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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정국의 풍경 - 인물로 돌아보는 대한민국 현대사
신복룡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8월
평점 :
한국은 지구상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분단국가 중에 가장 치열한 역사를 가진 나라 중 하나이다. 최근에 친일파의 추가 명단과 재산들이 공개되고, 현 정부의 해방 정국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른 갈등이 불거진 적도 있다. 불과 70년 전의 일이지만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통째로 바꾸어놓은 사건들이 많기 때문에 항상 궁금함이 있었다.
<해방정국의 풍경>은 일제시대를 지나고 나서 미국과 소련의 영향력 아래 한반도가 남한과 북한으로 나뉠 수 밖에 없었던 다양한 시대적 배경과 정치적인 이유를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역사는 대부분 사건들을 중심으로 인물들이 조연으로 출연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현대사에 중요한 인물들의 행적과 사건의 전개로 대한민국 현대사를 집중 조명한다.
일제시대, 광복, 그리고 남북 분단과 625전쟁을 겪고 지금까지 이어진 분단의 상황을 어렵지 않은 문체로 상세하게 설명한다. 일제시대의 망국의 한을 이겨내고 광복을 이루어냈지만 시대의 흐름을 잘 이용한 매국노들의 정치력에 우리는 망국의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일제시대의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출발한 정부는 여전히 부패 투성이었다.
많은 민족투사들이 노력한 결과로 대한민국의 독립을 이루었지만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외세에 의해 남과 북이 나뉘는 사태를 막지는 못했다. 이 과정에서 치열하게 민족을 위해 고생했던 많은 인물들의 고뇌와 노력이 자세하게 그려진다.
장덕수, 여운형, 김규식, 이승만, 김구, 백관수, 박헌영, 김일성, 백남운, 이극로, 조봉암 등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중요 인물들의 성향, 정치 활동, 조력자들, 그리고 가정사 등 당시에 그들을 만들어낸 환경적인 요인들도 비교적 자세히 다루어서 역사적 사실뿐 아니라 인물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일제시대에 일본 제국주의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 치열하게 싸운 김일성과 김구는 어떻게 다른 노선을 걷게 되었을까? 그들이 당시에 같은 노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 한반도는 지금처럼 분단국가가 되지 않았을까? 김구는 남조선 단독 정부의 수립을 반대했다. 북한에서 김일성과 만났을 때도 김일성은 북한의 당위성을 찾기 바쁜 반면, 김구는 민족의 통일 쟁취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당시 남에는 이승만 정부, 북에는 김일성 체제가 들어서 있었고, 김구는 중간자의 위치에서 미국과 소련의 의지와 상관없이 민족의 독립과 통일을 주장했다. 하지만 역사적 평가는 달랐다. 남한에서 제주 43사건이 전개되고 5.10 총선이 임박한 시기에 김구의 북행은 좋게 평가받지 못한다. 필자는 가지말았어야 할 길이라고 평한다.
대한민국이 분단되고 고착화되기 전에 많은 정치 지도자들은 통일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의 의견 차이만 확인할 뿐 통일을 위한 어떤 합의점도 찾지 못한채 역사는 흐르고 있었다. 만약 분단 초기에 정치 지도자들이 거국적인 차원에서 합의했다면 통일이 가능했을까? 외세의 방해없이 통일이 가능했을까? 현대사를 읽는 내내 흥미로우면서도 우리의 힘이 얼마나 약했는지를 통감하게 된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