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떠났다
소재원 지음 / 새잎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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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47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랑은 시작된다.

        사랑을 받거나 준다는 작은 차이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랑은 우리를 떠나지 않는다.

        우리가 보내야 할 대상은 이별일 뿐이다.

        이별이 떠나는 순간 고통은 사라진다.

        ...중략...

        그렇게 이별이 떠났다.

 

사회의 소외된 약자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는 소재원 작가의 <이별이 떠났다>를 새잎을 통해서 만나본다. 소재원 작가의 이야기는 독특한 설정과 빠른 전개를 강점으로 <소원>,<터널> 두 작품은 영화로 상영되었고 한센병과 위안부를 다룬 <그날>과 살균제 문제를 다룬 <균>은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작가의 많은 작품들이 영상으로 다시 만들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두 여자와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별이 떠났다>를 읽고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600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단번에 읽었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는데 그 이야기들이 쉽사리 손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기에 숨 가쁘게 결말까지 내달렸다.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어서 여러 편의 '인간극장'을 본듯한 느낌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많은 이야기들 속에는 '여자'에서 '어머니'로 다시 태어난 여성들의 당당한 삶과 사랑을 보여주고있고 그녀들의 적이 된 가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던 남자들의 한심한 모습도 담겨있다.


이야기는 자신감 넘치고 발랄한 20대의 정효가 남편의 외도로 가정은 파탄 났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은 하지 않고 집 안에서 어둠과 생활하고 있던 50대의 서영희를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아들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영희의 공간으로 들어와 함께 살자 하는 정효의 청을 영희가 들어주면서 소설은 흥미롭게 펼쳐진다. 두 여자의 불편한 동거가 어떤 결말을 만들어 낼지 정말 궁금했지만 한편으로는 단순하게 보이는 두 여자의 한시적인 동거 이야기를 가지고 어떻게 이 많은 지면을 채워나갈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결말에 다가온 듯한 이야기에 '어머니'에 관한 애틋한 이야기들이 첨가되면서 단순한 막장드라마 같았던 소설은 정말 훌륭한 작품으로 변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의 모습을 만나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주차장에서 벌이는 세 여자들의 싸움은 TV 속 막장 드라마에서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그 후에 전개되는 이야기는 가슴 울리는 감동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많은'어머니'들의 삶은 자식들을 위한 사랑 그 자체라서 눈물과 함께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흘러 잠시 쉬었다가 이야기를 접한 책은 처음이었다. 작가는 우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쉬운 이야기들을 보여주면서 마음속 깊은 곳을 자극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만들어낸 가정은 아내나 남편이라는 자리를 떠나서 사람이기에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나가야 할 것 같다. 여자이기에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아온 여성들은 어머니라는 이름만으로도 위대하고 또 존경받아야 한다. 물론 이 작품에 등장하는 특정의 여성들을 두고 사회 전반으로 보편화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주변의 '어머니'들의 삶은 작품 속 어머니 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말하고 있는 '이별과의 헤어짐'이 우리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결혼 생활이나 연애가 매일 똑같고 지루하다고 느껴진다면 이 작품을 통해서 진정한 사랑을 만나 보고 이별을 떠나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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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의 화가들 - 서로의 연관검색어로 남은 미술사의 라이벌 16
박미성 지음 / 책밥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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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대부분의 예술가들에게는 그들만이 가진 독특한 세계가 있는듯하다. 예술적 영감을 주는 뮤즈와 작품 속에 녹아든 사상의 근간이 되는 색다른 환경 등 그들만의 세계가 작품으로 표현되고는 한다. 그런 독특한 것들 중에서도 그들의 성장에 강한 자극을 주던 라이벌에 대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흥미롭고 재미나다. 미술사를 전공한 저자 박미성은 세계적인 화가와 조각가 16인을 라이벌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들의 예술 세계를 <당신 곁의 화가들>에 촘촘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책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세계적인 화가와 조각가 16인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을 다양한 주제로 두 명씩 라이벌로 짝지어 준다. 그 라이벌들은 동시대에 살면서 소통하던 사이도 있지만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서 일면식도 없는 이들도 있다. 그 점이 이 책을 더 흥미롭게 느껴지게 하는 듯하다. 같은 표현을 다르게 하고 같은 빛에 대한 이미지도 다르게 그려내고 조각이라는 장르에 대한 다른 의견을 가지기도 한 이들의 다른 점과 공통점을 통해서 그들이 왜 라이벌인지 재미나게 그려내고 있다. 16인의 라이벌들이 서로를 라이벌이라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 속에서 그들은 충분히 라이벌 구도를 만들고 있다. 물론 그들이 아니라 저자가 만들어낸 라이벌 구도이지만 그 구도가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나서 단번에 향기로운 미술사를 산책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주는 책이다.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처럼 또는 오귀스트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처럼 서로에게 긍정적인 에너지에서 부정적 에너지로 변해버린 관계를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그들의 삶 속에 빠져들게도 하고, 16인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섬세하게 설명하면서 보여주어 미술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또한 거장들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많은 사진들로 만나볼 수 있어서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미술사를 전공한 저자가 16인의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서 미술사를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것 같다. 이 책 속에는 16인의 예술가의 삶이 담겨있고 그들이 창조해낸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탄생시킨 명장들의 이야기를 미술사와 함께 볼 수 있는 책을 원한다면 꼭 한번 만나보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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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 문득 당연한 것이 궁금해질 때 철학에 말 걸어보는 연습 묻고 답하다 2
박연숙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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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2.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나와 그것'의 관계가 흔하고 '나와 너'의 관계는 드뭅니다.(중략) '나와 너'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나'가 아닌 '너'입니다. '너'없이 '나'는 존재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풍부한 상상력과 감수성으로 만들어지는 문학 작품과 날카로운 분석과 냉철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철학의 만남은 어떤 모습일까? 제목부터 흥미로운 <소설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지상의 책을 통해서 만나본다.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철학이 가진 이성으로 바라보면 어떤 답을 내놓을까? 우리들의 삶을 소재로 우리들의 과거와 미래를 그려내는 소설 속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모습에서 찾은 철학적 메시지는 무엇일까? 요즘 아이들에게 '생각하기'란 무척이나 낯설고 어려운 일인 듯하다. 그래서 어른들이 생각해낸 방법이란 게 '논술'인듯하다.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표현하는 논술은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가야 하는 학원이 하나 더 늘어났을 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더 줄어든것 같다. 아이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고등학교 철학 교과서를 집필하는 등 아이들에게 필요한 책들을 다수 지은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아마도 아이들에게 철학의 기초가 되는 '생각하기'를 선물하자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서 만나 볼 수 있는 '철학'은 다른 책들에게 느껴지는 어려움이나 거부감이 아니라 친근하고 다정한 모습이다. 책 속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만나는 철학이 우리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인듯하다. 또 철학에 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있는 '철학 talk talk' 코너가 있어서 더욱 쉽게 읽을 수 있고 철학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철학이 주는 지루함과 난해함은 찾아볼 수 없는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열다섯 편의 소설이 고전과 현대 소설까지 폭넓은 시대와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들이어서 더욱 매력적이다. 소설의 감성과 철학의 이성이 만나 만들어낸 하모니는 생각보다 더 큰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생각하기'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새로운 학기를 맞이한 아이들에게 선물해주는 즐거움을 만나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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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정전 - 루쉰의 소설 마리 아카데미 2
루쉰 지음, 조관희 옮김 / 마리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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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2. 생각해보니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이것은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중국 작가의 소설 작품은 그리 많이 접해보지 못했었는데 마오쩌둥이 중국의 만리장성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는 루쉰의 작품들을 만나보았다. 중국 현대 문학의 창시자로 여겨지는 루쉰은 중국 공산당의 국민적 영웅으로 찬양받고 있으며 마오쩌둥을 위해 사상적 기반을 마련한 인물이라고 한다. 작가 루쉰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작가인지 사상가인지 모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마도 중국의 역사를 자세히 알지 못해서 더욱 그런 느낌에 빠져든 듯하다. 하지만 이 책 속에 소개된 작품들을 접하고 옮긴이 조관희 교수의 설명을 읽으면서 작가 루쉰이 어떻게 왜 중국인들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게 되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루쉰의 소설 아큐정전>은 루쉰이 남긴 세 권의 작품집에 수록된 33편의 작품들 중에서 10편을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작품집 '외침' 중에서는 자서, 쿵이지, 고향, 아큐정전 그리고 중국 현대 소설사에서 최초의 현대 소설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광인일기를 소개하고 있고, 두 번째 작품집 '방황'에서는 복을 비는 제사, 술집에서를 뽑아 실었다. 세 번째 작품집 '새로 엮은 옛이야기'에서는 자서, 하늘을 땜질하다, 주검을 보여주고 있다. 문학적 소양이 미천해서 되도록이면 함축적인 내용과 의미를 담는 단편 소설들을 피하려고 하는데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루쉰은 아큐정전을 제외하고는 모든 작품들이 단편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도 중편인 아큐정전을 제외하고는 짧은 이야기들이다.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서 난해하지만 시대를 걱정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작가의 깊은 고뇌만은 느낄 수 있었다.


사상이라는 허울 속에서 벌어진 이념의 갈등으로 인해 망가져버린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한 아큐정전은 루쉰이 왜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명작이다. 그리고 식인이라는 너무나 독특한 소재로 무지의 늪에 빠져있던 당대 중국의 국민들을 일깨우려 한 광인일기는 오해와 무지가 만들어내는 많은 폐해를 안고 사는 지금 우리들에게도 깊은 깨달음을 주는 듯하다. 그리고 중국의 신화와 설화가 바탕이 되었다는 하늘을 땜질하다주검은 마치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해서 앞선 두 작품집에서 소개된 작품들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을 갖게 해 준다. 물론 중국의 고어와 신화 등의 이야기들을 알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어려운 어휘나 표현을 각주로 친절하게 설명해준 옮긴이의 노력이 없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작품을 접하는데 어려움을 해소해준 각주도 매력적이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책의 마무리를 담당한 '옮긴이의 말'인 것 같다. 중국 소설의 흐름을 루쉰의 작품과 함께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게 해주고 있어서 정말 좋았다.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루쉰의 작품들과 중국의 문학사의 흐름도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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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동물학교 1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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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를 찾아서 보기에는 너무나 게으르고 결말을 빨리 보고 싶어 하는 급한 성질 탓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던 웹툰에 폭 빠지게 한 엘렌 심의 작품 <환생동물학교 1>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 책은 같은 제목으로 네이버 웹툰에 소개된 이야기 중에서 열두 편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웹툰을 보지 않던 나를 웹툰의 세계로 이끈 이 책은 제목부터 색다른 무언가를 느끼게 해준다. '환생'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소재보다 더 독특한 등장 동물들로 인해 더욱 재미나고 유쾌하게 전개된다.

 인간 세상에서도 '환생'은 정말 착한 이들만 허용된다는데 이 학교의 입학 조건은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하다.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선별되는지는 이 책에 등장하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동물들의 이야기를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된다. 각기 다른 아픈 사연들을 안고 환생 학교에 들어왔지만 세상에 두고 온 주인들을 걱정하는 모습들은 사랑스럽기도 하고 못된 주인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 아프기도 하다. 특히 9화 '비스콧의 입마개'에서 보여주는 동물들의 사려 깊은 행동은 아픔과 슬픔만 주는 인간이라는 것을 부끄럽게 만든다. 너무나 안쓰러운 이야기에 저절로 눈물이 흘러나와 멈출 수가 없었다.


열두 편의 이야기를 보면서 내가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금방 미소 지었다가 금방 눈물 글썽이고 또다시 유쾌하게 웃다가 금방 우울해하면서 책을 다 보고는 평소 보지 않던 네이버 웹툰을 찾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사람의 감정을 모두 들어내게 하는 마법을 가진 유쾌한 책이다. 아니 감동적인 책이다. 어쨌든 정말 좋은 책인 건 확실하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웹툰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화면으로 만나는 이야기와는 다른 느낌을 책을 통해서 만나게 해주고 싶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다. 사람으로 다시 한번 환생을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물론 동물도 환생하고 싶은 인간들도 읽어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동물들이 사람으로 환생하기 위한 환생 학교의 교육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못된 인간으로 동물처럼 살다가 동물로 환생하기보다는 착한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다가 사람으로 환생하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 이야기들이 주는 울림이 너무나 깊고 강해서 그 울림이 가슴속 깊이 오래도록 머물러 있을 것 같은 행복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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