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봄소리의 ‘Violin on Stage’ 앨범 목록을 보다가 '정령들의 춤'(글룩)을 발견했다. 이 곡이 모티브인 앨리스 먼로의 단편 '행복한 그림자의 춤' 해설을 옮긴다.








1950년대부터 15년에 걸쳐 써온 단편들을 한데 엮어 1968년에 펴낸 첫 단편집. 그 책이 바로 이 『행복한 그림자의 춤』(Dance of the Happy Shades)이다. 여러 해 동안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았지만 마침내 앨리스 먼로에게 캐나다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열렬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세계적인 단편 작가로 우뚝 서는 밑거름이 된 책이다.

이 책의 표제작이자 마지막 작품인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예술, 곧 소설 세계에서 작가가 이루고자 하는 궁극의 뜻을 펼쳐 보인 작품으로 읽힌다.

"당신이 어린이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고 거기에서 착한 마음씨와 선한 것이면 무엇이든 다 좋아하는 천성을 간직한 보물고를 찾아낼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 마살레스 할머니 선생님의 가치관이 앨리스 먼로가 예술로 승화한 결정체이다.

언제 어디서 잊어버렸는지조차 까마득히 모르는 그 순수가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서 흐느적흐느적 춤추고 있을지 모른다. 그 ‘순수’를 일깨우기 위해 마살레스 선생님이 바람에 띄워 보낸 피아노곡이 앨리스 먼로의 귓가를 간질였고, 앨리스 먼로는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우리의 마음을 가차 없이 헤집는다. - 역자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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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앨리스 먼로 - 행복한 그림자의 춤
    from 에그몬트 서곡 2024-02-06 16:46 
    노벨문학상을 받은 캐나다의 여성 작가 앨리스 먼로가 쓴 단편 '행복한 그림자의 춤'으로부터 발췌한다. 어제 밤 글룩의 '정령들의 춤'을 들었기 때문이다. 여운이 깊다. Orphée et Eurydice, Wq. 41, Act I: Dance of the Blessed Spirits (Arr. Siloti for Piano) https://youtu.be/hJVEbuaOEz4
 
 
 

감기가 장기화되면서 커피 안 마신 날이 길어졌다. 약효에 방해될 수 있고 결정적으로 입맛이 없어 커피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다. 한 달 가까이 지나고 이제 약을 먹지 않아 오늘은 커피를 마셨는데 쓰기만 하고 속도 울렁거린다. 휴.


아래 발췌글은 '커피의 본질'(구대회), 음악은 ‘Violin on Stage’ 앨범(김봄소리)으로부터, 그리고 알라딘 판매 원두 중 최신 엘살바도르 산을 담아둔다.


엘살바도르는 현재 대선 직후 ['쿨한 독재자'?…연임 시험대 부켈레식 통치, 재선 때도 통할까] https://www.yna.co.kr/view/AKR20240205095100087?section=search




Saint-Saëns: Introduction et Rondo capriccioso, Op. 28, R. 188 - I. Introduction https://youtu.be/5G2Oa3s94IY

드리퍼를 통과해 추출되는 커피에서 작은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 ‘졸졸졸’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마치 사랑하는 두 남녀가 요한 스트라우스의 <봄의 왈츠>에 맞춰 정겹고 멋지게 춤을 추듯이, 나와 커피도 그래야 한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평론가가 알며,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이 안다."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의 말이다. 핸드드립도 그렇다. - 핸드드립의 3단계 (03 | 추출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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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꽃말의 탄생'을 듣다가 이 꽃이 나와서 찾아보았다.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존재감이 확실했는데 알고 보니 약용식물. '물질에서 생명으로' 중 화학자 김병문이 쓴 글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Annemarie Grudën


[네이버 지식백과] 에키네시아 [紫錐菊, Purple Coneflower] (세계 약용식물 백과사전 3, 2019.06.25, 자오중전, 샤오페이건, 성락선, 신용욱, 성락선)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839729&cid=46694&categoryId=46694


‘면역 체계 - 우리 몸을 보호하는 인체 방어 시스템의 모든 것’이란 책에도 에키네시아가 언급되는데 플라시보 효과 외에 약효가 의심스럽다는 취지로 적혀 있다.





19세기 후반쯤 미국에서 천연물에서 나오는 만병통치약 같은 약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수Sioux족 인디언들이 사용하는 에키네시아Echinacea라고 하는 약물이 있는데요, 인디언들이 감기와 치통을 비롯하여 독사 물린 데 등 여러 목적으로 쓴다는 것을 마이어라는 의사가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이것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됐지요. 1914년에는 리치만이라는 의사가 에키네시아 뿌리가 거의 모든 질병에 치료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에키네시아는 8~9종이 있는데, 추출물에는 12가지 이상의 화합물이 함유되어 있고, 12가지 이상의 화합물 역시 잎, 뿌리, 꽃에 따라 성분비가 다 달라요. 추출물을 가지고 약효 실험을 해보았더니 ‘재현성’이 보이질 않는 거예요. 말하자면 어떤 때는 약이 듣고 어떤 때는 듣지 않는 것이죠. 현재 에키네시아는 유럽이나 미국, 한국에서도 건강 기능 식품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에키네시아는 성분이나 용량, 효과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요. 그러니까 신약의 기준에 맞지 않는 거죠. - 의약의 정의와 개발 / LECTURE 08 우리 몸에 들어오는 외부 물질: 약인가, 독인가? _김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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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을 씁니다'(플로랑스 비나이 지음, 박태신 옮김)로부터


Sophrology Exercise: Awareness and Grounding of the Breath https://youtu.be/-fe38WkpxCI


숨이 발끝에서 출발해 머리끝까지 올라간다고 상상하면서 천천히, 크게 들이쉰다. 잠시 숨을 멈추고 몸을 기분 좋게 수축시킨다. 숨으로 가득해진 폐를 비롯해 얼굴 근육, 주먹, 엉덩이, 발가락을 모두 수축시킨다. 마침내 길게, 여러 번에 걸쳐 숨을 내쉬면서 몸을 이완시킨다.

호흡을 하고 나서 기분 좋은 장면, 색깔, 자신의 장점이나 자질, 또는 안정과 관련된 단어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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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lors – F.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가 실려 있어 과월호 '악스트 Axt 2019.03&04'를 집었는데 커버스토리 윤이형 작가 인터뷰에 꽂혀 단숨에 읽었다. 

코쿤(고치) Pixabay로부터 입수된 LoggaWiggler님의 이미지


윤이형 '쿤의 여행' 심사평 https://v.daum.net/v/20131107204515124 (심진경)


단편소설 '쿤의 여행'이 수록된 책들이다. 


「쿤의 여행」은 그렇게 썼던 것 같아요. 진짜 나는 한 열네 살, 열다섯 살 정도 되는 중학생 여자아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었어요. 그걸 쓸 때까지. 그래서 나머지를 다 떼어버리고 이 중학생 여자아이를 키워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쿤이 지금까지 나를 살게 해줬던 건 맞죠. 그런데 저는 그것에 대해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었어요. 진짜 나라고 할 수 있는 나는 미성숙한 여자애인 거예요. 제가 느끼기에. 삼십대 후반에서 사십대 초반까지 그랬어요. 이 애를 키워보고 싶은데 나는 성장을 할 수 없나? 왜 이렇게 안 자라지?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고, 어떻게 하면 얘를 키울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러면 그냥 나머지를 떼어버리자, 하는 결단을 내리게 된 거예요.

저 자신을 돌아보니, 사십대 정도 되면 제가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경험치, 안정감, 여유, 세상에 대한 지식, 감정적 강인함, 자신감, 물질적 자원, 자신을 돌보는 노하우 같은 것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고, 여전히 십대 중반에서 이십대 중반에 느꼈던 정서, 그러니까 불안함, 공허함, 내가 해파리처럼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다는 느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 같은 것들이 더 많은 거예요. 저 자신이 단단하게 느껴지지 않고 물렁물렁한 덩어리처럼 느껴졌어요. 아직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감각. 그래서 많이 배우고 싶다는 다짐.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 긍정적이지만, 이런 건 이십대에 하는 생각이잖아요. 초심자의 마음. 그런데 저는 이십 년 동안 계속 거기에 머물러 있었던 거예요. 밖에서 보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경험치가 쌓이지 않았어요. 그렇다는 자각이 드니까 어느 순간 너무 무서웠어요.

음…… 인간다움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서 그냥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로 대답해도 될까요? 자기 슬픔을 농담으로 바꾸는 것. 기계는 그건 못할 것 같아요. 누가 농담을 입력해주면 그건 따라할 수 있겠지만 자신이 가진 슬픔을 농담으로 승화시키지는 못할 것 같아요. - 윤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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