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의 출처는 여행기 '설렘 한 스푼,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스텔라)이다. 저자는 드레스덴에서 크리스마스 당일 발레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본다. 


어제 외출했다가 보고 찍은 트리 사진이다. 호두까기 인형 장식이 있다. 얼핏 보면 그냥 병정 인형 같지만 이빨이 호두까기.




호두까기(nutcracker)로 검색하다가 발견한 마티스의 정물화. 내년 마티스 달력도 가져온다. 오늘은 월요일 같은 화요일, 크리스마스 바로 다음 날! 올해가 며칠 안 남았다. 레알 연말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주인공인 마리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호두까기 인형을 소중히 여기지만, 장난꾸러기 오빠 프리츠 때문에 인형이 망가져버린다. 마리는 속상해하며 다친 인형에 붕대를 감싸준 후 잠들고, 이후의 이야기는 모두 마리의 꿈. 쥐 떼들의 습격으로부터 마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위험에 빠진 호두까기 인형을 마리가 구해낸다. 마리의 도움으로 전투에서 승리한 호두까기 인형은 멋진 왕자님이 되어 마리를 데리고 과자 나라로 향하고, 그곳에서 두 사람의 승리를 축하하는 춤 공연을 함께 감상한다. 사랑에 빠진 호두까기 왕자와 마리도 행복하게 춤을 춘다. 이렇게 꿈은 끝이 나고, 다음 날인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에 마리는 잠에서 깨어난다. 지난밤 꿈속에서 모험을 함께한 호두까기 인형을 꼭 안아주며 극은 끝난다. 말하자면 전부 어린 마리의 꿈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조차 소녀의 꿈답게 과자 인형들의 춤이 절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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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한 스푼,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 5일 간의 독일 뉘른베르크, 드레스덴 겨울 여행 일기'(스텔라)의 마지막이다. 이 페이퍼와 함께 올해의 성탄절이 지나간다. 

2023. 12. 24. DRESDEN FRAUENKIRCHE


[네이버 지식백과] 프라우엔키르헤 [Frauenkirche]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1001, 2009. 1. 20., 리처드 카벤디쉬, 코이치로 마츠무라, 김희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50267&cid=43081&categoryId=43081

드레스덴 성모교회 By Brück & Sohn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마지막 날의 마지막 일정은 여행 내내 거의 매일 마주친 성모 교회. 오늘은 드디어 내부로 입장한다. 이곳에서 성탄을 기념하는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감상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밤에 교회에서 듣는 파이프오르간 연주라니, 낭만적이지 않은가.

이 교회에 원래 있던 오르간은 18세기경 활동했던 독일의 유명 오르간 제작자 고트프리트 질버만의 작품이다. 음악의 아버지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바흐가 그 오르간을 연주했다고 한다. 하지만 2차 대전 당시 폭격으로 교회가 전소된 후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원래의 오르간을 복원하지는 못했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였기에, 아쉽게도 바흐가 연주했다던 오르간은 이제는 볼 수 없다. 참고로 가톨릭 궁정 대성당의 오르간도 질버만이 제작한 것인데, 이쪽은 질버만의 작품이 현재까지 잘 보존되어 오고 있다.

성모 교회가 파괴된 후, 드레스덴 시민들은 재건을 기원하며 건물 파편들을 주워 담아 각자 보관했다고 한다. 몇 십 년이 지난 후, 재건 프로젝트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파편을 반납하였고, 수거된 파편들은 모두 재건에 사용되었는데, 이 제단 부분의 파편만 2천여 개가 회수되었다고 한다. 완전히 망가진 후 거의 처음부터 다시 제작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약 80%의 부품과 재료가 본래의 것이라고. 성모 교회에 대한 드레스덴 시민들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멋진 이야기이다.

드레스덴에 다시 밤이 찾아온다. 오늘 밤은 조명 불빛도 꺼진 새까만 모습. 이렇게 이번 크리스마스도 나의 여행도 막을 내린다. - DAY 5. 12월 25일 동화 속 환상의 나라, 꿈꾸는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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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수록작 '벽 - 짤막한 크리스마스 이야기'에서는 열정과 오해와 질병으로 사람들이 죽어간다.


White Christmas · Bing Crosby · Pentatonix · London Symphony Orchestra

A Bing Crosby Christmas

Released on: 2023-12-23


"그러니까 아무 생각도 해내지 못했단 말인가?" 그가 재촉하듯 물었다.

"전혀." 내가 털어놓았다. "보름 전부터 벽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네."

내가 오랜 친구인 그를 찾아온 것은, 원기와 낙관주의와 집중의 힘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기적의 약’ 한 가지를 처방해달라고 하기 위해서였다. 12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유수한 어린이 신문사의 편집장에게, 청소년 독자들이 내게서 기대함직한 교훈적이고도 멋진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쓰겠다고 약속한 터였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대개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멋진 이야깃감이 떠오르곤 하지." 나는 그에게 설명했다. "밤이 길어지고, 상점 진열장에 장난감들이 가득 찰 때가 되면, 그런 이야기가 절로 떠오른다네. 하지만 이번엔 내게서 영감이 떠나버린 것 같네. 벽 앞에 있는 것 같다니까……"

훌륭한 의사의 두 눈에 꿈꾸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자넨 멋진 주제를 찾아낸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벽이라…… 난 자네에게 약을 처방하지 않겠네. 부들스에서는 의사가 아니니까 말일세. 그 빌어먹을 알약을 원한다면, 병원으로 날 찾아오게. 5기니 정도 들 걸세. 하지만 그 대신 벽에 대한 실화 하나를 들려줄 순 있네. 여기서 말하는 벽은 원래의 뜻도 되고 비유적인 뜻이기도 하네. (하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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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한 스푼,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스텔라)의 저자는 크리스마스 날 드레스덴의 유서깊은 극장에서 발레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보는 기쁨을 누린다.

By Thaler Tamas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 [네이버 지식백과] 젬퍼 오페라 하우스 [Semper Opera House]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 2009. 1. 20., 마크 어빙, 피터 ST. 존, 박누리, 정상희, 김희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10515&cid=42664&categoryId=42664

By Christian Barth - Own work,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 젬퍼 오페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87XX39500759



브런치를 마치고 향한 곳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오페라하우스, 젬퍼 오퍼 Semperoper. 건물의 명칭은 설계를 담당한 독일의 건축가 고트프리트 젬퍼의 이름과 같다. 르네상스 양식의 아름다운 이 공연장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관현악단 중 하나로 손꼽히는 드레스덴 작센 국립 관현악단 Sächsische Staatskapelle Dresden의 본거지로도 유명하다. 음악사로 보자면 바그너의 <탄호이저>를 비롯한 수많은 명작들이 초연된 곳이며, 현재까지도 매년 5월 드레스덴 음악제가 열리는 독일 음악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호두까기 인형>은 나의 개인적인 크리스마스 의식이다. 스무 살부터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을 번갈아 가며 같은 공연을 계속 관람해왔다. 곡도 춤도 외울 지경이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가장 깊이 파묻힐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을 계획할 때 항공편과 숙소 다음으로 결제한 것이 바로 이 공연의 티켓이었다. 해외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도, <호두까기 인형>을 관람하는 것도 처음이라 가장 기다려왔던 순간 중 하나다.

공연 시작 전, 객석에 앉아 들뜬 표정으로 입장하는 다른 관객들의 얼굴을 본다. 잠시 후, 장내가 어두워지고 막이 열린다. 현악기가 이끌어가는 첫 곡이 흐르고 무대 위에서는 두꺼운 외투를 입은 손님들이 손에 등불을 들고 마리네 집으로 하나둘씩 모여든다. 몇 번을 봤는데도 설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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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더스의 개 / 루벤스

아래 글의 출처는 '플랜더스의 개'(위다 지음 / 프랜시스 브런디지 그림 / 햇살과나무꾼 옮김)이다. 넬로와 파트라슈가 최후를 함께 한 성당에 루벤스의 아래 작품들이 있다. 벨기에 안트베르펜 성모 성당(Cathedral of Our Lady, Antwerp, Belgium)이다.



The Elevation of the Cross (1610) By 伊部リコ, CC BY 3.0, 위키미디어커먼즈


Descent from the Cross (1612 - 1614) By Art-Facts.com - CC BY-SA 2.0, 위키미디어커먼즈


2019년 12월 안트베르펜 성모 성당 내부 By Steven Lek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그림은 12월 1일까지 내야 했고, 우승자는 12월 24일에 발표될 예정이었다. 우승자는 온 일가친척들과 함께 기쁜 크리스마스를 맞게 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의 방앗간에는 참나무 장작과 토탄 땔감, 크림과 벌꿀, 고기와 빵이 가득했다. 서까래에는 상록수 가지로 만든 화환이 늘어뜨려져 있고, 십자가상과 뻐꾸기시계는 호랑가시나무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알루아에게 주는 선물로 작은 등롱과 갖가지 모양의 장난감, 포장지에 알록달록한 그림이 그려진 사탕도 있었다. 집 안 곳곳이 밝고 따뜻하고 풍요로웠고, 알루아는 파트라슈를 귀한 손님으로 정성껏 대접하려 했다.

하지만 파트라슈는 따뜻한 곳에 눕지도 않고, 크리스마스 음식을 먹지도 않았다. 배가 많이 고프고 몹시 추웠지만, 넬로 없이는 편히 쉬거나 배불리 먹고 싶지 않았다. 파트라슈는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문에 바싹 기대 달아날 틈만 노렸다.


파트라슈는 가느다란 실처럼 바닥에 얼어붙은 하얀 흔적을 길잡이 삼아, 적막한 고요를 헤치고, 둥근 천장 아래 펼쳐진 드넓은 공간을 지나, 곧장 제단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거기에, 돌바닥 위에 누워 있는 넬로가 보였다. 파트라슈는 살며시 다가가 넬로의 얼굴을 건드렸다. 그 다정한 몸짓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설마 내가 의리도 없이 널 버릴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난 개란 말이야."

넬로는 나지막이 울음을 터뜨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파트라슈를 꼭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우리, 여기 누워서 같이 죽자. 사람들한테는 우리가 필요 없어. 우리는 외톨이야."

크리스마스 아침이 밝아 사제들이 성당으로 왔을 때, 넬로와 파트라슈는 그렇게 돌바닥 위에 함께 누워 있었다. 벽에 걸린 루벤스의 위대한 그림은 휘장이 걷혀 있어 이제 막 떠오른 태양의 맑은 빛이 그리스도의 머리에 씌워진 가시관 위에서 어른거렸다.


"아, 넬로, 돌아와! 이제 너만 오면 된단 말이야. 아기 예수님이 선물을 한 아름 들고 있고, 피리 부는 할아버지가 연주를 해 주실거야. 엄마가 크리스마스 내내 같이 난롯가에 앉아 밤을 구워 먹자고 하셨는데……. 아니, 크리스마스 지나고 공현 축일(동방 박사 세 사람이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온 것을 기념하는 날. 1월 6일:옮긴이)까지 있어도 된단 말이야! 파트라슈도 정말 기뻐할 텐데! 아, 넬로, 눈 좀 떠 봐!"

하지만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머금은 채 빛나는 루벤스의 걸작을 바라보고 있는 핏기 없는 어린 얼굴은 모두에게 "너무 늦었어요." 하고 대답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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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12-25 14: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넬로와 파트라슈 너무 슬퍼요. 어릴 때도 진짜 많이 울었는데... 여전히 마음이 아프네요.ㅜㅜ

서곡 2023-12-25 15:20   좋아요 1 | URL
그쵸? 저도 이번에 읽으며 또 너무 슬퍼서...˝설마 내가 의리도 없이 널 버릴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난 개란 말이야.˝ ˝우리, 여기 누워서 같이 죽자. 사람들한테는 우리가 필요 없어. 우리는 외톨이야.˝

서니데이 2023-12-25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곡님,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가 되면 스크루지가 먼저 생각나긴 하는데, 플란더스의 개도 있었지요.
아는 내용이지만 다시 읽어도 이 결말은 마음이 아파요.
잘 읽었습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서곡 2023-12-25 21:0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오늘 잘 보내셨나요 네 크리스마스 캐롤도 늘 좋아하는 이야기에요 그러게요 플랜더스의 개는 참 마음 아픕니다 감사합니다 남은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