비화되었다. 그러나 카프카는 더욱 자아를 파고들었다. 8월 15일의 일기에는 "인생을 시작하기 위한 두 가지 과제"로 "너의 생활권을 차차 좁혀 가는 것. 그리고 너의 생활권 이외의 어딘가에 네가 숨어 있지 않은가를 몇 번이고 다시 살펴보는 것"이라고 썼다. 그는 「칼다 철도의 회상Die Erinnerung an die Kaldabahn」을 쓰기 시작했다. 「선고」를 연상시키는 이 단편소설의 주인공은 역시 러시아 오지에서 고독과 싸우는 게 오르그의 친구 같은 인물이다. 이어 8월 하순, 장편소설 『소송Das Prozeß』을 쓰기 시작했다. - 제1차대전 / 6장 참혹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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