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의심하라, 그 끝에 답이 있다
르네 데카르트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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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면을 더 들여다보게 된다. 지금보다 좀더 젊었을 때는 외부의 시선, 어른들의 조언에 신경쓰느라 나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지금은 내가 하는 생각,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진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의 무게감이 갈수록 커져 가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이나 실용서보다 고전과 철학에 관련된 책들에 눈길이 더 간다. 그리고 40대 후반이 되면서 책을 선택하는 기준도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내용인가, 오래도록 소장하면서 읽어볼만한 책인가로 바뀌고 있다. 30대 이전에는 단 한번도 보지 않았던 철학책을 읽기 시작했다. 마침 모티브 출판사에서 펴낸 세계철학전집 데카르트편이 있어 시작해 보려 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로 유명한 데카르트는 학교 졸업이후 처음 접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책을 읽어도 그 책의 내용을 음미하지 않으면 빠르게 잊게 된다. 읽은 내용을 내 삶에 적용하기 위해 생각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덜 잊게 되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말은 이런 독서 습관에 적용된다.


데카르트는 당연한 것들에 대한 의문을 품으면서 깊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까지도 의심했다. 깊은 의문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절대 변하지 않는 한가지 확신을 얻었는데 그것이 바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이다. 이를 토대로 어떻게 하면 확실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사고의 과정을 이어갔다.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유도한다는 말이 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고, 익숙한 것들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완벽한 인생의 정답을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데카르트가 그랬던 것처럼 더 나은 나를 이해하기 위한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결국 제대로된 정답은 제대로된 질문에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해 보라고 한다. '트루먼 쇼'라는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요즘처럼 스포일러를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봐야 했다. 오히려 그것이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영화의 주인공인 트루먼을 제외하고 삶의 모든 것이 가짜라는 사실은 얼마나 충격적인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영화의 세트장이었다면 어떤 느낌일까?


과연 내가 살고 있는 삶은 트루먼의 삶과 무엇이 다를까? 나는 진정한 나의 삶을 살고 있을까? 나를 둘러싼 환경, 사람들은 세트장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지하에 갇혀 보면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다시 점검해보는 기회를 준다.


사람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신념과 가치들에 지배당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논리적으로 검증된 것인지 그냥 감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인지에 대한 생각해보지 않는다. 현직 대통령 탄핵 사건으로 돌아본 우리 사회의 대립구도를 보면서 데카르트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자신들이 믿는 신념과 가치가 정말 맞는 것인지 한 번쯤 검토해보면 좋을 듯 하다.


철학책을 넘어 인생의 지혜를 알려주는 조언으로 데카르트의 말을 들어보자. 의심과 질문을 통해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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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 - 무심코 쓰는 말에 숨겨진 차별과 혐오 이야기
태지원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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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한 때 나의 꿈은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 그런데 살다보니 평범한 삶도 그렇게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평범한 삶을 넘어 부자로 잘 살고 싶다. 내가 그렇게 바라던 평범한 삶은 어떤 삶일까? 평범하다는 말 자체를 정의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갑자기 의문이 든다. 우리가 평소에 잘 사용하는 말에도 차별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사람은 익숙해지면 조심성을 잃는 것 같다. 필자는 개인적 경험으로 중동에서 살게 되면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감각이 생겼다고 한다. 프롤로그에서 그를 소개하는 말이 인상 깊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직업인이었고, 이성애자였고, 비장애인이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그는 '경계 바깥의 인간'이라고 고백한다. 낯설고 불편한 경험이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보는 안테나를 가동해 보면서 느낀 것들을 이 책에 담았다. 어떤 단어나 문장은 날 선 칼처럼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다. 편을 가르게 하는 말도 있고, 장벽을 치게하는 말도 있다. 필자는 이런 말들의 근원은 진화론에 근거한 생각의 틀에 있다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개인이 가지는 고정관념으로부터 기인한다.


생각의 틀에 맞게 진화한 인간은 인지적 편리함을 추구한다. 협력과 공존이 필수인 인간에게 낯선 상대를 마주할 때 적군인지 아군인지 판단하는 툴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야 적에 맞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시도로 '생각의 틀'이 만들어지고, 성별, 연령대, 민족, 인종, 종교 등 아군과 적군을 가르는 잣대가 생겼다. 필자는 이런 잣대들 중 의식하지도 못한채 사람 사이의 편을 가르는 8가지의 단어를 다룬다.


정상, 등급, 완벽, 가난, 권리, 노력, 자존감, 공감 등의 8가지 단어를 통해 노골적으로 선을 긋거나 편견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불편한 관계를 야기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이미 한 방향으로 확고하게 치우친 해석을 하거나 불편한 단어가 되어버린 경우가 있어 실로 충격적이다.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단어가 원래 의도하는 것이 아닌 편견을 담은 단어가 되어 가고 있다.




가난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가난하고 싶어서 가난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시대는 가난도 품성으로 보는 것 같다. 가난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 빈곤 포르노란 말을 처음 들어봤다.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 굶주리는 아이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여주면서 동정심을 끌어내 후원에 참여하게 하는 마케팅 방법을 말한다. 그러고보니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후원방식이 이렇게 바뀐 단체가 많이 늘었다.


비싼 돈가스 식당에서 기초생활수급 대상 누나와 동생이 와서 각각 메뉴를 시켜 먹었다고 항의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해당 음식점의 점주의 배려로 점주가 공짜로 밥을 먹인 사실이 확인되었지만 씁쓸하다. 자신도 비싸서 망설이는 가격의 음식점에 가난하다고 생각한 아이들이 와서 먹는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항의까지 할 일인가?


우리 사회는 가난한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심하다. 가난한 사람들은 기본적인 욕구 외에는 욕심을 부리면 안되는 것일까? 우리가 낸 세금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쉽게 따라 붙는다. 후원 업체들이 자주 사용하는 마케팅 방법으로 인해 고착된 이미지를 벗어나는 행복을 원하면 탐욕스러운 것일까? 우리는 너무나 쉽게 빈곤에 속하지 않는 '우리'와 '그들'을 선 긋기를 하고 있지는 않는가?


필자가 문제로 제기한 8가지 단어는 이미 우리 삶에 깊숙히 침투하여 다른 사람을 날 선 칼 같은 언어로 베고 있었다. 꼭 언어뿐 아니라 우리의 인식을 이미 점령하여 당연하게 선을 긋고, 편견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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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윤석열 탄핵 사건 선고 결정문 읽기와 필사 -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파면 결정문 전문 수록
대한민국.헌법재판소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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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를 가진 나라들에서 탄핵 요구는 있었지만 현직 대통령이 실제로 탄핵된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최근에 무려 2번의 현직 대통령 파면을 겪었다. 물론 국민의 대의를 받들지 않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받아들이면 민주주의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방증이므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국민의 뜻을 더 잘 반영하고 존중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건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탄핵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경우보다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의 통합 차원에서 이슈가 많았다. 특히 4월 18일 퇴임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말에서 드러나듯 국민의 통합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 파면 결정문에 고스란히 실렸다. 다른 결정문과 달리 국민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고심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서술한 것이 주목할 포인트이다.



원래 9인 체제의 헌법재판소이지만 1명이 임명되지 않아 8명만으로 평의를 하고 결정을 했지만 헌법 해석의 논란이 없도록 8명 전원 만장일치 의견이 나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평화적이고 유쾌한 시위 문화를 만들었던 대한민국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는 과격한 폭력 사태를 유발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평화적인 방법으로도 충분히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사건 선고 결정문이 나오고 나서는 어떤 법리적 문제를 제기한 기사를 본 적이 없다. 선고 전에는 다양한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서 헌법재판소를 흔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재판관들의 심사숙고한 노력 덕분에 국민 대통합의 길을 열었다. 이번 선고가 국민의 뜻을 거스른 대통령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있지만,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2024년 12월 3일 계엄은 선포한 이후 국회의 탄핵 의결을 통해 2024헌나8의 사건번호를 받은 대통령(윤석열) 탄핵 사건이다. 2022년 5월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서 파면되었다.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논란의 소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명쾌한 문장으로 인해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 더 소장해서 필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결정문은 주문과 이유로 구성된다. 이유는 사건 개요, 심판 대상, 적법요건 판단, 탄핵의 요건으로 시작한다. 이후 이 사건 계엄 선포에 관한 판단, 국회에 대한 군경 투입에 관한 판단, 이 사건 포고령 발령에 대한 판단, 중앙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에 관한 판단, 법조인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관한 판단을 살펴본다. 그리고 피청구인을 파면할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한다. 그리고 결론과 3파트의 재판관 보충의견으로 마무리된다.


판단을 위한 각종 증거자료를 토대로 계엄 이후의 사건들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마치 12.3 계엄사태를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백서 수준으로 기술되어 있어, 현장에 있지 않아도 당시 어떤 순서로 일이 진행되고, 어떤 명령이 있었으며, 일이 진행되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헌법재판서 선고 결정문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울컥할 일인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건재하고, 민주시민들의 의식수준이 높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면서 이런 선고가 가능한 이유를 결론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결정문의 '11. 결론'에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이 언급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핵심은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제도를 통해 충분히 국민과 국회와 소통할 수 있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 선고 결정문을 빠르게 필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책이라 화려하지는 않지만 왼쪽에 결정문, 오른쪽에 넓은 공간에 필사할 수 있는 책이다. 명문으로 소문난 결정문 필사를 하고 싶다면 단연코 이 책을 추천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대단하지만 다시는 현직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겪고 싶지는 않다. 6월 3일 대선 이후로 취임하는 대통령은 조속히 개헌을 서둘러 국민 통합을 공고히 하고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혼란을 해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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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 인 더 홀 - 역경을 넘어 폭발적인 성공을 이루기까지
밥 파슨스.로라 모턴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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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에 열광한다. 나도 그런 열광팬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쉽게 그들의 현재 모습에만 집중한다. 그들의 현재 모습은 우리에게 어떤 지침도 제공하지 못하고, 감동도 주지 못한다. 현재의 모습은 그저 그들의 치열한 도전과 실패를 극복한 결과물로써 보여질 뿐이다. 우리는 그들의 과정을 치열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파슨스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현재 모습을 본다면 아무 고생도 하지 않은 억만장자라 생각할 것이다. 고대디, PXG 등 세계적인 기업을 성공시킨 자산 4조의 부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렸을 때 없는 것보다 못한 부모 밑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다. 너무나 평범하지 못한 시절은 책 속에서도 고통의 시간으로 기록된다. 그런 그가 바뀐 것은 베트남전 참전용사가 되면서부터이다.


미해병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도박 중독자인 부모 아래에서 불우하게 성장했으며, 학교 생활은 낙제점의 연속이었다. 해병대 복무 기간은 그런 그에게 인생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를 제공한다. 뒤늦게 볼티모어대학교에 입학하여 우등으로 졸업하며 회계 분야의 일을 시작한다. 이후 창업을 통해 오늘날의 고대디와 PXG 등을 일구었다.


그의 인생은 크게 불우한 유년기, 해병대 임무 및 베트남전 참전, 해병대 이후 인생의 전환점, 고대디, PXG, 그리고 자선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해병대 시절과 베트남전 참전은 필자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현재의 인생 역전과 사업을 통한 억만장자를 이룰 수 있게 한 가장 중요한 밑거름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밥 프록터는 성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인생의 패러다임을 먼저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몸을 바꾸고 돈을 버는 노력보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잘 정의하고 그 사람이 되는 연습을 하는 것 말이다. 필자는 내면아이 워크숍을 통해 자신은 잘 몰랐지만 인생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이 몽상가, 모험가, 생존자, 베트남전 참전용사, 낭만가, 다정씨, 작가 등으로 바뀌게 된다.




나는 필자가 고대디의 창업자라는 사실에 놀랐다. 자산이 4조 규모의 엄청난 억만장자이지만 우리가 잘 아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고대디 창업 이야기는 흥미롭다. 처음 회사 이름을 빅대디로 시작해서 팻대디를 거쳐 고대디가 되기까지, 그리고 이후 회사 이름으로 놀림을 받는 것까지 시작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당시 도메인 등록시장을 장악한 대기업인 네트워크 솔루션에 비해 초라한 시작이었고, 성적도 처참했다. 회사를 시작할 무렵 가지고 있던 여유 자금은 15% 수준으로 쪼그라 들었고 회사를 접어야 하는 지경에 이를 때도 필자는 당황하지 않았다. 작고 저렴한 곳으로 이사를 하고 끝까지 버텼다. 아마도 창업의 성공 비결은 성공할 때까지 버티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이 50살이 되었지만 새로 창업한 사업이 성공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나라면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필자는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파산을 한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다는 판단이 서자 그냥 계속하기로 결정한다. 그는 배가 침몰하면 함께 침몰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필자는 인생에서 타이밍이 중요한데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다행히 운이 바뀌기 시작한다. 당시 닷컴 위기로 회사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필자는 부채없이 자기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더 오래도록 버틸 수 있었다. 매일 파산하는 기업들이 늘어가도 필자는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필자가 세운 고대디는 어려움을 이겨나가며 시장에서 우위를 다지기 시작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다. 이후 고대디 걸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고대디는 승승장구 성공을 거듭한다.


지금의 파슨스, 고대디를 보면 성공 과정을 알 수 없다. 고비의 순간에 내린 절묘한 선택과 결단, 그리고 인내와 굳은 믿음이 오늘의 그를 만들어낸 요인이라 생각된다. 창업자들은 늘 외로운 길을 걷고 배고픈 여정을 이겨내야 한다. 그 여정을 이겨내지 못하면 결코 달콤한 결과물을 얻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이며 사업 성공 매뉴얼을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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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발검무적 지음 / 파람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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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생전에 대한민국이 군사강국이 아니라 문화강국이 되길 소망하셨다는 김구 선생의 혜안에 놀라는 요즘이다. 코로나19를 전후로 윤여정 배우, 봉준호 감독의 시상으로 김구 선생의 소원이라는 검색어로 자주 호출되는 것 같다. 이전에도 한국 문화는 한류, K-POP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퍼지고 있었으나 이제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K-컬처라는 단어로 일반명사가 되어 가고 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 등이 OTT 중심으로 소비되는 시대에 한국 문화 콘텐츠의 위력은 점점 대단해지고 있다. 전세계에서 한국을 모르는 나라가 없을 정도가 되었고, 한국 문화에 대한 동경이 생겨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가고 있고, 심지어는 대학교에서 한국어과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것이 뿌듯한 순간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민주주의가 최고도로 발달한 미국에서도 해내지 못한 잘못된 지도자를 내려앉히는 탄핵을 2번이나 했다. 물론 좋은 일은 아니지만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할 지도자가 국민을 대표하지 못한다면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는 국민성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조선시대에도 왕을 내려앉히는 일들이 종종 있지 않았는가?


필자는 한국 문화의 전문가로서 세계 각지의 대학에서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다른 누구보다도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고민으로 세계 시민을 대상으로 알리고 있었던 그가 책을 펴낸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인인 우리들조차도 외국인들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 한국이라면 당연한 것들에 대한 이유를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왜 그렇게 다른 세계 시민들이랑 다를까? 그리고 세계 시민들은 다른 점을 신기하게 생각하고, 동경하는 것일까?


과거에 한국은 '고요한 동방의 나라'라 불리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다채롭고 역동적인 나라가 되었다. 한국은 원래 고요하고 조용한 나라가 아니었다. 예로부터 한국은 역동적이며 열광적인 문화가 있었다. 한 번 집착하면 끝을 보는 성격을 가진 민족이고, 잊히지 않고 지키는 것들이 많은 민족이다.


한국은 왜 다른 나라에 비해 치안이 좋을까? 한국 식당에는 왜 테이블마다 벨이 있을까? 왜 한국인은 식당 종업원을 이모라 부를까? 왜 한국에는 교회가 많을까? 왜 한국인들은 치킨을 좋아할까? 왜 한국인들은 술잔을 돌리는 걸까? 왜 한국인은 하얀 피부에 집착할까? 왜 한국인은 집에서 신발을 벗을까? 왜 한국인은 암내가 나지 않을까? 왜 한국인은 나이부터 확인하려 할까? 나를 포함한 우리가 속한 대한민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질문들이 아닌가?




외국인들이 가장 신기하게 여기는 것들 중 하나는 한국의 치안문제이다.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들이 올린 유튜브 동영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밤 10시 이후에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과 카페에서 노트북을 두고 자리를 뜨는 행동들이다. 한국을 제외하고 세계의 어떤 나라에서도 불가능(?)에 가까운 행위라는 것이다.


나는 이런 것들이 도처에 깔려 있는 CCTV 때문이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잘 따지고 보면 CCTV는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나라들도 많다. 결국 필자는 CCTV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크게 2가지로 나눈다. 동양적 정서가 강한 나라에서는 범죄자들이 받을 사회적 압박이나 편견, 그리고 가족들이 받을 불이익에 대한 것들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말한다. 나도 필자의 이런 의견에 공감한다.


다음은 한국에서는 범죄자들이 반드시 잡힌다는 것이 상식이다.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무조건 잡힌다는 인식이 범죄률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어떤 나라보다 미제 사건이 적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못 잡는 것이 있는데, 필자는 이를 두고 못 잡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넘긴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를 잘 보면 못 잡는 게 아니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3개의 주제에 각각 14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한국인인 나도 왜 우리는 그럴까라는 생각을 전혀 해보지 못한 내용들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외국인들의 질문에 답하기 좋은 근거들이 많아 한국인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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