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1. 보온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오리진 시리즈 1
윤태호 지음, 이정모 교양 글, 김진화 교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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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강연회도 많아지고 관련 서적들의 출판도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다양한 인문학 관련 책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그리고 최근에는 언어학자 김성도 교수의 '언어인간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의 사유를 함께 해보았는데 새로운 관점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바라본 '인류'는 언제나 새롭고 흥미로운 과거와 미래를 함께 하고 있다. 그런 인류에 대한 이야기를 이번에는 '미생'의 작가 윤태호의 신작<오리진 001 - 보온>위즈덤하우스를 통해서 만나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00권의 만화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1권이다.

 

 우선 이 책은 분명 만화책이다. 하지만 만화라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들이 문득문득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좋은 그림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영화배우보다 더 생생한 표정 연기를 하는 등장인물들이 있어서 더욱더 흥미롭고 재미나게 작품을 접할 수 있다. 또 다른 이 책의 매력은 인류를 항상성(Homeostasis)이라는 정말 색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들이 체온을 유지하려는 '보온'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시리즈의 시작을 정말 흥미롭고 재미나게 보여준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는 서울 시립 과학관 이정모 관장이 생명에 대해서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어서 이 작품에 색다른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이런 매력들을 만나다 보면 책의 표지에 있는 '교양 만화의 탄생' 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 와 윤태호 작가의 '미생'을 드라마를 통해서 먼저 만났을 정도로 만화를 그리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오리진>의 시작을 함께 하면서 윤태호 작가의 팬이 되었고 <오리진>의 끝을 꼭 함께 할 것 같다. 100권이라는 긴 여행을 함께하는 동안 작가와 함께 조금씩 다가오는 인공지능과의 동거에서 우리 인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설렘을 안고 오리진의 002를 만나보려고 한다. 위트 넘치는 인문학 도서를 원하고 있는 이들에게 꼭 한번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의 만화를 통해서 인문학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유발 하라리, 인간의 조건을 논하다." 라는 주제로 유발 하라리 X 윤태호 크로스의 명강의를 시청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주 일요일, 9월 10일 오전 10시 40분 OtvN과 tvN에서 공동방송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말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아서 함께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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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
시로야마 사부로 지음, 이용택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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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일본 경제 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며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나오키상(제40회) 등을 수상한 유명 작가 시로야먀 사부로가 아내와의 영원한 이별 후에 쓴 글이다. 이 책은 작가가 죽은 아내와의 첫 만남부터 영원한 이별까지를 잔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아내와 함께 했던 아름다운 날들의 추억들을 돌아보고 있다. 아내와의 예정된 이별을 준비하지만 막상 찾아온 이별은 인정하지 못한다. 평생 자신의 손과 발이 돼 주었던 사랑하는 아내와의 이별을 슬퍼하며 함께 했던 추억 속으로 우리들을 초대한다. 작가의 추억 속에 아내 요코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그리며 쓴 이야기이기에 이 책은 아름답다. 소소한 행복들을 만날 수 있어서 이 책은 사랑스럽다. 


이 책은 작가가 영면에 든 후에 작가의 딸이 원고를 발견하고 출판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더욱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엄마를 그리워하며 쓴 아빠의 글을 처음 접했을 때 딸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 책의 구성은 작가가 아내와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부분과  엄마와의 이별로 외로워하는 아빠의 슬픔을 조용히 지켜보아야 했던 딸의 이야기, 그리고 어떤 영화배우가 작가와 작품에 대해 쓴 이야기까지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오래도록 함께 한 부부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가족 간의 사랑도 잘 나타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읽어 보지 못했지만 이 글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고 하니 아마도 작가는 글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이 책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작가의 솔직 담백한 글인듯하다.

 작가와 아내와의 결혼 생활을 보며 15년간의 결혼 생활을 되돌아보게 된다. 작가처럼 지혜롭지 못해서 다툼은 많이 하고 직장에 얽매여서 여행은 거의 하지 못했다. 책을 보는 동안 작가라는 직업이 갖는 새로운 매력을 볼 수 있었다. 작품 구상과 취재를 위한 부부 여행.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심하게 부러웠다. 부부가 함께 떠나는 여행이 그리고 사랑이. 정말 아름다운 부부 생활을 그리고 싶다면, 오랜 세월이 결혼 생활의 균형을 깨뜨리려고 하고 있다면 부부가 함께 <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를 꼭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다. 물론 부부가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이야기이다. 정말 멋있는 남자와 너무나 사랑스러운 여자가 깊이 있는 사랑을 보여주고 아름다운 이별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정말 훌륭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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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인간학 - 인류는 소통했기에 살아남았다
김성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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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좋았던 일들 중에 하나가 21세기북스를 통해서 '건명원'을 알게 된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건명원'에서 강의한 내용을 만나는 즐거움이다. 이번에 만나볼 즐거움은 고려대학교 언어학과 김성도 교수의 다섯 차례의 '건명원' 강의를 책으로 만든 <언어인간학>이다. 인류의 진화를 언어의 발달과 연관 지어 바라본 정말 색다른 관점의 이야기이다. 인류의 문명과 언어와의 관계를 언어학적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어서 지금까지 읽었던 인문학 책들과는 다른 내용을 보여주고 있어서 너무나 흥미롭다. 이 책 속의 내용들이 모두 새롭고 흥미로웠지만 요즘은 너무나 당연한 '묵독'이 6세기경에는 복화술에 버금가는 고난도 기술이었다는 이야기와 우리글 한글의 우수성의 증거와 학자들의 말들을 만나 볼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이 책의 구성은 총 5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강의마다 자세한 내용의 소제목들로 세분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언어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정말 쉽고 재미나게 책을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류의 종 중에서 유일하게 언어를 만들어내고 '내일'이라는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알아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를 시작으로, 문자 이전에 이미지를 만들어낸 호모 그라피쿠스(Homo graphicus), 선사(先史)를 뒤로하고 역사(歷史)로 들어선 호모 스크립토르(Homo scriptor), 말하는 인간 호모 로쿠엔스(Homo loquens), 그리고 지금도 진화 중인 호모 디지털리스(Homo digitalis)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진화 과정을 특징 있는 다섯 인류를 제목으로 하여 언어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P.80.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몰아낼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비밀 병기라고 할 수 있는 상징의 언어 시스템으로서 완전한 이중분절(二重分節) 시스템을 갖고 있었던 덕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 성공의 가장 큰 일등 공신 ‘언어’라는 것입니다. 
 

언제나 새로움은 설렘과 즐거움을 준다.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여행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데 여행을 시작하는 관점이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문학적인 관점이 아니라 처음 접하는 '언어학적인 관점'이라서 더욱 흥미로웠다. 흥미로운 여행은 인류가 언어를 통해 '소통'하게 되었다는 것에서 시작되고, 활판 인쇄술의 발달로 문자의 민주화, 보편화를 만들어 낸 15세기를 거쳐서, 마지막으로 저자는 기록해두면 절대 망각하지 않는 컴퓨터의 등장으로 처한 인류의 새로운 문제를 기억과 망각의 '균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새로운 선장과 함께 인류의 발전사를 맛보고 싶은 이들에게 정말 꼭 한번 승선해보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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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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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셋 중 둘이 죽었을 때에만 지킬 수 있다." - 벤자민 프랭클린


얼마 전 읽은 심리 스릴러 소설 '비하인드 도어'와  비슷한 제목을 가지고 있고, 저자에 대한 소개 글에도 작가의 첫 심리 스릴러 소설이라고 해서 별다른 생각 없이 범인을 만나려 책장을 넘긴다. 그리고 두 소설이 비슷한 듯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작품<비하인드 허 아이즈>의 색다른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북폴리오에서 나온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저자에 대한 소개 글에 나오듯 작가 사라 핀보르가 판타지 소설을 주로 쓰다가 처음 발표한 심리 스릴러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야기를 읽다 보면 머릿속에 어딘가를 날아다니는 영혼들을 그리게 된다. 정말 영혼들이 등장하는 스릴러일까? 작가는 다시 판타지 속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은 아닐까? 아직 많은 소설들을 접해보지는 못했지만 장르를 오가는 듯한 '반전'은 처음이다. 스릴러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접했던 작품은 다른 장르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꼭 한번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다. 하지만 꼭 원작을 읽고 나서 영화를 만나기를 권하고 싶다. 이 작품 속의 반전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비하인드 허 아이즈>라는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것을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느끼게 된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예사롭지 않은 흐름과 미묘한 심리 변화들로 가득 찬 뛰어난 작품이다. 서로 연결된 스토리 라인들은 빈틈없이 이야기의 절정으로 이어지고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주인공들은 작가의 심리 묘사를 통해서 특색 있는 주인공들로 탄생한다. 너무나 잘생긴 정신과 의사 데이비드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아델, 그리고 그 둘과 연인이자 친구가 된 루이즈가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작품의 반전에서 진정한 주인공이 밝혀졌을 때 이 들 중에는 정말 불쌍한 이들이 생긴다.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 또 불쌍한 이들은 누구일까? 장르뿐만 아니라 주인공도 바꿔버리는 화려한 반전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P.522.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놓아주어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지."


책 표지에 있는 이 한 문장이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어가는 듯하다. 누군가에게는 진정한 사랑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지독한 사랑이 될 수 있는 사랑이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한다. 지독한 사랑인지 진정한 사랑인지 모를 사랑이 주인공들 사이를 묘하게 이었다가 끊었다가 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묘한 분위기를 띄게 된다. 세 남녀의 얽힌 사랑이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여기서 다시 한번 작가의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또 다른 한 사랑. 500페이지가 넘는 책 속에서 반전은 단 한번 나오지만 그 반전이 너무나 강렬해서 다시 그려보아도 흥미로운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가을을 닮은 여름이 지나가기 전에 꼭 한번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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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강
핑루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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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갈녀 : 뱀과 전갈처럼 남에게 해를 가하는 여자를 비유한 말.


색다른 소설을 만나본다. 실화를 바탕으로 쓴 여러 소설들을 만나보았지만 실화의 팩트들을 바탕으로 작가가 상상력을 불어넣어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들의 심리를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은 처음 접해본다. 특히 이미 죽임을 당한 피해자 57세의 여교수의 이야기를 여교수 자신이 직접 풀어가는 부분은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을 알 수 있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보통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들이 팩트 위주에 혹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식의 전개를 가졌다면 현대문학에서 나온 대만 작가 핑루의 장편소설 <검은 강>은 사건의 팩트보다는 사건의 중심에 선 이들의 심리에 더 초점을 맞춘듯하다. 왜 그들이 그런 결정을 해야 했을 까에 더 중점을 두고 돈과 치정에 얽힌 개인적인 사건을 신분에 대한 그리고 결혼 제도에 대한 우리 주위의 사회 문제로 확장시켜 놓은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P.29. "꼭 행복해질 거야!"


작가는 책의 말미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서 이 작품을 통해서 세상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소설이 사건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하고, 인성이라는 문제에 회색 지대를 남겨 출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흑백의 논리에 빠져 흑 아니면 백이라는 분열된 생각들이 우리 사회를 더욱 양분화하고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래서 작가는 27세의 커피숍 점장의 이야기를 창조했는지도 모르겠다. 작품 속에서 이 젊은 여성은 검은 강처럼 어두운 삶을 살면서 밝은 미래를 꿈꾼다. 그녀가 서있던 곳이 '회색 지대' 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죄는 이미 법이라는 제도에 의해 결정되었지만 작가는 그녀가 서있던 회색 지대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그녀를 응원하고 있는 같다. 그녀가 꿈꾸고 외치던 밝은 미래와 행복은 '검은 강'의 심연으로 사라져버렸지만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자전'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바람으로 작가는 '자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색 있는 매력은 책의 중간중간 이번 살인사건에 관한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의견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작가는 이 파트를 통해서 여러 가능성을 보여주어 새로운 가설의 문을 열어보려 한듯하다. 또한 이 책을 접하는 이들에게 생각의 폭을 넓혀 보기를 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론 지어진 사건을 배경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역량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그래서 책장을 덮으면서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찾아보게 된다. 단순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 듯하지만 정말 다양하고 폭넓은 생각을 품게 하는 훌륭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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