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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와인; 취향의 발견 - 온전한 생명력을 지닌, 와인의 ‘오래된 미래’
정구현 지음 / 몽스북 / 2022년 9월
평점 :

술을 많이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와인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다른 술과 달리 주류라는 인식보다 문화라는 인식을 더 많이 가지게 한다. 저자는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와인의 길을 밟아온 와인의 장인이다. 특히 내게는 생소한 내추럴 와인에 정통한 전문가다.
내추럴 와인은 대량 생산되는 산업화된 컨벤셔널 와인에 비해 소량으로 생산하는 와인이다. 저자는 내추럴 와인이 기존 대량 생산되는 와인과 배타적인 관계가 아닌 모든 와인의 연속성에서 생각해주길 당부한다.
오히려 컨벤셔널 와인은 쥘 쇼베와 같은 내추럴 와인의 아버지들이 와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양조법을 개발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도 컨벤셔널 와인으로 와인 경력을 시작해서 내추럴 와인의 매력에 깊게 빠져들었다고 한다.
덕분에 부부는 루아루의 내추럴 와인 메이커 제롬 소리니의 와인을 너무 사랑하여 딸의 이름을 소린으로 지었을 정도라고 한다. 저자의 내추럴 와인에 대한 사랑의 깊이를 느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같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내추럴 와인에 대해서 설명하고, 와인의 역사 및 오해와 상식을 다룬다. 내추럴 와인을 걸작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를 분석하고 그 장인정신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한국에서도 맛볼 수 있는 내추럴 와인을 소개하면서 독자들의 선택을 돕는다.
내추럴 와인은 유기농으로만 만들어진다. 오직 포도와 포도 껍질의 자연 효모로만 만드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원래 와인은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원래 그래야 하지만 컨벤셔널 와인은 자연 효모가 충분히 발효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없다.
전통 방식으로 담근 간장, 식초, 막걸리 등처럼 자연 효모가 충분히 자연 발효될 수 있는 시간을 거친 와인이 바로 내추럴 와인인 것이다.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양조 과정에서 첨가물을 넣거나 특정 성분을 제거하거나 대량으로 배양한 효모를 넣지 않는다. 나는 한 번도 내추럴 와인을 마셔본 적이 없다. 이런 세계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부터 경험해 볼 일이다.
내추럴 와인도 술이기 때문에 건강상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컨벤셔널 와인을 못 마시는 사람도 내추럴 와인은 마실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건강 상의 이유든 취향의 이유든 내추럴 와인 밖에 마실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내추럴 와인은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의 2%, 판매 금액의 5% 이상을 차지한다고 추정된다. 정말 적게 생산되지만 대량 생산되는 와인보다 많이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내추럴 와인 중에 국내에 수입이 되면서 와인 숍과 바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한다.
'클래식'은 누구나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깨끗하고 깔끔한 타입의 와인이다. '펑키'는 내추럴 와인 애호가들은 열광하지만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타입의 와인이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면서 마셔보는 재미가 있을 듯 하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동유럽,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 지역별 내추럴 와인의 대표 거장들과 대표 와인들을 소개한다. 와인을 잘 모르는 나에게는 모두 생소하지만 중간에 익숙한 이름을 볼 수 있다.
세계에서 와인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 프랑스라고 한다.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 부르고뉴(Bourgogne), 보졸레(Beaujolais), 상파뉴(Champagne) 등은 나도 자주 접했던 것들이라 익숙하다.
와인도 잘 모르지만 내추럴 와인은 더 모른다. 요즘은 막걸리가 다양한 브랜드에서 수십 가지가 출시된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 직접 자연 효모로 발효시킨 막걸리를 마셔본 적이 있다. 아마도 내추럴 와인이 시골에서 마셨던 그런 막걸리 같은 의미가 아닐까?
와인 전반에 대한 역사와 내추럴 와인의 거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정리가 잘 된 책이다. 아직 와인에 대해 초보이지만 몇 가지 와인은 이제 알고 마실 수 있어 좀더 재미있는 와인 시음이 되지 않을까 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