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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관계가 먼저입니다
안젤라 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7월
평점 :

'착한아이 콤플렉스'
내가 생각하기에 그렇게 착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나는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착하게 보이기 위해서 나의 욕구와 소망을 최대한 억누르거나 숨긴다. 하기 싫은 부탁을 거절하지도 못한다. 결국 일을 떠안고나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수준이 심각하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누구에게도 휘둘리고 싶지 않다는 상담이 많다고 한다.
필자는 영국의 국민상담소라고 하는 아이앱트(IAPT)에서 일하는 영국 국립정신과 공인심리치료사이다. 타이틀이 많이 생소하지만 영국에서는 매년 160만 명이 아이앱트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물론 이 곳은 100%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2013년 OECD는 우리 보건복지부에 심리치료 모델로 영국의 '아이앱트' 도입을 권고했다고 한다. 아이앱트는 심리 치료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지행동 심리치료를 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해 세운 공공 심리치료 센터이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상담 센터라고 한다.
필자는 지난 15년간 런던의 진료실에서 약 1,500명의 내담자와 15,000시간을 보내면서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은 영국의 아이앱트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처럼 10주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사람들과 상담하면서 느낀 것은 관계의 소통에 고민이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소통의 문제를 자신의 성격 탓으로 돌린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소통 능력은 성격보다는 후천적으로 습득 가능한 기술에 가깝다고 말한다. 나만의 중심을 지키면서 휘둘리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책과 상담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의 관계의 기술을 배운다. 하지만 대부분은 실전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다. 필자는 이런 상황을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즉 단편적인 쪽집게식 처방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와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갈등에 반응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갈등에 제대로 반응하려면 남의 마음을 살피기 전에 나의 마음을 읽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내가 중심이 서야 하고, 내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관계도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책은 총 3부로 10장에 걸쳐 실제 아이앱트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형식을 빌린다. 1~3장에서는 기본원리에 대해, 4~5장은 내 마음을 읽는 소통법의 기본 테크닉에 대해, 6~9장은 거절, 실망, 비판, 칭찬 등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응용 테크닉에 대해, 마지막 10장에서는 휘둘리는 소통 습관에서 빠져나오는 실전 연습법에 대해 다룬다.
필자는 내 마음을 아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을 잘 알 수 있을까? 필자는 '마음 다이어리'를 통해서 내 자신과 소통할 수 있다고 한다.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 마음을 읽으려면 무게중심을 내게 가져와야 한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읽어주는 4가지 마법의 주문을 알려준다. 먼저 위기 '상황'을 파악한다. 그 다음에 '감정'을 읽어주고, '생각'을 읽어주고, '행동'을 살펴본다. 위기 상황임을 파악하면 해석하거나 분석하려 하지 말고 감정 버튼을 눌러 기록하면 된다.
상황 파악이 되었으면 스스로에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자문한다. 기분이 어땠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등을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가 아니라 무슨 감정인지 읽어주는 것에 집중한다. 부정적인 감정도 그냥 받아들인다. 그리고 각각의 감정에 이름을 불러준다.
이제는 감정의 이면에 숨어 있는 생각을 읽을 차례다. 필자는 생각을 읽는 단계가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감정 파악은 쉬운데 반해 그의 이면에 있는 생각을 잡아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는 '나'와 '나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행동을 살필 차례다. 우리가 휘둘리는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우리의 감정과 생각이 행동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행동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마음을 읽어주는 4가지 마법의 주문은 일방 통행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며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각 요소를 잘 살피고 균형이 깨지지 않는 소통의 기술을 배워야 할 것이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10주 과정의 주차별 상황과 지침이 들어 있다. 필자와 직접 소통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멀리서나마 간접적으로 10주 과정을 체험하는 것만으로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