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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2 - 자본주의부터 세계대전까지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미야 오사무 지음, 김정환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3년 6월
평점 :

어렸을 때 시골 5일장에서 신기한 장면을 본 기억이 난다. 시골 장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약장수였는데 물에 먹물을 타고 특정 식물에서 추출한 약재를 넣으면 물이 맑아지는 시연을 하고 있었다. 그 때는 마치 마술을 보는 것 같아 마냥 신기해하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것 또한 특정 물질들 간의 화학 작용을 이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듯 다양한 화학 반응을 활용한 식품, 제품들이 우리 주위에 많이 있는 것 같다. 화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것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 책에는 '세렌디피티'라는 말이 나온다. 뜻밖의 행운을 뜻하는 말로 화학으로 인한 발명의 대부분이 세렌디피티의 힘이다. 행운이 작용하기는 했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화학 이야기는 19세기부터 20세기를 아우른다. 그리고 화학의 폭발적인 발전을 이룩한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까지 역사를 바꾼 약 100여 개의 발명품을 다룬다.
나폴레옹을 패배의 길로 몰아세운 발진티푸스, 세계 건축사를 바꾼 시멘트의 부활, 사진의 발명 및 실용화, 콜타르 고무제품의 발명 및 실용화, 에테르 마취수술, 해저케이블 건설을 가능케한 구타페르카, 철근 콘크리트의 발명, 자동차의 발명, 코카콜라의 탄생, 우라늄 방사선의 발견, 플라스틱의 발명, 나일론 발명, DDT 사용 등 세계화를 바꾸어놓은 위대한 발명들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은 바다로 나누어져 있어서 배나 비행기가 없이는 서로 왕래를 할 수 없다. 하지만 해저터널 건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런 장벽도 없어질 전망이다. 해저터널 이전에 바다로 연결하는 시도가 있었다. 바로 해저케이블이다.
해저케이블 공사는 높은 수압과 바닷물로 인한 부식으로 실패를 거듭해 왔다. 미국과 영국을 잇는 케이블 공사가 계속된 단선으로 실패를 이어오다가 1866년에 '구타페르카'라는 물질로 절연한 해저케이블 접속에 성공한다.
1866년 대서양 횡단 케이블이 미국 뉴펀들랜드에 도착함으로써 전기 통신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해낸다. 현재 해저케이블은 국제 정보통신의 99%를 담당하는 중요한 기술이 되었다. 2021년 현재 전 세계 해저케이블은 총 447개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인공위성의 발달로 국가간 정보 통신의 대부분이 인공위성을 통해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 인공위성에 의한 통신에 불과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충격이다. 우리가 인터넷을 아무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대용량 해저케이블을 통한 광통신 덕분임을 알게 되었다.
현대 도시들의 발전을 상징하는 것들 중에 최고는 마천루가 아닐까 싶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대도시들에는 100층을 전후로 하는 최고의 빌딩들이 들어서 있다. 그 높이에 감탄을 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지어졌을까에 대한 의문이 늘 있었다.
해답은 프랑스 정원사 조제프 모니에로부터 시작된다. 콘크리트는 압축에 강하지만 잡아당기는 힘에는 약하다. 반면 철은 압축하면 휘지만 잡아당기는 힘에는 강하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서 둘을 결함한 사람이 바로 조제프 모니에이다.
모니에는 당시 무겁고 잘 깨지는 콘크리트 소재의 화분을 가벼우면서도 강하게 만들 궁리를 하다 발견했다. 만국박람회에 철망에 콘크리트를 넣어 성형한 화분을 출품하고 특허도 취득했다.
이후 독일 건축가 구스타프 아돌프 바이스가 모니에로부터 200만 마르크의 거액을 주고 철근 콘크리트 특허를 사들인다. 이후 철근 콘크리트 공법은 대규모 건설에 폭넓게 활용된다. 이것이 오늘날 마천루 빌딩들이 가능해진 단초가 되었다.
철근 콘크리트를 이용해 건물의 강도를 높였기 때문에 100층 이상의 고층건물도 안전하게 지을 수 있다. 다만 콘크리트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로 인해 중성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이는 콘크리트 속 철근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철근 콘크리트로 만든 구조물은 그 수명이 200년을 넘기 힘들다.
로마의 건축물들이 2000년 넘은 세월에도 건재할 수 있지만 오늘날 전세계를 대표하는 건물들은 200년을 견디지 못한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철근 콘크리트의 강도를 높인 대가로 수명이 짧아진 셈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모양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당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 일상 생활에서 당연하게 사용하는 편리한 기술들이 다양한 사람들의 엄청난 노력으로 탄생했음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느낀다. 내 주변에 있는 불편한 것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개선의 시각으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아야 하겠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