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드리언 리치(1980) By K. Kendall - originally posted to Flickr as Audre Lorde, Meridel Lesueur, Adrienne Rich 1980, CC BY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8902545

에이드리엔 세실 리치. 작고, 둥글고, 땅딸막한 몸집. 파르르 떨리며 빛나는 짧고 까만 머리, 근사하게 반짝거리는 까만 눈동자와 튤립처럼 새빨간 우산. 정직하고 솔직하고 직선적이며 심지어 완고하기까지. 관객의 수가 드문드문 줄어들고 스위니 부부, 테드와 나 그리고 에이드리엔은 질척대는 빗속을 뚫고 택시를 타고 (잭, 테드, 그리고 나는) 흠뻑 젖은 우리 플리머스 자동차로 갈아탔다. 머지않아 몹시 조심스럽게 발뒤꿈치를 들고 종종거리며 붉은 자갈 깔린 월넛 가의 언덕길을 내려가 흑백의 미끄러운 리놀륨 바닥에 반들거리는 잭의 집 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의 아파트에 가려면 얇은 금박 창살이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에이드리엔과 메이러는 벌써 와 있었고, 사슴 같은 눈을 한 갈색 피부의 앨 콘라드〔*에이드리엔 리치의 남편.〕도 있었다. 그는 하버드의 경제학자였는데, 처음에는 어쩐지 차갑고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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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섹스턴 번역시집 '저는 이곳에 있지 않을 거예요'와 '밤엔 더 용감하지'에 '실비아의 죽음'이 실려 있다. 그녀는 바로 (당연히) 실비아 플라스. https://mypoeticside.com/show-classic-poem-26864 Sylvia's Death (원문) 앤 섹스턴 역시 스스로 세상을 떠나갔다. https://www.marieclairekorea.com/lifestyle/2022/03/letters-from-2022/ 김금희 작가가 가상의 편지를 앤 섹스턴에게 보냈다.

실비아 플라스의 무덤 By Rlwjones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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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리아멘토 강 By Italy_topographic_map-blank.svg: Eric Gaba (Sting - fr:Sting)derivative work: Diego Cruciat (talk) - Italy_topographic_map-blank.svg,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탈리아멘토 강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52258&cid=40942&categoryId=33214


다큐영화 '탈리아멘토 강'(원제 Rumore Bianco) 예고 https://youtu.be/nukT06XJBd4




이곳에는 사방에 물이 있고, 파졸리니의 글에서 물이 차지하는 위치는 중대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기서 물은 프리울리에서 그가 보낸 세월의 순결성, 목가적 삶의 순수성을 보여준다. 탈리아멘토 강은 이 지역을 두 개의 방언으로 갈라놓는다. 물의 특성을 띤 파졸리니의 글은 방언을 발견하면서 폭발한다. 그가 창조해낸 그 멋진 언어는 그의 평생의 투쟁이 된다. - P46

그는 프리울리 방언으로 내뱉는 모든 단어들로 시를 창조했다. 모든 문장이 찬사가 되는 듯하다. 어린아이들의 이야기는 흰 자갈 위로 범람하는 탈리아멘토 강물처럼 투명하고 긴 랩소디로 변한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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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1-20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적 성향은 당연하게 사실주의 리얼리즘. 인물들의 거친 삶을 조금도 회피하지 않고 그대로 그리되 글 안에서 궁극적으로 인물들 또는 계급이 처한 상황을 지양하여 다음 운동의 방향을 형성할 수 있는 전망을 만들어내는 작가 군의 한 사람˝

ㅎㅎㅎ 제 노트에 파졸리니를 이렇게 메모한 적이 있군요. 무척 오래 전 이야깁니다만. 과한 평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럴 거 같습니다.

서곡 2022-11-20 21:50   좋아요 1 | URL
댓글 감사합니다. 멋진 메모입니다. 이 전기를 다 읽은 후 파졸리니가 쓴 책도 들춰봐야겠어요...
 

막스 리히터, 새로운 사계(비발디), 가을3 https://youtu.be/sUEeqvp_BrQ


김채원 작가의 '가을의 환'을 다 읽었다. 사계절 환 연작의 마지막 편. 작품해설(김수이)로부터 옮겨둔다. 


[10년 만에 ‘허상’의 가면 벗고… 2003.06.20 17:59 -김채원씨 ‘환’ 완결편 ‘가을의…’선보여]https://m.khan.co.kr/article/200306201759011

환에 관한 네 편의 연작은 10년이 넘는 시간을 통해 완성된다. 이번 소설집에서 표제작인 〈가을의 幻〉를 제외한 세 편의 소설은 이미 출간된 이력이 있는 작품들이다. 1989년 작인 중편 〈겨울의 幻-밥상을 차리는 女子〉는 이상문학상을 받으며 수상작품집에 수록되었고, 단편 〈봄의 幻〉은 1990년에 출간된 같은 이름의 소설집에 실렸으며, 중편 〈미친 사랑의 노래-여름의 幻〉은 1991년에 발표된 후 개작을 거쳐 1998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바 있다. 재출간과 오랜 창작의 기간은 ‘환(幻)’ 연작에 대한 김채원의 애정이 각별함을 시사한다.

창작의 순서상 ‘환’ 연작은 겨울에서 시작해 가을로 끝난다. 각 계절의 향취를 담은 제목들은 낭만적이고 미학적인 소설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나 정작 소설을 가로지르는 것은 상처와 혼돈, 훼손과 절망 등의 삶의 불모성과 불가능성이다. 네 편의 소설은 모두 상처를 안고 실패감에 젖어 살아가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이들의 차이는 자의식의 강도나 절망의 크기에 있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나이 들어가는 여자의 떨림과 백 퍼센트 삶에 대한 오랜 갈증(〈겨울의 幻〉), 실체 없는 기억과 닿을 수 없는 존재의 순수성(〈봄의 幻〉), 삶의 추상성과 확인될 수 없는 진실(〈미친 사랑의 노래-여름의 幻〉), 존재의 가면과 관계의 실제성(〈가을의 幻〉) 등으로 변주된다. 이 점에서 김채원의 〈환〉 연작은 환의 다채로운 풍경을 통해 삶의 이면을 포착한 일종의 사진첩이다. 사진첩의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것, 풍경으로 인화될 수 없는 것들의 영상이 부유한다. - 해설(김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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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의 서명(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커먼즈)

내 책의 새로운 제목, 《다섯 길 바다 저 밑에 Full Fathom Five》.〔《폭풍우》에 나오는 구절이기도 하다.〕 이 비슷한 제목을 가진 책이 여남은 권은 될 것 같지만, 일단 당장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 제목은 내가 이때껏 꿈꿨던 제목들 중에서 내 인생과 심상에 가장 풍부하게 연관된다. 《폭풍우 Tempest》와 같은 배경을 지니고 있고, 바다에 대한 연상이 있는데, 이 바다에 대한 연상은 내 어린 시절과, 내 시와 예술가의 무의식, 아버지의 심상 ― 우리 아버지와 관련된. 매장당한 남성 뮤즈와 신 / 창조주가 테드의 모습으로 나의 배우자가 되었다는 것, 바다의 아버지 넵튠에 대한 언급과 화려하게 장식된 진주와 산호의 심상, 편재하는 슬픔의 서걱거리는 모래알들과 지루한 일상이 바다의 변화를 겪어 만들어진 진주알들. (1958년5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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