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 우리 모두의 진짜 자존감을 찾는 심리학 공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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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얼마 전부터 인문학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고 방송이나 서적들도 앞다투어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문학의 핵심은 아마도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 맥락으로 본다면 인문학 열풍도 결국은 진정한 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알고 싶은 우리들의 희망이 만들어낸 것인듯하다. 많은 인문학 강연을 만나보면 진정한 를 알고 정말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라는 조언을 해준다. 그러기 위해서 남과의 비교를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적이나 강연에서 만날 수 있는 자존감은 혼자서 살때나 가능한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던 까닭을 갈매나무에서 나온 심리학자 김태형<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가짜 자존감은 무엇일까? 자존감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나? 하는 물음을 안고 첫 장을 넘겨본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에서는 최악의 자본주의사회를 보여주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2부에서는 성장기에서 노년기까지 우리 삶에서 자존감이 무너진 원인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3부에서는 드디어 가짜 자존감과 진짜 자존감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잘못된 자존감이 만들어내는 많은 부정적 감정들을 설명하면서 진짜 자존감의 바탕인 자기수용 자기사랑 자기존중에 관해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준다. 끝으로 4부에서는 이런 개인의 자존감 회복에는 가짜 자존감에 사로잡힌 우리 사회의 변화가 꼭 필요하고 개인의 의식 변화와 함께 우리 사회의 변혁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책의 중간중간에 보이는 심리학자의 자존감 노트는 이 책의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읽으며 저자의 생각에 참 많은 부분에서 공감했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P.199. 진짜 문제는 비교가 아니라 기준이다.

P.207. 자존감을 정상화시키는 첫걸음은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공감했고 안타깝게 생각했던 내용은 우리가 진정한 자존감을 회복하려 노력하면서 우리 아이들의 자존감은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어려서 어른들의 사랑을 받고 존중받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자존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가짜 자존감에 내몰려 각종 학원을 다니며 병든 사회의 피해를 온몸으로 감수하고 있다. 학원에서 나보다도 늦게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들어오는 아이를 보면서 늘 이건 아닌데하지만 사회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진짜 자존감이 완성된 사회를 만날 수 있으려면 지금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올바른 자존감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석으로 변하는 교육 정책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병든 사회부터 치료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참된 행복은 성적이나 외모, 연봉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존중하면서 사는 공동체 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생각들을 깊이 있게 설명해주면서 진짜 자존감 있는 삶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정말 멋진 책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를 꼭 만나보기를 권한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자존감과는 다른 색깔을 지닌 자존감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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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착한 여자 1~2 세트 - 전2권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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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서 새로운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 작가 공지영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착한 여자>해냄에서 새로 출간했다. 1997년 발표이래 2002, 2011년에 이어 2018년에 다시 출간된 것이다. 20여 년 전 출간된 작품 속 이야기들은 그보다 더 오래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요즘 20대 여성들이 읽는다면 이해가 되지 않는 점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지금 오늘을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정말 진부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 정인의 어머니는 80년대까지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어머니의 모습이다. 그런 고통받는 여성들의 모습들을 이야기 속에 담아낸 많은 작가들의 의식 있는 노력들이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일조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20여 년 전 쓰인 작품이기에 지금과는 다른 재미난 배경들도 보인다. 예를 들면 요즘은 방송에서 뿌연 자막 처리가 되는 담배가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특히 버스 안에서도 담배를 피운다. 쓰인지 오래되어 조금은 시대적, 사회적 배경이 동떨어지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 속에서 또 다른 매력을 찾아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1권] P.182. 타인의 시선이 결국 자신의 시선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2권] P. 52. 이 착한 여자는 남의 감정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2권] P. 58. 관계라는 것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사람들이 그 이름을 짐작할 뿐.


전체 5부로 구성된 이 소설의 시작은 그 여자가 손목을 그으면서 시작된다. 바로 그 여자가 착한 여자오정인 이다. 요즘 스물한 살의 여성들이 정인을 보면서 착하다고 할지 바보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소설 속에서 정인은 정말 답답하리만큼 착하게 등장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명문대 의대생과의 사랑이 두려워 그녀를 여성으로 처음 대해주는 또 다른 동네 오빠 명수와 사랑에 빠지고 이제 그만하지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로 착하게 군다. 아니 미련하게 군다. 하지만 나쁜 남자현준과 결혼하고 또다시 참고 산다. ‘정말 왜 이러지싶을 정도로 착하다. 그래도 결국 이혼을 결심하고 혼자 선 정인을 보면서 파이팅을 외쳐보았다. 하지만 정인은 작품의 제목에 너무나 충실하다. ‘착한 여자정인은 또다시 바보 같은 아니 착한 사랑을 하고 전 남편보다 더 나쁜 남자라는 것을 독자인 나도 알겠는 데 주인공 정인만 모른다. 정인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읽는 내내 불안하고 화나고 답답하고 정말 오랜만에 끊었던 담배가 다시 생각난 소설이다. 그런데 정인만큼이나 답답한 청춘이 등장한다. ‘착한 남자명수는 정인만 바라보며 정인이 큰일을 당할 때마다 옆에 있어준 동네 오빠이다. 결국 정인에 대한 사랑을 정리하지 못해 이혼하게 된다. 처음부터 착한 여자와 착한 남자가 사랑하고 결혼하였으면 어땠을까?


[2권] P. 131. 아름다운에 대한 대가가 아니고 그것을 제대로 지켜낼 힘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대가였다고...

여러모로 어렵고 힘든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여성들에게 진정한 자존감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젊은 남성들에게는 적어도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호영이라는 우유부단한 인간처럼은 살지 말기를 부탁하고 싶다. 현실에서 정인과 같은 여성이 있다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타인을 위해 착한 여성으로 살던 정인이 자존감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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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도 - 2018 대한출판문화협회 청소년도서, 2024 양산시립도서관 올해의 책
강남주 지음 / 산지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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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통신사에 관한 기록들이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시작된 교류였지만 당시로서는 죽음을 건 항해를 바탕으로 한 여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 듯하다. 그리고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일 공동 등재 한국 측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는 저자 강남주를 통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본다. 저자는 176310월에 일본으로 떠났다가 17648월에 조선으로 돌아온 조선통신사 일행 중 사행선의 기선장으로 참여했던 변박의 이야기를 작은 기록들을 토대로 소설로 탄생시켰다. 산지니 출판사에서 나온 <유마도>를 통해 조선통신사 변박을 만나본다.

 

저자가 변박이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조선통신사의 일행이어서가 아니라 일본의 섬에 있는 절에서 발견된 <유하마도>라는 그의 그림 때문이었다고 한다. 조선통신사의 일원이기는 했지만 문화교류와는 거리가 있었던 변박의 그림이 왜 조선통신사의 행로와는 동떨어진 일본 본토와도 거리가 있는 섬에서 발견되었을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된 저자의 행보는 부산 동래의 이름 없는 화가 변박의 삶을 재미나게 보여주고 있다. 동래부의 장관청 하급 관리였던 변박이 어떻게 조선통신사의 일원으로 일본을 다녀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보물로 지정된 그가 그린 두 점의 그림으로부터 시작된다. 역사 시간에 임진왜란을 배울 때면 등장하던 그림들 중 하나인 부산진 순절도동래부 순절도가 바로 변박의 그림이다. 정사 조엄의 배려로 일본으로 가는 길을 나설 수 있었지만 정식 화원으로서 조선통신사 일행에 참여하지 못했기에 여정 중 문화교류에도 참여하지 못한듯하다. 그럼 언제 어떻게 그의 그림이 일본의 섬에 위치한 절로 가게 되었을까?

 

이 책은 소설이지만 조선통신사의 의미에서부터 그들의 험난했던 여정까지 담고 있어서 조선통신사에 관해서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또 변박이 걸었던 길을 함께 느끼며 소설 속을 걷다 보면 원조 한류를 만날 수 있는 즐거움도 준다. 진정한 원조 한류를 찾는다면 아마도 조선통신사 일행들일 듯하다. 우리의 선진 문화를 자랑스럽게 일본인들에게 들려주고 보여주던 우리의 조상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소설 내용은 조선통신사 일행들이 걸었던 여정이 주가 되지만 변박의 그림이 어떻게 일본의 섬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게 담겨있다. 조금 더 흥미로웠던 점은 <유하마도>가 그려질 당시 대마도의 정세를 담고 있어서 일본의 역사도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에 기록된 작은 것들을 조화롭게 잘 버무려서 너무나 큰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작은 소설이지만 변박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역사 실록을 한편 읽은 듯한 뿌듯함을 주는 책이다.

 

지금은 사라진 두 나라의 신의를 소통의 근본으로 삼았던 조선통신사의 이야기가 새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서로 소통하는 길이 끊어지면서 비극적인 역사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깊은 상념에 빠져들게 한다. 아직도 서로를 반목하며 서로의 주장들만 펼칠 수밖에 없는 것은 지난 역사에 대한 반성이 없는 일본과 스스로 정화하지 못한 과거에 발목을 잡혀 있는 대한민국이 언제쯤 서로 신의를 갖고 소통하게 될지 의문이다. 그런 날이 오기 위해서는 일본의 진정 어린 사과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이들 싸움에서도 때린 아이가 먼저 사과하지 않는가? , 소설의 제목이 <유하마도>가 아니고 <유마도>인 까닭은 무엇인지 만나보는 즐거움은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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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극장 - 막이 내리고 비로소 시작되는 아버지, 어머니의 인생 이야기
노명우 지음 / 사계절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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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자기 자신의 인생에서는 주인공이다. 화려한 삶을 살든 비루한 삶을 살든 나 자신에게는 모두가 소중한 일생 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삶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평생을 '갑'이 아닌 '을'로 살다가 조용히 세상과 이별하는 이들의 삶이 화려한 중심에서 살다가 사라진 이들의 삶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마도 그리 큰 차이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순간순간들을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가가 중요한 차이라면 차이일까 삶의 중심에서 살았든 주변에서 맴돌았든 그들의 삶은 삶 자체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계절출판사에서 나온<인생극장>은 우리들의 부모님들이 살았던 삶을 존중하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 같다.

 화려하지 않은 평범한 삶을 살다간 부모님의 발자취를 따라 그분들의 삶을 돌아보며 그분들이 살았던 사회를 바라본 흥미로운 글이 있어서 만나본다. 저자 노명우는 자신의 부모님이 걸었던 발자취를 한 걸음씩 쫓아가면서 그분들이 살았던 세상을 <인생극장>이라는 책 속에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저자의 부모님들은 우리나라의 격변하는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다간 역사의 증인들이다. 하지만 역사의 중심에는 한 번도 선적이 없기에 그들의 삶은 지극히 평범하기만 하다. 평범하기에 더욱 공감 가는 삶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독립운동도 일본의 앞잡이도 아닌 그저 평범한 삶을 선택했던 다수의 민초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어느 평범한 부부의 일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부부가 살았던 세상의 모습을 많은 작품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 시대를 이야기하는 소설과 영화 등의 작품들이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은 오래된 사진들을 많이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일제시대를 오래된 사진으로 만나보고 6.25라는 슬픈 역사를 사진으로 만나보는 것은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저자의 뒤를 따라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인생이라는 극장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인듯하다. 자존감을 가지고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다면 박정희처럼 역사의 중심에서 살든 누군가가 만든 역사의 흐름을 따라 살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는 일제시대에서부터 1970년대의 우리 사회이지만 지나온 과거를 통해서 지금의 세상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아픈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의 삶은 묻혀버렸던 어른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그래서 날로 깊어가고 있는 기성세대와 젊은이들의 골을 조금이나마 매워줄 수 있는 소중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기 이미지들은 출간전 가제본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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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와 천둥 - 2015 지역출판문화 및 작은도서관지원 우수도서
이규정 지음 / 산지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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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광복 72주년 경축사를 통해서 알게 되었던 독립운동가 대암 이태준 선생님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쓴 이규정의 장편소설 <번개와 천둥>산지니 출판사를 통해서 만나본다. 산지니 출판사를 통해서 보았던 소설들은 모두 다 커다란 울림을 주었기에 이번에도 큰 기대를 품고 책장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책장을 덮으면서 느낀 많은 감정들 중에서 가장 큰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생면부지의 몽골인들을 위해 의술을 베풀고 그곳에서 얻은 이익은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민족을 위해서 아낌없이 주었던 그의 아호처럼 커다란 바위 같은 대암 이태준의 삶은 나와 가족만을 위해 살면서 힘들다 엄살떠는 나 자신을 부끄럽게 했다. 아마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뇌물을 받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는 오늘의 위정자들에게는 더욱 커다란 울림을 줄 것이다. 국회의원들과 정부 고위 관리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유만 된다면 그들에게 한 권씩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대암 이태준 선생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내용은 이태준 선생이 고향을 떠나 의사가 되고 독립운동에 나서게 되는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대암 선생이 몽골에서 의술을 펼치며 독립자금을 모아 독립운동에 헌신하다가 어린 딸, 부인과 함께 비참한 운명을 맞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정말 가슴 아픈 소설 같은 삶을 살다 간 이태준 선생에 대해서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점이 안타깝고 부끄럽기만 하다. 특히 도산 안창호 선생님과 대암의 대화를 읽으면서 성실하지 못했던 젊은 날들이 후회되고 부끄러웠다.


"진리는 반드시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어지는 날이 있는 법이지요. 우리는 진리와 정의를 위해 살아야 하고 , 진리와 정의 때문에 죽을 수도 있어야합니다."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도 죽어요..."


"우리나라를 망하게 한 것은 일본도 아니요. 이완용도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들 자신입니다. 우리 각자의 인격이 비루하고 생각이 비좁아서 일본에게 당한 것입니다...우리는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꿈에라도 진실을 잃으면 통회해야 합니다."

 

독립운동의 한 축을 이루었던 종교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순수한 종교의 힘으로 진정한 진리를 위해 자신의 안일보다는 타인, 그리고 민족의 안위를 위해 일생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어준 종교의 참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종교는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오래전 우리에게 독립을 꿈꾸게 하고 진정한 사랑을 일깨워준 참된 종교의 모습이 보고 싶다. 대암의 몽골에서의 모습은 요즘 주위에는 없을 것 같은 진짜 의사의 모습이었다. 환자를 고객으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보는 진짜 의사의 모습을 보고 싶다.


대암은 두 딸을 동생 내외에게 맡기고 고향을 떠난다. 미안해하는 형에게 당연히 자신이 키워야 하는 냥 조카들을 맡는다. 100여 년 전 우리들 가족의 모습이다. 가족 간의 사랑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요즘 우리 사회가 나날이 삭막해지는 까닭은 가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가족 간의 사랑이 사라진 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가족의 힘이 우리 민족의 힘이었는데 이제는 명절에도 잘 모이지 않는 너무나 개인적인 사회가 돼버린 듯하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홀로된 부모를 두고 자립이라는 이름으로 집을 나가 홀로 사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먼저 든다.

 

대암과 김필순과의 대화에서 윤리와 도덕의 실종을 걱정하는 내용이 나온다. 100여 년 전부터 우리 사회는 일보의 침략으로 인해 윤리와 도덕이 실종되어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일본의 앞잡이였던 자손들은 풍족하게 살고 있고 독립운동으로 가족을 신경 쓰지 못했던 의인들의 자손들은 어렵게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어둠은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데서오는 아픔이고 슬픔일 것이다. 일제 잔재를 청산함으로써 바로 세울 수 있었던 윤리와 도덕은 이제 더욱더 바로 세우기 힘들어진 것 같다. 사람을 사람 자체로 보지 않고 그 사람의 경제적 능력으로만 보는 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 버린듯하다. 자신이나 가족의 안위보다는 독립을 위한 길을 선택하고 막대한 돈을 독립을 위해 조달했던 대암의 큰 뜻이 너무도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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