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에 실린 '위대한 개츠비'를 분석한 심진경의 글로부터 아래 일부 옮긴다.

잡지에 실린 피츠제럴드의 사진 Scott Fitzgerald - Aug 1923 Shadowland By Royal Atelier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심진경의 글에 인용된 강준만의 글은 단행본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의 ‘제2장 아메리칸 드림’에 '개츠비는 왜 위대한가? 속물근성에 찌든 ‘광란의 20년대’에 대한 저항'이란 제목으로 수록. 강준만의 이 글에 소개된, 개츠비가 "백인행세를 한 흑인" - 패싱 - 이라는 논의가 흥미롭다.


[네이버 지식백과] 개츠비는 왜 위대한가? - 속물 근성에 찌들은 ‘광란의 20년대’에 대한 저항 (주제가 있는 미국사, 강준만)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6566&cid=59017&categoryId=59017


《위대한 개츠비》는 발간 당시에는 대중과 평단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작가 사후에 재평가되어 지금은 ‘가장 위대한 미국 소설’로 꼽힌다. 급기야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이 15만 5,000부를 사들인 일을 계기로 1950년대 미국 고등학생의 필독서가 되었고, 이후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팔리는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 강준만, 개츠비는 왜 위대한가: F. 스콧 피츠제럴드와 ‘광란의 20년대’, 《인물과 사상》, 2013년 7월, 42쪽

개츠비가 붙잡고자 한 ‘초록색 불빛’은 데이지가 상징하는 ‘사랑, 돈, 혹은 재고의 여지가 없는 현실 같은 것들’과 그리 멀지 않다. 결국 개츠비와 닉은 모두 세속적 성공과 부를 추구했다. 그러나 한없이 가볍고 쾌락적인 욕망의 세계에 강하게 이끌리면서도 그 세계에 ‘너무’ 몰입하는 것에는 저항하는 교양 있는 중산층 남성 닉에게 이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이다. 닉이 개츠비에게 강하게 이끌린 것은 개츠비가 그 세계를 향해 두려움 없이 나아가다가 몰락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닉과 같이 매혹과 불안 사이에서 방황하는 교양 있는 중산층 남성들은 개츠비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의 죽음에 존재론적, 철학적, 역사적 의미를 덧붙인다. 개츠비의 위대함은 바로 이러한 닉들 Nicks 의 불안을 먹고 자란다.

- ‘위대함’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_심진경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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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dle Neck Road - Great Gatsby Way, Great Neck, New York, Aug 15 2022. By D. Benjamin Miller - Own work, CC0, 위키미디어커먼즈


펭귄클래식 '위대한 개츠비' 원서를 살피다가 2021년 본에 '파친코' 이민진 작가가 서문을 썼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 나라에도 번역출간되기를 기대한다. 아래 기사들에 그에 관한 내용이 언급된다.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CulBooks&document_srl=4058795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0864670?sid=103


'위대한 대화'(김지수) 마지막에 이민진 인터뷰 ‘거북이로 살아도 괜찮습니다’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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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래 발췌글에 남태평양이 언급되는데, '위대한 개츠비'에서 데이지 부부의 신혼여행지가 남태평양이다.

Aitutaki, Cook Islands 2020년 11월 10일에 게시됨 - 사진: UnsplashChristoph Burgdorfer


https://en.wikipedia.org/wiki/The_Crack-Up '위대한 개츠비'(1925) 근 십 년 후인 1936년에 처음 잡지에 연재발표되었다가 사후 책으로 묶인 피츠제럴드의 에세이 '무너져 내리다'(원제 The Crack-up)는 하루키가 엮은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어느 작가의 오후'에도 실려 있다(이 책은 '망가지다'로 옮겼다). 신판 '위대한 개츠비' 역자 김보영이 이소노미아 피츠제럴드 단편집 '무너져 내리다' 역자 김보영과 동일인으로 추정된다(역자소개에는 내용이 없다). 아래 발췌글은 '무너져 내리다'의 마지막 3부 '취급 주의'가 출처이다.

어쨌든 수렁 속에서 허우적대다 빠져나온 나에게 출발점이 되어준 문장은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느낀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따라서 나의 과제는 내가 왜, 어디에서 변했으며, 내 열의와 생명력이 일찍부터 계속해서 새어 나간, 내가 모르는 틈새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되었다.

나의 자기희생은 무기력하고 어두운 것이었다. 분명 현대적이진 않았다.

흔히 말하는 ‘탈출’이나 ‘모든 것으로부터의 도피’는 함정─설사 그 함정 안에 남태평양이 포함돼 있다 할지라도─안에서의 짧은 여행에 불과하다. 그리고 남태평양은 그곳을 그리거나 항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나 의미가 있다.

선량한 사람들은 선량하게 행동하게 하라. 일 년에 일주일뿐인 ‘휴가’도 가족들 뒤치다꺼리를 하는 데 바치는, 과로하는 의사들은 일하다 죽게 하라. 태만한 의사들은 1달러짜리 환자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우게 하라.

그리고 성인에게 있어서 지금보다 더 나은 기질을 갖고자 하는 욕망, 즉 (이 말을 하는 것으로 밥을 벌어먹는 사람들이 늘 말하는) ‘끊임없는 노력’은 우리의 젊음과 희망이 끝났을 때 그 불행을 더 크게 만들 뿐이다.

나는 얌전한 짐승이 되려고 노력하겠지만 만약 당신이 나에게 살점이 잔뜩 붙은 뼈다귀를 던져 준다면 나는 당신의 손을 핥을지도 모른다.

- 무너져 내리다 (에세이 번역 황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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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한스 2024-02-24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늘 산책에서 확인해 보니 무너져내리다는 펭귄클래식의 역자가 김보영으로 바뀐 위대한개츠비 신판에도 실려있네요 그리고 단편집의 역자 김보영도 동일인 이구요 책을 구입하려는 분들에게 참고하시라구 올려봅니다

서곡 2024-02-24 21:49   좋아요 0 | URL
아 그렇습니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펭귄클래식 코리아 '위대한 개츠비' 구판에 부록처럼 실려 있는 '무너져 내리다'(1936) 2부 '다시 붙이다'로부터. 이 자전적 에세이는 '망가지다'란 제목으로 피츠제럴드 작품집 ‘어느 작가의 오후’(무라카미 하루키 엮음)에도 포함되어 있다.


['망가진 3부작'에서는 오랫동안 많은 것을 실제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좋아하는 것처럼 착각하며 살았다는 깨달음의 순간이 담겼다. 그동안 세상의 욕망을 그대로 투영한 어떤 견고한 환영에 경도되어 살고 있었음을 자각하자 엄청난 충격과 함께 그 욕망은 산산이 부서져 사라진다. 그것은 무한한 자유를 선사하지만 동시에 삶의 추진력도 앗아가버린다. "이제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의 절망. 그 기나긴 우울의 끝에서, 사람은 이런 종류의 충격에서는 결코 회복될 수 없으며 그저 다른 새로운 사람이 될 뿐이라는 인식이 찾아오고 "나는 이 새로운 인식과 더불어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선언으로 나아간다.]출처:'어느 작가의 오후' 책소개

   

정말로 어두운 밤을 보내고 있는 영혼에게는 언제나, 매일매일이 새벽 3시다. 그 시간에는 어린애 같은 꿈속으로 도피함으로써 현실 직시를 가능한 한 오래 피하려 하지만 세상과의 다양한 접촉에 의해 계속해서 깜짝 놀라 꿈에서 깨게 된다.

십육 년 동안 나는 부자들을 불신하면서도, 그들의 기동성과 그들 중 일부가 영위하는 우아한 삶을 누리는 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일하면서 살았다.

자아가 없다는 것은 이상한 기분이었다. 마치 커다란 집에 홀로 남겨진 소년이 된 것만 같았다. 그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음을 알지만 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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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클래식 코리아 '위대한 개츠비' 구판 수록작인 피츠제럴드의 산문 '무너져 내리다'(1936)를 읽는다. 세 부분으로 구성된 이 에세이는 잡지연재글이었다(세 번에 걸쳐 연재했던 모양이다). 아래 발췌글은 이 글의 첫 편 '균열'이 출처.


다른 역본으로, '무너져 내리다'(김보영 역)의 표제작. [‘무너져 내리다’에서 피츠제럴드는 자신이 겪었던 좌절을 이야기합니다. 피츠제럴드는 자아가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아를 잃어버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즐거운 사람이 자기가 얼마나 즐거운지를 말할 때와는 달리 인생을 겨우 살아가는 사람이 어째서 힘겨운지를 말할 때에는 이렇듯 모든 문장의 관절이 꺾이고 맙니다.] 출처:'무너져 내리다' 책소개


그리고 '망가지다'란 제목으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엮은 ‘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에 실려 있다.


첫 번째 종류의 붕괴는 순식간에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 종류는 우리가 거의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지만 깨달음은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온다.

나는 열심히 살고 있기도 했지만 늘 "마흔아홉까지는 괜찮을 거야."라고 말하곤 했다. "그것만은 확실해. 나처럼 살아온 사람한테 그 이상을 기대하면 안 되지."

─그런데 마흔아홉 살이 되기 십 년 전에, 나는 문득 내가 이미 망가져 있었음을 깨달았다.

인생에는 다양한 종류의 공격이 존재한다는 나의 이론으로 돌아가 보면, 자신이 이미 망가져 있다는 깨달음은 외부의 충격과 동시에 나타나지 않고 일정 기간의 유예 후에 찾아온다.

나는 갑자기 내가 혼자가 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강하게 직감했다.

이제 나는 절대적인 고독을 원했으므로 나 자신을 일상적인 관심사로부터 격리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모든 것이 다소 비인간적이고 뭔가 결핍된 것 같지 않은가? 뭐, 얘들아, 그거야말로 균열의 진정한 징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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