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소설 '악마'를 정리한 후 타로 악마카드가 떠올라 찾아 보았다.

타로 악마카드 By Papus [i.e. Gérard Analect Vincent Encausse] (1865–1916)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어떤 사람들은 사탄이 타로를 발명했고 인간에게 주어 죄의 유혹에 빠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타로는 그 무엇보다 영적인 기록물이기에 설사 악마 카드가 우리가 가진 약점에 불을 밝혀 우리 안의 어둠을 보여준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상징은 두 사람을 묶고 있는 사슬이다. 목을 묶고 있는 사슬은 느슨해서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는 정도다. 우리에게는 항상 선택의 자유가 있다. 아무리 상황이 나쁘고, 결국 끝나버린 것 같아도 우리는 상황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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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악마'의 결말이 있습니다. * [네이버 지식백과] 1880년 이후의 톨스토이 (러시아 문학사, 2008. 08. 25., D. P. 미르스키, 이항재)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4353697&cid=60614&categoryId=60614 참고

 

Giotto - Exorcism of the Demons at Arezzo Original Title: Esorcismo dei Demoni di Arezzo Date: 1297 - 1299 https://www.wikiart.org/en/giotto/exorcism-of-the-demons-at-arezzo-1299

"삼촌, 삼촌이라면 저를 도와주실 수 있을 거예요. 단지 도와주시는 게 아니라 구원해 주실 수 있을 겁니다." 예브게니가 말했다. 자신이 존경하지 않는 삼촌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는 생각, 삼촌에게 자신의 가장 형편없는 모습을 보일 것이고, 그 앞에서 자신을 비하한다는 생각이 그에게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스스로를 추악하고 죄 많은 존재로 여겼으며, 스스로를 벌하고 싶었다.

"얘야, 말해 보거라,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느냐?" 무언가 비밀이 있으며, 게다가 그것이 부끄러운 일이고, 그런 비밀을 자신에게 알려주려 하고, 자신이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 매우 흡족해하며 삼촌이 말했다.

"먼저 제가 추악한 놈이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비열한 놈, 그래요, 비열한 놈이라는 걸 말씀드려야겠습니다.""아니, 무슨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삼촌이 목구멍을 한껏 부풀리면서 대꾸했다.

"그런데, 너 정말 사랑에 빠진 거냐?""아아, 그런 게 결코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이건 어떤 힘이 저를 사로잡고 있는 거라고요.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제가 기운을 차리면, 그때는……."

‘정말이지 그녀는 악마다. 악마가 분명해. 정말이지 그녀는 내 의지와는 반대로 나를 조종했어. 죽여야 하나? 그래. 두 가지 출구 밖에는 없다. 아내를 죽이든가 아니면 그녀를 죽이는 것.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으니까. 이렇게는. 곰곰이 따져보고 앞날을 예상해 봐야 해. 이대로 있다간, 어찌 되겠어?

‘그럴 수는 없어. 두 가지 출구밖에는 없어. 아내를 죽이든가 그녀를 죽이든가. 그리고 또…… 아아, 그래, 제3의 출구가 있다, 있어.’ 그가 조용히 소리 내어 말했다. 순간 그는 전신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그래, 자살하는 거다, 그들을 죽일 필요는 없어.’ 그는 문득 두려웠다. 다름 아니라 오로지 이 출구만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권총은 있다. 정말로 자살하게 될까? 이거야말로 결코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건 얼마나 이상할까?’

그는 총구를 관자놀이에 갖다 대고는 잠시 주저했다. 스테파니다,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결심, 자신과의 싸움, 유혹, 발작, 또다시 자신과의 싸움, 그 모든 걸 떠올리자마자 온몸이 공포로 부르르 떨렸다. ‘아니야, 이편이 더 나아.’ 그러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 누구도 자살의 원인을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었다. 두 달 전에 예브게니가 자신에게 한 고백이 자살의 이유와 어떤 점에서 관련되는지 삼촌의 머릿속에는 도무지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예브게니 이르테네프가 정신병자였다면,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정신병자일 것이다. 진정한 정신병자는 타인에게서 광기의 징후를 보면서, 자기 자신에게서는 똑같은 것을 보지 못하는 자들이다. - 악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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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17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크로이첼 소나타 영화를 본 적 있어요.
너무 무서워서 공포영화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톨스토이 원작이더라구요.
지금은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고, 무서웠던 것만 생각나요.
잘읽었습니다. 서곡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서곡 2023-02-17 21:08   좋아요 1 | URL
오 저도 보고 싶네요 네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주말 되시길요 ☺
 

Portrait De Simone En Veste Rouge, 1986 - Hélène de Beauvoir - WikiArt.org


위는 엘렌이 그린 언니 시몬의 초상화이다. 아래는 엘렌의 자화상인데 시몬과 많이 비슷하다. 


Self Portrait - Hélène de Beauvoir - WikiArt.org


2005년 번역출간된 보부아르 자매에 관한 '보부아르 보부아르'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클로딘 몽테유・실천문학사・서정미 옮김 https://v.daum.net/v/20050224043640109?f=o


* 추가-장영은의 '글 쓰는 여자들의 특별한 친구'에 '친구 같은 자매, 자매 같은 친구 ― 시몬 드 보부아르와 엘렌 드 보부아르'가 실려 있다('1부 우정을 읽는 여자들').




엘렌은 그들 자매가 어릴 때부터 문학과 예술을 즐겨 왔지만 어떤 결정적 순간이 있어서 언니가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거나 자기가 화가를 지망하게 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엘렌은 그림을 그리면서 그런 메시지를 몰아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몬 역시 어린 시절을 돌아보고 강력한 소명을 느꼈지만 자신에게 독창성이 없는 것 같아 절망했다고 말한다. 상상력이 말하게 하고,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지경이었다고 - 6장 자기만의 방 1929~1935년"나의 저작이 생생한 현실을 표현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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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선집 가이드 '나쓰메 소세키 시작해 볼까요'는 독후감 모음으로서 신형철 평론가가 네 번째 장편 '태풍'에 대해 썼다. 이 글은 현암사 '태풍' 해설이다. 


1907년 작 '태풍'을 토마스 만의 대표적 단편인, '태풍'보다 4년 전에 나왔다는 1903년 작 '토니오 크뢰거'에 견주어 읽는 대목이 짧지만 흥미롭다. 신 평론가는 우리 시대를 빗대어 "신자유주의라는 '태풍' 속에서 (인)문학이라는 '나비'가 처해 있는 상황"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타매'라는 단어가 나와 사전에서 찾아둔다. (타매 唾罵 몹시 업신여기거나 더럽게 생각하여 침을 뱉으면서 욕함.) 


일본 학자의 저서 '나는 소세키로소이다'가 신형철 평론가의 위 글에 참고서로 쓰인다.






친구가 표상하는 화사한 부르주아의 세계 앞에서 토니오가 자신을 ‘길 잃은 시민’이라 자인한 것처럼 다카야나기는 ‘세상의 외톨이’(8장)임을 아프게 깨닫는다. (출처:신형철, 백 년 동안의 방황-태풍의 보편성과 현재성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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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옮긴 톨스토이의 '악마'는 펭귄클래식 '크로이체르 소나타'(이기주 역) 수록판이 출처이다.

Seated Demon, 1890 - Mikhail Vrubel - WikiArt.org


https://en.wikipedia.org/wiki/Mikhail_Vrubel

"내 말 좀 들어보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예브게니가 입을 열었다."이보게, 바실리 니콜라예비치, 내가 총각이었을 때 지은 죄가 있다네……. 어쩌면 이미 얘기를 들었는지도 모르겠군…….""스테파시카 말씀이시죠?""그래, 그렇다네. 제발 부탁이네, 그녀를 우리 영지의 인부로 쓰지 말아주게. 알겠지만, 나에게는 아주 불쾌한 일이네…….""그럼요, 알고 있습죠. 사무실 직원 바냐가 알아서 처리했는걸요."

그렇게 그 문제는 종결되었다. 예브게니는 그녀를 보지 않고 지냈던 지난 1년처럼 지금도 그렇게 지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마음을 놓았다.

‘더군다나 바실리가 바냐에게 말을 하고 나서, 바냐가 그녀에게 이야기를 전하면, 그녀는 내가 그것을 원치 않는다는 걸 알게 되겠지.’ 그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예브게니는 아무리 힘들다 해도 문제를 스스로 책임지고자 바실리에게 말했다는 게 뿌듯했다. ‘그래, 이 의혹과 이 수치심보다 모든 게 더 나은 일이야.’ 그는 그가 저지른 죄악을 회상하면서 머릿속으로 몸서리쳤다.

중요한 것은, 그에게 자신의 의지란 없고, 그를 움직이는 다른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오늘은 살아났지만, 오늘이 아니더라도 어찌 되든 내일, 혹은 모레는 결국 파멸하게 될 것이었다.

‘그래, 파멸이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그렇게밖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시골에서 농부 여편네와 붙어서 사랑하는 젊은 아내를 배신하는 것. 모든 점에서 이건 저지르고 나면 더는 살 수가 없는 무서운 파멸이 아니겠는가? 아니다, 조치를 취해야만 해, 그래야만 해. 하나님 맙소사!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정말로 나는 파멸하고 마는 건가?’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조치를 취할 방도가 없단 말인가?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 그녀를 생각해서는 안 돼. 생각해서는 안 돼!’ 그가 그렇게 스스로에게 명했다. 바로 그 순간 그녀가 생각났고, 그녀가 눈앞에 떠올랐으며, 단풍나무 그늘이 눈앞에 그려졌다. -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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