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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전산 이야기 - 50만 부 돌파 리커버
김성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3월
평점 :

일본기업은 2000년 이전에 전세계를 휩쓸었다. 제조업 강국의 면모를 세계 곳곳에 과시하면서 세계 제 2위의 경제대국에 들어섰다. 그런 기업들의 중심에 '일본전산'과 같은 곳들이 많았다. 불황기에도 10배 이상의 성장을 이뤄낸 일본의 전설적인 기업인 일본전산 이야기가 15년 만에 리커버 기념으로 재출간 되었다.
출간 당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필독서로 권할 정도로 좋은 책이다. 일본의 장기 불황에도 회사는 10배 이상의 성장을 이룩한 나가모리 시게노부 사장의 이야기다. 평상시에 직원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키고 공부시켜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 회사가 힘들어질 때 정리해고를 하는 경영자는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나가모리 사장의 지론이다.
지금처럼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 누가 진정한 승자인지 판가름난다. 요즘 잘 쓰는 말로 수영장의 물이 빠져야 누가 속옷을 입지 않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힘들때일수록 실력 있는 기업, 실력 있는 개인은 두드러지는 법이다.
20년도 넘은 성공 사례를 다시 출간한 이유가 뭘까? 최첨단을 달리는 시기에 과연 통할까? 더구나 2020년대에는 일본 기업들의 구태의연한 실패사례가 도배를 하는 시점인데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전산만이 가지는 강점을 강조하고, 그 강점은 당연히 오늘날에도 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 책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일본전산은 평범하다 못해 삼류라 불리는 인재들과 함께 엄청난 규모의 성공을 이루어 냈고, 여전히 성장하면서 세계 1위의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저자는 그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진화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최첨단 기술을 이끈 IBM의 노트북, 애플의 아이팟 등을 가능하게 한 것이 일본전산의 초정밀 모터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가모리 회장의 경영방식은 파격이 대부분이다. 학력 파괴, 연공서열 파괴, 능력 위주의 무한경쟁이 핵심이 경영 방향을 보면 알 수 있다. 따라서 초판 출간 당시뿐 아니라 지금도 이 책을 읽고 불편함을 느낄 경영자들이 참 많을 것 같다.
저자는 일본전산의 경쟁력을 3가지로 나눈다. 위기에 강한 직원의 능력, 채찍을 아끼지 않는 리더, 조직 전체를 휘감는 열정이 충만한 조직문화가 그것이다.
나가모리 회장은 어슬픈 일류보다 배우고 노력하는 삼류를 선호한다. 평상시에 위기에도 강한 직원을 만들기 위해 혹독한 트레이닝을 한다. 만들어진 천재보다 평범한 사람을 회사의 적합하게 만들어 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일본전산의 채용시험은 특이하기로 유명하다. 밥 빨리 먹기, 화장실 청소하기, 오래달리기 등 말도 안 되는 테스트를 한다. 회사에 적합한 것은 오로지 정신 상태뿐이라는 회장의 지론이 반영된 결과다. 직원을 진정한 인재로 키워내는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나가모리 회장은 평소에도 직원들에게 일하라고 호통을 친다. 회사가 잘 되고 직원들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이 회사를 망하게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끼는 직원일수록 더 호되게 단련시킨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패하는 직원들에게는 가점을 준다. 실패를 독려하고 칭찬해주는 문화가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 리더가 조직을 발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본 전산은 최고의 자부심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는 조직 문화가 있다. 세계 1등이 아니면 하지 않겠다는 자부심이 지금까지 조직을 이끌고 있다.
나가모리 회장의 직원 경영, 리더십, 조직문화에 걸친 삼위일체 경영방식은 예전에도 이슈였지만 아직도 여전하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3가지 핵심 주제를 잘 들여다보면 누구나 이해할만하다.
회사의 존재 목적은 이익을 내는 것이고, 이익을 직원들에게 잘 분배해서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리더는 회사를 적자가 아닌 흑자 기업으로 이끌어야 하고 직원들에게 적절한 동기부여를 통해 합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혼자서 일할 수는 없으니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화합해서 성과를 내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회장은 어쩌면 단순하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당연한 진리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일본 전산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