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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역사 - 외환위기부터 인플레이션의 부활까지 경제위기의 생성과 소멸
오건영 지음, 안병현 그림 / 페이지2(page2) / 2023년 7월
평점 :

경제학을 배우는 사람들은 경제순환 사이클에 대해 알고 있다. 경제의 흐름의 4가지 국면을 따라 반복된다는 것인데, 실제로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 위기의 국면이다. 하지만 아무리 위대한 경제학자도 경제 위기의 생성과 소멸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필자는 외환위기, 닷컴버블, 금융위기, 인플레이션의 위기까지 4가지 큰 테마를 중심으로 경제위기의 생성과 소멸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특히 요즘처럼 각종 경제지표가 위기의 시그널을 보내올 때는 이런 책을 더 찾아서 읽게 되는 것 같다. 더 나아진다는 전망은 거의 없고 불황의 위기를 진단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있어 불안하기는 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세계는 약 4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고 한다. 아직 초인플레이션은 아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1만원 이하였던 음식값이 지금은 모두 1만을 넘어 1만 5천원에 육박하고 있다. 음식값으로만 느끼는 체감 물가는 몇 달 사이에 30~50%는 오른 것 같다.
최근에는 엔저 현상이 심해지면서 엔 환율이 90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코로나19 이후로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언젠가 떠날 일본여행을 위해 미리 엔화로 환전하거나 엔화 상품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환율은 더 이상 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물가만큼 매일 신경써야 하는 경제지표가 된 것이다.
경제 위기를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미리 대비는 해야 한다. 필자는 불안한 시대에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에 휘둘리지 말고 위기를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역사는 반복되고 대부분은 사람들의 심리때문에 서로 다른 상황을 만들지만 반드시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는 역사상 가장 큰 경제위기들 중에서 1997년 외환위기, 2000년 초반의 닷컴 버블,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주는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이후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위기를 다룬다. 18장에서는 최근의 실리콘 밸리 은행의 파산도 다루고 있어 경제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글로벌 금융위기와 인플레이션 위기를 좀더 자세히 보게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로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2000선 위에서 900선 아래를 뚫었다. 지수가 50%를 넘는 폭락을 기록한 경우는 역사적으로 많지 않다. 또한 달러/원 환율도 900원 수준에서 1600원 수준으로 급등하게 된다.
현재의 코스피는 2000선 후반대를 회복했고, 환율도 1300원대에서 소폭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현재의 수준만 봐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때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이었는지 가늠이 된다. 현재의 다양한 경제지표들이 그때 만큼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경제위기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경제 위기에서는 어떤 기업의 주식이 좋은지, 어떤 기업의 펀더먼털이 좋은지에 대한 평가는 무의미하다. 삼성전자 같은 우량 주식들도 하한가를 찍는 진풍경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주식시장처럼 시장의 상황이 패닉의 상태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경제 위기에 대한 전문적인 자료를 이렇게 모아서 위기의 흐름에 따라 보는 일은 쉽지 않다. 신문과 책들에서 얻는 단편적인 지식들을 서로 연결해서 경제를 파악하기에는 나의 내공이 아직은 낮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위기의 역사와 그의 원인, 그리고 그 파급 효과 등을 잘 정리한 책은 많은 도움이 된다.
이전에 읽은 책에서 국제적 인플레이션의 책임의 일부가 미국 연준에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과거 10년 동안 국제적인 호황을 누렸던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40년 만에 거대한 인플레이션을 맞게 되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중앙은행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 안정이다. 바로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존재 이유인 것이다. 미국 연준이 그 존재 이유를 등한시 함으로써 시기를 놓친 것이 뼈아프다고 말한다. 미국 연준이 제대로 대응을 했다면 지금의 상황은 오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세계는 1970년대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을 통해 현재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은 석유파동과 관련이 있지만 방만한 재정지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는 것이다. 현재 인플레이션 위기의 해법은 더 이상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정책들이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다양한 거시적 경제 지식들을 통합하는 느낌이다. 김승호 회장의 추천사가 뇌리를 때린다. 이 책 한 권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면 더 이상 경제 공부는 필요없다는...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