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핸드드립 커피 좋아하세요? - 시시때때로 커피가 그리운 사람들을 위한 커피 안내서
김훈태 지음 / 갤리온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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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에서 커피 드립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드립백보다 손이 많이 가나 오랜만에 하니 안 귀찮고 (잘 하는 건 아니지만) 맛도 더 좋은 느낌이다. 그래서 이 책을 찾아 읽었다. 저자는 커피를 취미로 즐기고 특기로 발전시키고픈 분인 것 같다. 지식과 정보가 적당히 있어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에피소드 중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는 이것이다. 어느 날 택시를 탄 저자가 택시비가 모자라지만(카드결제가 안 되었나 보다) 기사님이 너그러이 봐주셔서 그럼 나중에 커피 대접이라도 하겠다고 답한다. 대화를 시작해 보니 기사님의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핸드드립 카페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음에도 기사님의 아버지가 집에서 손수 원두를 볶는 애호가라 기사님도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드립커피를 마셔왔다고. 강호의 은둔고수를 만난 기분으로 저자는 신나게 커피 토크를 하고 기사님의 연락처를 받고자 하나 기사님은 쿨하게 거절하신다. 


저자의 단골 핸드드립 커피집들이 언급되는데 이 책이 나온 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러 지금은 없어지거나 위치를 옮긴 곳이 꽤 된다. 나중에 기회 되면 가 보고 싶다. 특히 커피국수 레시피를 창안하셨다는 스님의 낙성대 길상사 지대방!

[보헤미안 커피 주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난 언제나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시는 걸 잊지 않는다. 고귀한 불굴의 노력이 생겨난다. 만약 당신의 이해력이 둔해진다면 커피를 마시세요. 커피는 知的 음료입니다.’

낙성대 길상사의 쉼터 지대방에서 언젠가는 정위 스님께 ‘커피 국수’를 주문해볼 참이다. "스님, 커피 국수 될까요?" 핸드드립 커피를 전통 막사발에 내주는 지대방 정위 스님이 낸 책을 보다가 발견한 커피 국수의 간단한 레시피는 이렇다. 먼저 국수 면을 삶고 찬물에 데친 다음 핸드드립 커피 4인분을 내려 붓는다. 얼음과 가늘게 썬 오이채를 넣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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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곽재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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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걸 노리다가 못 끝내느니 짧게라도 완성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저자는 미완성 교향곡 같은 걸 함부로 꿈꾸지 말라고 조언한다. 잘 몰랐는데 곽재식 작가가 다작은 물론이거니와 다방면으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생산성과 창의력이 높은 인물임이 틀림 없다. 


재미 없는 작품을 보면 자기가 뭘 재미 없어 하는지 체크해두라는 게 재미있고, 재미있는 장면들부터 쓰고 그 장면을 이어 써보는 방법을 제시한다. 필 받으면 먹지 말고 (대신 육포 같은 거 씹으며) 자지 말고 계속 쓰는 걸 체험해보라고도 권한다. 


'테레사 수녀님도 놀라는 기적의 주식 투자법'이란 상상의 제목이 나오기에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있는 책인지 굳이 확인해 보았다. 부자 되는 법에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는, 범상치 않은 학생이었던 것 같다. 

나는 중학생 시절에 이런 부류의 ‘부자 되는 법’ 책에 무척 관심이 많았다. 학교 도서관 관리를 맡았던 나는 신청도서 목록에 적당히 그럴듯한 교양경제서의 제목을 가진 부자 되는 법 책을 끼워 넣었다. 그런 책들은 한두 달이 지나면 어김없이 학교 도서관 서가로 배달되어 내 손아귀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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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현숙 -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69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69
나혜석 지음 / 더플래닛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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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현숙' - 먼저 읽은 '경희'처럼 여주 이름이 제목. 경희는 여학생, 현숙은 일하는 여성이다. 경희는 가족 안에, 현숙은 가족 밖에 있다. '현숙'은 나혜석이 이혼하고 가정의 바깥에서 썼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네이버 지식백과] 나혜석 작품집 (고전해설ZIP, 2009. 5. 10., 지식을 만드는 지식)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730748&cid=60608&categoryId=6060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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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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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나온 이 책을 이제야 한달음에 읽고 그해의 격랑을 만난다. 펜이 칼보다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피 같은 잉크의 불꽃이 타오르면 그 흔적은 뜨겁다. 그해 6월 초에 지방선거가 있었고 올해 같은 달에 또 지방선거가 온다. 권력을 재구성하고 정치에 참여할 기회가 다시 생긴다는 뜻. 개인적으로 이 책에 묶인 귀한 글들 중 정신분석학을 하는 김서영과 정치학을 하는 홍철기의 글이 특히 생각거리가 많았다.

세상은 신의 노여움을 잠재울 의인 열 명이 없어서 멸망하는 게 아닐 것이다. 세상은 분명 질문에 대답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질문하는 사람 자리로 슬쩍 바꿔 앉는 순간에 붕괴될 것이다.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일이나 잘하세요." 구체적인 상황에서 맞닥뜨려보면 이 말은 꽤 충격적이어서 정말로 그래야겠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공동체를 위한다는 건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 배명훈

힘을 독점한 국가가 그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때, 자기배려의 기술을 채 터득하지 못한 ‘국민’은 사멸한다. 생명보존의 자율적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채, 어처구니없이 죽음에 노출되고 마는 것이다.

호러국가는 인간이 생명을 유기하고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 지배의 상태다. 세월호는 구멍난 약육도생, 각자도생의 스테이트가 낳은 최악의 테러다.

세월호는 신자유주의의 파국적 예외가 아닌 파멸적 상례에 불과하다. – 전규찬

우리 자신의 무능력의 극복은 "사회적인 것을 정치적인 것으로 만드는" 공적 재현 행위와 그 실행과정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하겠다. – 홍철기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난 대한민국의 진실을 못 본 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설의 주인공이 진실에 응답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시시해질 뿐이지만, 우리가 그런 일을 하면 죽은 사람들이 한번 더 죽는다. 사람을 죽게 내버려두는 것은 불법이다. 같은 사람을 두 번 죽이기 전에 이 불법 정부는 기소되어야 한다. – 신형철(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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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목련정전
최은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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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어찌 이리 썼나, 물론 작정하고 썼겠지. 해설자도 징글징글 끔찍했던 모양이라 표제작 '목련정전'은 아예 인용 포기. 해설에 나와 있듯이 문제는 실제 세상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가 않아서. 머리 검은 짐승 거두지 말랬다고, 사람 고쳐쓰는 거 아니라고, 죄가 무슨 죄냐고 사람이 죄지......


[네이버 지식백과] 목련전 [目連傳]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301714&cid=40942&categoryId=31546

저 문장들이 묘사하는 것이 지옥이 아니라면 무엇이 지옥일까? 한국 소설사를 통틀어도 그 예를 별로 찾기 힘들 듯한 저 문장들을 작가는 어떻게 썼을까? 독자는 또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야 할까?

작가 최은미는 매 소설이 시작될 때마다 온순하고 자애로운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묻는다. ‘준비되었나요? 그럼 시작하지요.‘ 그러나 그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해도 이 지옥을 겪는 일은 충격적이다.

나는 차마 그 장면을 여기 옮겨놓지 못한다. 그러나 독자는 이미 읽었을 테니 보았을 것이다.

참으로 염세적이다. 잔혹하다. 비관이 극에 달해 죽을 듯 우울한 세계다. - 해설(김형중)

한 소설의 퇴고를 끝내고 나면 나무의 색깔과 소리가 달라져 있을 때가 많았다. 그리고 어느새 다음 소설이 와 있었다. 가는 계절과 오는 계절 사이, 가는 소설과 오는 소설 사이에서 자잘한 소름을 느끼던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소설집의 방향을 잘 이끌어준 편집자 지인 씨, 해설을 써주신 김형중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왠지 두 분은 내 인물들을 이해해주실 것만 같다. 내게 계속 말을 걸어주는 가족들한테도 감사를 전한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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