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홀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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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인류에 줄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을 촘촘하게 그리고 있는, 소설책처럼 읽을 수 있는 친절한 과학책이다.


언제 만나도 새롭고 난해한 분야가 '양자역학'인듯하다. 고전역학이 어떤 정해진 틀이 있다면 양자역학에서 다루는 물리학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분야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며 양자역학을 부정했다. 물론 지금은 양자역학이 대세인듯하지만.

p.44. 중력이 강한 곳은 중력이 약한 곳보다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르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시공간이'휘어진다'는 말이 의미하는 바입니다. 실제로 시간은 장소에 따라 서로 다른 속도로 흐릅니다.

책표지가 역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듯하고 제목《화이트홀 WHITE HOLES도 물리학과는 상관없는 줄 알았다. 무언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책인 줄 알았다. 겉모습은 재미난 소설책인데 속에는 과학 특히 양자역학을 담고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특히 '루프양자중력'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블랙홀에 적용하여 설명한 카를로 로벨리가 들려주는 양자역학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블랙홀, 화이트홀이라는 어렵고 난해한 개념을 기초부터 촘촘히 들려주고 있다.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 나오는 파트는 건너뛰기를 권하기도 하면서 화이트홀의 의미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아무도 보지 못한 화이트홀의 정체는 무엇일까? 블랙홀을 이해하는데 걸린 시간보다는 덜 걸리겠지만 화이트홀에 대한 이론도 이해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루프양자역학을 처음 접했을 때의 난해함이 느껴진다. 이 책을 몇 번 읽고 나면 화이트홀의 모습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겉모습만 소설책이 아니라 내용에서도 고전을 만날 수 있다. 단테 『신곡』의 명문장와 명장면을 만나볼 수 있어서 '양자역학'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물리학 책이라는 사실을 잠깐 동안 잊게 만들어준다. 소설책처럼 읽히는 물리학 책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길 바란다.


쉽게 말하자면 블랙홀은 입구이고 화이트홀은 출구라고 한다. 그런데 호킹 복사는 또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양자역학이 난해하면서도 재미난 점은 여러 이론들이 다양한 가능성을 들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과학자들의 건강한 다툼을 소개하고 있어 천재 과학자가 아닌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만나는 흥미로운 경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자역학이라는 분야가 쉽지는 않지만 카를로 로벨리가 친절하게 안내하는 《화이트홀》로의 여행은 과학이 아닌 인문학 여행 같았다.

"쌤앤파커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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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 구경남 네오픽션 ON시리즈 28
채강D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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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강D의 장편소설《18번 구경남》의 표지 일러스트는 너무나 코믹하고 유머러스하다. 재미나고 유쾌한 야구 이야기를, 18번 구경남이 멋진 프로야구선수로, 한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구경남이 프로야구 선수라는 것 그리고 야구 경기 이야기가 많이 묘사되고 있다는 것을 빼면 그렇게 마냥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의 소설은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라는 꿈을 이루고 점점 꿈을 놓아야 하는 부상당한 구경남이 다른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에 더 가깝다.


그런데 구경남 닉네임 쿠는 새로운 삶에 대한 꿈과 희망을 특별한 경험을 통해 얻게 된다. 현재에서 타임슬립한 1982년에서 또 다른 꿈을, 삶을 찾아 현재로 돌아온다. 그곳에서도 프로야구 원년 선수로 데뷔한다. 그런데 지금 투수들의 조금 더 발전한, 복잡한 변화구를 장착한 구경남이 실업야구 선수들이 주축이었던 프로야구 원년의 선수들을 상대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p.137.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그렇구나! 이게 바로 야구지! 태초의 야구는 뜨거웠다.


이 책은 프로야구 원년의 스타들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엄청난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제는 레전드라 불리는 그때 당시의 스타들의 이름이 조금 변형되어 소개되고 구경남과 승부를 가린다. 그리고 최악의 성적으로 유명했던 삼미 스타즈가 등장한다. 물론 연고지와 스타즈라는 이름만 동일하게. 그리고 그 팀에 구경남 쿠가 소속되어 있다. 구경남이 잘하면 프로야구 역사가 바뀌는 것이다. 작가는 어떻게 구경남의 타임슬립을 자연스럽게 돌려놓을까? 프로야구 역사를 바꾸지 않고.


p.204. 내가 속한 세계의 역사는 나로 인해 바뀌고 있었다. 슈퍼스타즈가 그 증거였다.


그리운 스타들이 조금 다른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그리는 데는, 추억 속 장면을 떠올리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그런데 유독 한 선수만 본명으로 등장한다. 프로야구 원년의 슈퍼스타. '작가의 말'을 통해서 그 연유를 들을 수 있다. 그러니 마지막 페이지까지 집중해서 완독하길 바란다. 구경남이라는 프로야구 선수가 보여주는 1980년대의 시대상을 만나볼 수 있는 색다른 재미가 있는 책이다.


누구나 은퇴라는 시점이 찾아온다. 특히 운동선수들에게는 그 시점이 좀 더 빠르다. 꿈을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에게 조금의 여유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꿈을 이룬 뒤의 삶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정말 매력적인 소설이다.


"네오픽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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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 찢어진 티셔츠 한 벌만 가진 그녀는 어떻게 CEO가 되었을까
매들린 펜들턴 지음, 김미란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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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인플루언서이자 의류 회사인 '터널비전'의 CEO인 매들린 펜들턴이 들려주는 자본주의 생존기《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를 만나보았다. 2005년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에 선정되었던 '프레즈노'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그곳에서도 살집이 없어서 노숙 생활을 하기도 했다. 빈곤율, 범죄율이 무척이나 높은 프레즈노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던 저자는 2023년 미국의 네 번째 주요 사망 원인인 '가난'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다.

 

p.86. 우리는 모두 그저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이다. 때로는 주는 쪽이기도 하고, 때로는 받는 쪽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날은 내가 주는 날이었다.


현재 '자본주의'에서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 주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 길을 통해서 알려준다. 첫 번째 길은 이혼한 부모 밑에서 너무나 가난하게 자란 어린 소녀가 고향을 떠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사업가로 성공하기까지의 여정이 한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는 펜들턴 자신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두 번째 길은 자본주의와 가난에 대해 '자본주의 생존 기술'에서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는 열다섯 개의 지름길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경제생활에 대한 이론보다는 실전을 담고 있어서 우리 청소년들이 읽으면 정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가장 가난한 세대라는, 주택 구입도 결혼도 포기가 많은 MZ 세대에게 과거의 경제 이론이 아닌 현재의 실전 경제생활을 알려주고 있어 누가 읽어도 좋을 듯하다. 가난이라는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열다섯 가지 방법을 쉽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어 노동자들의 삶의, 생각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신용을 쌓는 방법, 일을 구하는 방법, 대학 입학에 대한 생각 그리고 연봉을 협상하는 방법 등 자본가들의 착취에 맞서야 하는 근로자들에게 정말 좋은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책이다.

 

p.143.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내는 동안 시간을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대학에 다니는 것은 의미가 없다.


흥미로운 저자의 삶을 통해서 현실을 배우고, 열다섯 가지 자본주의 생존 기술을 통해서 미래를 배울 수 있는 멋진 만남을 미루지 말기를 바란다.

 

"와이즈베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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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답하는 너의 수수께끼 - 아케가미 린네는 틀리지 않아
가미시로 교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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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중에 추리를 하고 진실을 밝히는 ‘린네의 추리‘
무척 기대됩니다.
잠자는 명탐정 모리 코고로(명탐정 코난)와는 완전 다른 결이겠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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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 아일랜드
김유진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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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일러스트가 너무나 아름다운 책《센트 아일랜드》를 만나보았다. 표지에 소개하고 있는 섬 이름이 '센트 아일랜드'이다. 바이러스에 의해 후각을 잃었던 사람들을 치료하고 향기가 가득한 섬을 만들어 연구 단지 겸 관광지로 활용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일 년에 한번 열아홉 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인턴을 뽑는다. 향기에 진심인 아이들에게 센트 아일랜드는 꿈의 섬이기도 한 것이다. 


p.288. "꿈이 있는 자들에게는 꿈 냄새가 나. 꿈이 있는 한 내 몸에 밴 꿈 냄새는 절대 지워지지 않아."


그런 아이들 중에 주인공 이다린이 있다. 하지만 다린이의 꿈은 엄마 한주혜에게 응원받지 못한다. 아니 엄마의 반대에 부딪친다. 하지만 다린은 인턴 시험에 응시하고 1차 시험에 합격한다. 이제 센트 아일랜드에서 치러지는 2차 시험만 합격하면 다린의 꿈은 이루어진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다린은 엄마에게는 말도 없이 아빠의 응원을 받으며 센트 아일랜드로 향한다.


다린은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어른들이었다면 자신을 뺀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경쟁자이겠지만 이곳에 참여한 아이들은 경쟁보다는 우정을 쌓으며 긴장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다린과 한 방을 쓰고 있는 네 명의 아이들은 돈독한 우정을 쌓아간다. 김로라, 유지나, 이다린, 천일랑. 물론 참가한 아이들 중에는 우정보다는 경쟁에 치중해서 다른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는 아이들도 있다. 어디에나 빌런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우리 사회에는 이런 빌런들이 성공하는 경우가 꽤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섬 센트 아일랜드에서도 빌런들의 성공이 가능할까?


p.218. "…사람이 가장 불안해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꿈을 잃어버리는 거래.…"


다린은 우연한 기회에 엄마가 반대한 까닭을 짐작하게 하는 사건을 알게 된다. 하지만 다린은 아직 사건을 사고로 인식하고 있다. 주인공이라서 그런 걸까? 다린은 또 우연히 로라의 비밀을 알게 된다. 친구들과 경쟁하면서 마지막 5명의 합격자에 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을 통해서 꿈을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특별한 향기 테스트가 이야기에 속도감을 붙여주고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몰입감을 높여주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내내 다린의 엄마와 센트 아일랜드 회장의 관계가 드러나기를 또 엄마의 시력을 잃게 했던 사고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확실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보여줄 것 같다. 다음 이야기 2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다음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 것은 작가의, 출판사의 직무유기다. 2편에서는 네 명의 친구들과 함께 과거 사고의 진실을 아는 어른들도 등장하게 될 것 같다. 다린과 회장과의 진실 대결이 펼쳐지게 될까? 인턴사원과 회장의 진실 공방은 좀 과한가? 2편에서는 어떤 수상한,미스터리한 향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무척 기대된다. 


"한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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