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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통 역사 - 고속도로, 고속전철, 서울시 교통정책을 통해 본 교통의 과거와 미래 제언
차동득 지음 / nobook(노북) / 2024년 10월
평점 :
우리 곁에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많다. 당연한 것들은 자연의 상태로 또는 인위적인 노력의 결과로 우리 곁에서 당연한 일상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맑은 공기로 숨을 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먼 곳을 이동하기 위해 고속도로나 고속전철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맑은 공기로 숨을 쉬고 고속도로나 고속전철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오랜 동안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특히 인위적인 노력으로 일일생활권을 만들어준 고속도로나 고속전철을 건설하는 노력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일들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교통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꾸어놓은 고속도로, 고속전철, 서울시 교통정책 등 3대 프로젝트를 모두 관할한 인물이다. K-한류의 바람으로 한국의 선진문화와 시스템이 전세계적으로 칭송을 받고 있다. 그 중에 K-교통도 한몫을 하고 있다. 원활하고 체계적인 고속도로와 고속전철 시스템,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무질서하고 복잡한 대도시 중 하나였던 서울시를 선진 교통시스템 체계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 바로 필자이다.
고속도로의 역사를 잘 몰랐었는데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 고속도로 건설의 역사와 그 뒷면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현장에 참여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모를 중요한 이야기들이 많다. 나는 최초의 고속도로가 경부고속도로인줄 알았다. 1968년 대한민국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 착공이 시작되었다. 625전쟁을 거치면서 폐허가 된 나라를 재건하면서 가장 필요한 것이 고속도로 사업이었다.
경인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이들이 얼마나 많은 고충을 겪었을지 새삼 느껴지는 기록들이 많았다. 당시 정부의 독단적인 의지로 무조건 밀어붙였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현장 실무자들의 꺾이지 않는 의지로 수많은 설득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사건의 이면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경부고속전철을 논의하기 시작한 1989년도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는 일본이 설치한 철도를 겨우 개보수하는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고, 고속전철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없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도 기억이 나는 걸 보면 가장 최근의 일이었던 것만은 명확하다. 당시 고속전철의 종류를 프랑스로 할지 일본으로 할지 설왕설래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속전철도 당시 지도자의 약간의 독단과 현장 실무자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렇게 빠르고 안전한 KTX, SRT 등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김창근 당시 교통부장관의 의지, 노력 등이 세세하게 담겨 있어 일등공신이라 칭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 하나 쉽게 진행되는 것이 없었겠지만 이런 숨은 공신들의 공로가 이렇게라도 밝혀지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서울시 교통정책은 1998년 고건 시장 취임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염두에 두고 논의되었다. 당시 서울은 대중교통을 버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고, 국선전철 외에 2호선이 건설 중에 있었다. 대규모의 인구가 매일 버스로 이동하고, 자가용이 증가하고 있었다. 자가용 증가에 맞춰 적절한 주차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한마디로 아수라장이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이에 필자는 7대 중점과제를 선정하고 필사적으로 추진하여 실시간 교통정보 제공, 교통카드 통합 및 환승 제도 도입, 일방통제 도로 실시, 주택가 거주자 우선 주차제 등을 성공리에 정착하는데 노력을 다하였다. 이런 것들은 오늘날 정말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선진 시스템 중 일부이다.
이 책을 읽고 보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편안하게 이용하고 있는 교통 시스템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처럼 정착을 하게 되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오늘날의 선진 시스템을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노력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전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멋진 선진 시스템을 만들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