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중 백수린의 '고요한 사건' 작가노트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Aaron Burden

결정적인 한 장면, 이라는 표현을 소설에 썼지만 요즘은 문득문득 삶에 결정적인 장면이라는 것 따위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떤 장면이 결정적이게 되는 것은 결국 그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내가 사후에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삶이 이렇듯 나의 해석에 의해 끊임없이 다시 쓰이는 서사일 뿐이라면 소설을 쓰는 행위는 결국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는 일에 다름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부끄럽고 그래서 종종 나는 괴로운 마음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또 어떤 날에는, 내가 죽은 고양이 따위는 잊어버린 채 쏟아지는 눈에 정신 팔린 아이의 맨발, 시릴 텐데도 뒤꿈치를 든 채 오래도록 서 있는 여자아이의 맨발이 자꾸 눈에 밟히는 그런 종류의 사람인 이상 나는 어쩔 수 없이, 온통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더라도 소설을 계속 쓸 것 같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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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수린 - 고요한 사건 / 해설
    from 에그몬트 서곡 2023-10-24 21:19 
    2017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백수린의 '고요한 사건' 해설(신샛별)로부터 발췌했다. 사진: Unsplash의Aaron Burden백수린의 '고요한 사건'은 한국현대소설학회가 간행한 '2017 올해의 문제소설'에도 수록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밤으로의 긴 여로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099237&cid=40942&categoryId=40507


'밤으로의 긴 여로'에 등장한 스윈번의 시 '작별' https://www.poetryfoundation.org/poems/45296/a-leave-taking 


한강 작가가 쓴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 독후감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0325&cid=58814&categoryId=58831


Poster for award winning film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1962)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Grave of American playwright Eugene O'Neill, located at Forest Hills Cemetery in Jamaica Plain, Massachusetts. By Midnightdreary - Own work,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오닐은 <밤으로의 긴 여로> 에드먼드의 대사 속에 자신의 비문을 미리 적어놓은 듯하다.

"내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큰 잘못이었다. 나는 갈매기나 물고기로 생존했어야 더 좋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항상 뜨내기 인생이었다. 이방인이었다. 나는 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나를 원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조금씩 죽음을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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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시로 먼저 등단했다. 현재 시집 한 권이 있는 시인이다. 

한강의 플레이리스트 https://youtu.be/u_vJiH5E7ng

"한강의 시는 곳곳에서 영혼의 상처에 대해 말하면서 그 상처가 결코 회복될 수 없는 것임을 강조한다. 영혼의 상처가 회복 불능의 것이고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의 삶에는 과연 무엇이 남을까.

삶을 절망 속에 방기할 수 없는 영리한 사람들은 남은 삶을 위해 영혼의 상처를 애써 봉합하려 한다. 그러나 한강의 화자들은 고통과 마주하는 일을 피할 생각이 없다. 절망과 무기력에 빠질 생각도 없다. 한강에게 상처의 고통을 지속하는 일은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를 위한 일종의 방법론이 된 듯하다." - 해설 (조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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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를 나는 김욱동 역자 민음사판으로 읽었다. 오래 전 처음 읽었을 때는 '노잼'이었고, 나중에 이 책이 없는 친구에게 주게 되어 책이 내 손을 떠나기 전 다시 읽을 때에는 잘 쓴 소설이라는 걸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문동판 역자 김영하 작가는 역자해설에 비하인드스토리를 밝힌다. 우리말 번역본은 재미 없어 잘 안 읽혔는데 원서로 읽으니 재미있더라고, 어느 날 서점에서 학생 둘이 위대한 개츠비 너무 재미 없다고 대화하는 걸 우연히 듣고는 '누명'을 벗겨주고 싶어 본인이 직접 번역하기로 결심했다고. 

The Great Gatsby Print Advertisement By Unknown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문득 검색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하루키도 개츠비를 번역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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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2-06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쏜살문고 ‘위대한 개츠비‘(김욱동 역) 2023-11-27 신간을 추가했다.
 

재개발 지역과 어린 시절에 대한 회고, 겨울의 눈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고 김소진 작가의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도 떠오른다. cf. http://world.kbs.co.kr/service/contents_view.htm?lang=k&menu_cate=culture&id=&board_seq=382522&page=6&board_code=radiobook 

한 십대 소녀가 계층을 인식해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고요한 사건‘을 살펴보자.

성인이 된 후 돌이켜보았을 때 그날의 장면은 자신의 계층적 위치와 이로 인한 한계를 의미하는 것이었을 테지만, 그때 ‘나‘가 흰 눈에 그토록 매혹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물론 이를 ‘나‘의 미적 체험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열여섯에서 열아홉에 가까워질 때까지 ‘나‘가 소금고개에서 얻고, 잃고, 깨달은 것들을 고려해본다면 다음이 더 적절할 것이다. 결코 지워질 수 없는 경계선을 저 눈이 하얗게 덮어주기 때문이라고. (해설 황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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