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의 우리 사람
그레이엄 그린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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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의 우리 사람》제목부터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티를 팍팍 내는 흥미로운 소설을 만나보았다. 영국 정보원으로 활약했던 이력을 가진 작가 그레이엄 그린은 열아홉 살 때 공산당에 가입한 이력도 가진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런데 공산당에 가입한 이유가 너무나 황당하다. 공짜 해외여행을 바랐지만 들통나자 공산당도 탈퇴했다고 하니 정말 재미난 사람인듯하다. 그런 재미와 흥미를 가진 작가가 풀어낸 첩보 소설이니 이 책의 재미는 당연한듯하다. 그런 까닭으로 이 소설은 출간 일주일 만에 영화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아바나의 우리 사람》의 배경은 쿠바 혁명 전 너무나 어수선했던 아바나이다. 주인공은 마흔다섯 살의 영국인 워몰드이다. 아바나에서 진공청소기를 파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이혼 후 열일곱 살 딸 밀리와 함께 살고 있다. 그저 평범한 삶에 균열을 가져온 것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그만큼 사치스러운 딸이 말을 원하면서부터다. 그렇게 큰돈이 있을 리 없는 아빠에게 말을 사고 싶다고 조르는 정말 철없는 딸 덕분에 아버지 워몰드는 영국의 비밀 요원이 된다.


영국 정보부 직원 호손의 제안을 받아들여 '우리 사람'이 된 워몰드는 영국 비밀 정보부의 카리브해 요원으로서 충실히 임무를 수행한다. 물론 자신만의 방법으로. 워몰드의 첩보 수집은 그가 포섭한 정보원들을 통해서 비밀리에 이뤄진다. 정말 비밀스럽게 정보원들의 신상은 물론 접촉 방법도 워몰드 자신만 안다. 활동 자금을 많이 받아낼 욕심으로 워몰드는 팩트를 적어야 할 보고서에 허구로 가득한 소설을 적어보낸다. 그의 정보원은 모두 가상인물이다. 그러니 그의 정보도 그의 상상력이 만든 허구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너무나 확실해서 이야기는 너무나 풍부하다. 흥미롭고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기 때문에 아바나의 우리 사람 워몰드의 정보원에 대한 비밀은 스포 해도 될 것 같다. 어찌어찌 가상의 정보원을 활용하던 '우리 사람'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영국에서 그의 활동을 도울 진짜 요원 둘을 보내준 것이다. 그들의 등장은 워몰드의 위기의 시작에 불과했다. 그저 이름만 빌려 쓴 정보원이 '우리 사람'의 반대 세력에 의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다. 워몰드의 보고서에 등장하는 정보원들이 공격받기 시작한 것이다. 영문도 모르는 체 그들은 위험에 노출된다. 아바나의 '우리 사람' 워몰드는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까? 해결할 수는 있을까?


허구의 상상이 현실이 되어버린다면 어떨까?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가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위트 있는 대화는 첩보 소설이라는 장르를 잊게 만들고 재미있는 상황은 코미디 영화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그 속에 자리 잡은 삶에 관한 깊이 있는 '생각'은 이 소설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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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평등 - 부와 권력은 왜 불평등을 허락하는가
토마 피케티.마이클 샌델 지음, 장경덕 옮김 / 와이즈베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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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기울어진 평등 EQUALITY 프랑스 파리경제대학교 토마 피케티 교수와 미국 하버드대학교 정치철학과 교수 마이클 샌델 의 대담을 편집한 것이다. 소득과 불평등에 대해서 연구하는 경제학자이자 역사를 탐구하는 사회과학자 피케티와 영향력 있는 정치 철학자이자 공동체주의자 센델이 2024년 5월 파리경제대학에서 한 깊이 있는 생각을 담은 책이다.


p.144. 정체성 정치는 이민에 관한 것이 아니라 낮잡아 보인다는 느낌에 관한 것입니다.


두 석학이 말하고 있는 '세상'은 비슷하지만 그 세상을 만드는 디테일한 방법에서는 조금의 차이를 보이는 듯하다. 아마도 자신들의 전공과 연구 분야의 차이에서 오는 작은 간극인듯하다. 센델은 현실 정치의 실패를 더욱 심도 있게 다루고 있고 피케티는 자유무역 등의 경제 제도의 패해를 설명하고 있다. 피케티 교수가 말하는 민주주의의 세 기둥(탈상품화, 누진세제, 사회민주주의)을 알아보는 즐거움을 느껴보길 바란다.


대담은 '불평등'을 왜 걱정해야 하고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접근권, 정치적 평등 그리고 존엄성에 관한 문제점들을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발전시키려 노력한다. 5. 능력주의는 왜 위험한가?를 통해서 우리 사회에도 만연한 엘리트주의, 학력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그 해결 방안을 두 석학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었다. 계속해서 페이지를 채우는 두 학자의 깊이 있는 생각이 흥미롭게 이어지는데 6. 대입과 선거에 추첨제를 활용해야 할까? 가 그중 가장 흥미로웠다. 지독한 계급주의 카스트가 점령한 인도의 특별한 선거구 제도가 특히 눈에 띄었다.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상대에게 답을 하면서 서로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낯선 까닭은 무엇일까?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며 서로에게 존경을 표하는 모습이 낯설어 보인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자기들만의 진영에 갇혀서 편가르기를 일삼는 우리 정치권, 학자들의 모습이 익숙한 탓인듯하다. 대담 내내 평등의 세 가지 측면(경제적인 것으로 재분배, 정치적인 것으로 발언권과 참여, 존엄성)에 관한 접근법과 발전 방향을 촘촘하게 톺아보는 두 학자의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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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
샬럿 버터필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라곰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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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으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런던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저널리스트 겸 소설가로 활동 중인 샬럿 버터필드의 흥미로운 제목을 가진 재미난 소설을 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소설의 원제목 《 The Second Chance 》에서 알 수 있듯이 아마도'38세에 죽을 예정이었던 저는' 두 번째 기회를 잡게 되는듯하다. 1장의 제목 '천국은 예상보다 훨씬 시끄럽다'를 보고 시작부터 웃을 수 있었다. 주인공 '저'는 어떻게 자신의 죽을 날을 정확히 알 수 있었을까? 2024년 12월 16일.


p.365.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늘 인사를 건네겠다고 약속해."


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은 주인공 넬이 자신이 쓰던 침대를 구입하러 온 톰에게 인생 '최후의 날'을 알게 된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시작한다. 황당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닥친다면 누구나 '그날'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게 될 것 같다. 점성술사의 예언을 듣고 20여 년의 세월을 '그날'을 기다리면 산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가족들과의 유대감을 줄이기 위해 해외로 떠돌고 결혼이나 아이는 포기한 채 삶이 아니라 죽음을 사는 날들은 어떠했을까?


p.14. "사실 전 다음 주 월요일에 죽을 거라 이제 침대가 필요 없거든요."


열아홉 넬에게 서른여덟에 죽는다는 예언은 시한부 선고와 마찬가지였다. 열아홉 넬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평범한 사람들이 '반드시 사야 할 물건'들조차 사지 않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선택한다. '그녀가 아끼는 사람들과 그녀를 아끼는 사람들이 생기면(p.71)'떠나는 삶을 살다가 이제 '그날'을 위해 영국으로 돌아온 넬. 그런데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면서 더 많은 상처를 받으며 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죽음에 대해서, 이별에 대해서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의미 있는 소설이다. 거기에 삶을, 행복을 위트와 유머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재미있는 책이다.


넬은 인생 최후의 날을 멋진 드레스를 입고 사치스러운 호텔방에서 보내기로 선택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과 함께 예언을 들었던 전 남자친구 그렉을 만나게 된다. 호텔 비상계단에서. 이제 소설은 넬과 톰 그리고 그렉의 삼각관계가 의심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넬의 마지막 날이 사라져야 하는데, 예언이 틀려야 하는데. 넬의 '그날'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넬이 '잃어버린' 세월을, 사랑을 다시 찾게 도와줄 '키다리 아저씨'는 누구일까?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넬과 폴리 자매의 대화를 엿듣는 재미와 키다리 아저씨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엿보는 감동이 함께하는, 재미와 감동이 수시로 교차하는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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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나의 사춘기 특서 청소년 에세이 3
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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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퍼》로 제14회 사계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 탁경은이 들려주는 성장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오늘의 고민이 내일은 길이 될 거야'라는 부제가 알려주듯이 이 책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의 사춘기》는 혼란스러운 사춘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향해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이 길을 가라'라고 앞장서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많은 길들 중에서, 다양한 방법들 중에서 내게 맞는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에세이이다.


작가 자신의 경험담을 진솔하게 들려주고 있어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것은 순식간이다. 삶에 지친 작가 지망생에게 순간순간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되어준, 깨달음을 준 '책'을 추천해 주고, 마음속 심연의 울림을 주었던 '문장'들을 소개한다. 11년 동안 작가 지망생이라는 힘들고 고단한 삶을 경험한 작가 탁경은이 청소년들의 꿈을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을, 길을 찾기 위한 힘겨운 노력을 응원을 담은, 진심을 담은 책이다.


p.52. 행복은 '몰두'다. '완전한 몰입'이다.


1장. 질문 있습니다!에서 아이들의 삶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아이들이 가졌으면 좋을 삶을 대하는 자세를 알려준다. 2장. 청춘에게 말하다에서는 작가가 강연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다. 소중한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아이들이 이것 하나만은 꼭 마음에 담아주었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작가가 들려준 각자의 삶에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은 필사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p.92. 타인보다 우수하다고 고귀한 것이 아니다. 진정 고귀한 것은 과거의 자신보다 우수한 것이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3장. 구원의 문장들에는 작가가 지치고 힘들 때 다시 한번 도전할 에너지원이 된 문장들을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 4장에서는 지친 삶을 지탱하고 힘차게 내일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소개한다. 작가인 까닭인지도 모르겠지만 저자는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을,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반추의 시간을 글쓰기로 채우기 바라고 있다.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딱딱한 안내표지가 아니라 많은 방향을 소개하고 주체적인 자신의 삶에 주인공으로 살기를 권하는 따뜻하고 친숙한 안내방송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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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스토리 - 50가지 와인에 담긴 깊은 이야기를 마시다
신인식 지음 / 넥서스BOOKS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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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와인 초보자들을 위한 《와인보다 스토리》를 출간했던 채권딜러 신인식의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와인 스토리》는 전작이 출간되고 8년만에 출간된 흥미로운 책이다. 허구와 실제를 넘나들며 재미나고 흥미로운 짧은 글로 50병의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와인을 디테일하게 소개하는 대신에 해당 와인이 품고 있는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50가지 인문학적 이야기와 50병의 와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개개의 와인이 가진 흥미로운 인문학적 스토리에 저자의 상상력을 더해 들려주어 해당 와인에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음 페이지를 통해서 해당 와인이 명성을 얻게된 과정과 제조 방법 그리고 평가까지 들려준다. 저자는 짧지만 강렬한 팁을 통해서는 기념일에 어울리는 와인, 가성비 좋은 와인등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가격을 포함한 와인의 정보를 실물 사진과함께 보여주고 있어서 와인의 매력을 조금더 가까이 느낄수있다.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와인도, 수 백만원하는 고급 와인도 만날 수 있는 와인 스토리가 넘치는 책이다.


뜻하지 않은 재발견이 명품 와인으로 이어진 토카이 와인을 비롯해서 마릴린 몬로, 네로 황제 등 유명인들이 즐겼던 와인들도 만나볼 수 있다. 와인붐을 일으킨 만화 작품도 만날수 있고,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명대사와 함께 한 영화속 와인도 만날 수 있다. 프란스시코 고야의 판화 시리즈를 품은 와인을 만나고, 하정우 개인전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와인도 볼 수 있었다.


와인에대한 호기심을 실속있게 풀어주고 있는, 와인과 더욱더 친해지게 만드는 책이다. 책에 소개된 50병의 와인을 조금씩 알아가는 즐거움을 누려보고 싶다. 물론 가성비 좋은 와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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