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방차 마르틴 베크 시리즈 5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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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작가 커플인 마이 셰발페르 발뢰'마르틴 베크'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 《사라진 소방차》를 만나본다. 스웨덴 경찰소설, 범죄소설의 선구자라 불리는 이들의 작품답게 지금까지의 작품 모두 스토리 구성도 탄탄하고 이야기 전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그러니 가독성은 당연히 뛰어나다. 물론 일본 미스터리 소설에서 접할 수 있는 천재적인 탐정이나 형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경찰서에 가면 실제로 스칠 것 같은 형사들이 등장한다. 실감 나는, 생동감 넘치는 형사들이 보여주는 일상이 천재 형사들의 추리보다 재미나고 흥미롭다. 왜일까?


스웨덴의 범죄학자이자 추리소설가인 레이프 페르손《사라진 소방차》'서문'을 통해서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 대한 자신의 팬심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서른 권이 넘는 책을 소장하고 있으며 특히 《사라진 소방차》를 좋아해서 가장 많은 판본을 소장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보다 나은 책은 어지간해선 만나기 힘들다.'(p.9)라는 표현보다 더 수위 높은 애정 고백이 있으니 조금의 닭살은 예상하길 바란다. 물론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매력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 '서문'은 천천히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야기는 총소리로 시작해서 총소리로 끝을 맺는다. 물론 두 총소리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고 그 상황도 완벽하게 다르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는 개성 넘치는 형사들이 고정 출연 중이다. 그리고 그들 각자의 개인적인 삶과 형사로서의 일상을 재미나게 잘 버무려서 이 시리즈를 최고의 경찰소설로 만든 것 같다. 이번 작품의 주요 흐름은 192㎝, 100㎏의 거구에 괴팍한 다혈질 형사 군발드 라르손이 맡는다. 이유도 묻지 않고 누군가를 감시하던 라르손은 화재 사고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리고 시민들을 구한 영웅이 된다. 그런데 그 화재사건은 엄청난 나비효과를 만들어내고 결국 국제적인 사건으로 돌아온다.


이 시리즈의 숨은 재미는 형사들의 일상을 들려다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대놓고 들어낸 재미중 하나는 마르틴 베크 경감과 수사를 함께하는 형사들이 펼치는 탐문 활동이다. 참고인 조사에 심혈을 기울여 작은 단서에서도 커다란 틈을 발견하고 그 틈을 바탕으로 범인을 특정해 나간다. 그런데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작품들과는 결이 다른 결말을 보인다. 팀에 새로 합류한 신출내기 형사 스카케의 멋진(?) 활약이 기다리고 있는 결말을 꼭 만나보길 바란다. 첫 등장부터 강열한 인상을 심어준 스카케의 엄청난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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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50가지 전쟁 기술 - 고대 전차부터 무인기까지, 신무기와 전술로 들여다본 승패의 역사
로빈 크로스 지음, 이승훈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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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담은 책들이 흥미롭고 재미난 까닭은 아마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같은 사건을 다양하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전쟁기술》은 군사 역사와 영화를 전문으로 다루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로빈 크로스가 고대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전쟁 기술과 신무기로 역사 속 전쟁들을 소개하고 있는 재미와 흥미가 넘치는 책이다.


은 고대(B.C.2600 ~ 2200년경) 수메르인의 도시국가 군대가 처음 사용한 '전차'를 시작으로 50가지 전쟁기술을 시대순으로 8개 챕터 chapter 안에 잘 정리해서 차곡차곡 잘 쌓아놓은 역사책이다. 누구나 쉽게 즐기며 접할 수 있는 역사 이야기의 끝은 '사이버 전쟁'이 맡고 있다. 아무래도 다양한 AI 기술들이 미래가 아닌 현재가 된 오늘에 어울리는 끝맺음인듯하다. 50가지 이야기도 매력적이지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본문의 설명을 보충해 주는 작은 섹션에 담긴 해설과 본문에 수시로 등장해서 읽는 재미를 주는 전쟁 관련자들의 전쟁에대한 감성적인 문장들이다.


전쟁의 시작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했을 것 같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원초적인 본능에서 시작된 전쟁의 불꽃은 인류가 가진 탐욕과 욕심 때문에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불타오르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전쟁은 언제나 역사가 아닌 현재인듯하다. 그래서인지도 모르지만 전쟁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본 역사책은 정말 흥미만점이다. 그러니 전쟁 이야기의 핵심인 '전쟁 속 기술들'을 관점으로 바라본 역사를 들려주고 있는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전쟁기술》의 재미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역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 책이 가진 매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세계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커다란 도움이 될 것 같다. 암기해야 할 것들이 넘치는 교과목 세계사가 아니라 흥미롭게 만날 수 있는 재미난 세계사를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전쟁에 응용되고 또 전쟁의 기술이 인류 생활에 적용되는 흐름을 보여준 책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 흐름이 바뀌기를 바라본다. 전쟁 없이 발전하는 따뜻한 세상이 오기를 기대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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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산 패밀리 3 특서 어린이문학 8
박현숙 지음, 길개 그림 / 특서주니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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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시리즈』 『구미호 식당 시리즈』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 박현숙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시리즈『천개산 패밀리』의 세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천개산 패밀리』의 주인공들은 유기견들이다. 천개산 산 66번지에 사는 들개들은 너무나 가슴 아픈 사연들을 안고 버려진 음식을 주어와 나누어 먹으며 생활한다. 전편들에서 보여준 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감수성은 《천개산 패밀리 3》에서도 여전히 차고 넘친다. 또 여전히 그림은 생동감 넘친다. 천개산 친구들의 개성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어 이야기를 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다.


이번 이야기의 부제는 '뭉치의 꿈'이다. 뭉치는 천개산 패밀리의 새로운 가족으로 패밀리 중 가장 작고 약한 녀석이다. 그런 뭉치의 꿈은 무엇일까? 그런데 뭉치가 가진 꿈보다는 그 꿈을 가지게 된 까닭이 더 크게 와닿는다. 이기적인 인간들이 작고 여린 생명에게 저지른 몹쓸 행동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마을로 내려가 음식을 구해오는 일에서도 제외되는 왜소한 체형의 뭉치가 가진 꿈은 응원해 주고 싶지만 그 꿈을 갖게 된 동기가 정말 아프고 슬퍼서 뭉치가 그 꿈을 잊고 살았으면 하고 바란다.


오늘도 산속 식구들은 식량을 구하러 출발한다. 자기도 가고 싶다고 조르는 뭉치를 혼자 두고 온 것이 찜찜한 대장번개, 미소, 용감이는 먹을거리를 구해 서둘러 돌아온다. 그런데 귀여운 사고뭉치 뭉치는 대형 사고를 치고 만다. 사람들이 산에서 내려오지 말라고 멧돼지들을 위해 산속에 가져다 놓은 고구마와 당근을 가져온 것이다. 그것도 열심히. 결국 들개들은 멧돼지들의 공격을 받게 된다.


『천개산 시리즈』의 주인공들에게 전편들에서 '위험'을 선물하던 시내에 사는 떠돌이 개 '무적이'는 이번에는 천개산 들개들에게 정말 귀중한 정보를 선물한다. 조만간 순대 축제가 열리고 그곳에 오면 먹을거리가 많을 것이라는 고급 정보를 알려준 것이다. 하지만 천개산 친구들이 무적이라는 이름을 부르지 않고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라고 부르는 이유를 금방 알게 된다. 이 녀석은 이번 이야기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빌런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참 꾸준한 녀석이다.


특별한서재의 아동 브랜드인 특서주니어의 책이 가지고 있는 많은 장점들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작가가 들려주는 '창작 노트'인듯하다. 《천개산 패밀리 3》의 창작 노트에는 박현숙 작가가 어린 독자들에게 바라는 점(나는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웠으면 좋겠어요.)이 담겨있다. 거기에 차기 작품에 대한 예고를 만날 수 있어서 더욱 특별하다.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은 떠돌이 개들의 대장 자리를 노리는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라고 한다. 물론 이런 비열한 녀석이 대장이 될 수는 없겠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한다.


누군가를 배려할 줄 아는, 약한 친구를 도와줄 수 있는 마음의 소중함을 만나보고 싶다면 천개산 산 66번지를 찾아가길 바란다. 용감이가 친절하게 안내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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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세탁소 -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하이디 지음, 박주선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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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심리학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한 심리 상담가이자 소설가 리자원의 소설《시간 세탁소》를 만나보았다. 심리 상담가로서 전문 서적을 쓸 때는 본명을 사용하고 소설을 쓸 때는 하이디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독특한 작가다. 작가가 '저자 후기'에서 알프레드 아들러의 '이야기가 곧 인생'이라는 말을 소개하고 있듯이 이 책은 우리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나 삶 속에서 지우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너무나 아픈 '상처'를, 너무나 커다란 상실감을 지우고 오늘을 살 수 있는 힘을 주고 있다.


p.53. 일단 틀에 갇힌 생각에서 벗어나야 생각과 몸과 마음이 새로운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


후미진 골목에 위치한 세탁소에는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장 가오高가 오늘도 누군가의 소중한 사연을 담은 물건을 깨끗하게 세탁하고 있다. 아홉 가지 물건에 얽힌 아홉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며 생각의 틀을 깨고 유연한 삶을 살라고 조언해 준다. 과거의 기억의 틀에 갇혀 오늘을 괴롭히지 말고 씩씩하게 앞으로 나가라고 들려준다. 속싸개의 틀에서, 가방의 틀에서, 스웨터의 틀, 타인의 틀에서 벗어나 오늘을, 바로 지금을 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p.122. "저한테 있어서 노력은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는 실패를 피하기 위해서 가 아니라, 내 눈에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하는 거예요."


심리 상담가로서 들려줄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이야기에 녹여 우리들 마음을 녹여 생각을 유연하게 만들고 있다. 또 심리 상담가이기에 가능한 조언을 가슴 울리는 문장으로 전달하고 있다. 살면서 상처받은 마음을, 불현듯 떠오르는 묻어두었던 답답함을 말끔하게 지워주려 노력하고 있다. 누구나 안고 사는 아픔을 너무나 인간적으로 풀어주고 있다. 판타지적 요소를 사용하지 않고 동네 아저씨 같은 가오 사장의 말과 생각을 통해서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고 오늘을 살 용기를 주는 소설이다.


p.209. "…정말 잊혔다 해도 그것들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한 가치가 있는 거란다."


가슴에 와닿는 문장들이 수시로 튀어나오는 신비한 책이다. 아마도 저자가 심리학을 전공한 까닭인 것 같다. 오늘 문득 떠오른 아픔이나 슬픔이 있다면, 오늘의 상황이 너무나 답답하다면 가오 사장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가오 사장 자신의 이야기를 만나보길 바란다. 기억의 틀을 깨고 나와 오늘을 즐기고 있는 여고생 샤오루와 젊은 작가 아모가 있는 《시간 세탁소》의 다리미가 복잡하게 꾸겨진 우리 삶의 구김을 멋지게 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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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프팅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1
범유진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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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수상 작가 범유진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쉬프팅이라는 판타지에 학교라는 실존을 겹쳐서 정말 상상도 못할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날카로운 시대정신이 정말 놀랍다. 학교. 어떤 아이들은 좋아하고 어떤 아이들은 싫어하는 그런 곳. 그런데 어른들에게도 그런 곳이 있다. 그러니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쉬프팅'은 남녀노소 누구나 그려볼 수 있는 판타지일 것이다. 평행 세상에 살고 있는 또 다른 나는 행복할까? 우선 로아와 도율의 뒤를 따라가본다.


《쉬프팅》을 만난 첫 느낌은 밝고 유쾌한 이야기일 것이다였다. 그런데 도입부부터 습하고 어두운 기운이 걱정이라는 감정을 끄집아낸다. 로아에 대한 걱정에 도율이에 대한 걱정까지 정말 책표지가 왜 저렇게 밝은지 모르겠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가장 편안한 시간인 로아와 학교에서 빨리 나가고 싶어 하는 도율이 함께 쉬프팅에 성공한다. 쉬프팅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직접 알아가는 즐거움을 접해보길 바란다. 아마도 엘리베이터에 아무도 없다면 한번 시도해 보게 될 것이다.


쉬프팅에 성공한 도율은 또 다른 이유로 쉬프팅을 시도한다. 여기서 우리 세상에 존재하는 '학교'와 쉬프팅에 성공해서 만나게 된 '디마이'에 모두 적응 못하는 도율의 행동이 흥미롭다. 어쩌면 학교라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개개인의 문제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면 이야기가 막힌다.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라는 것은 어른들이 할 행동은 아니다. 아직은 실패하고 부딪쳐보는 용기를 칭찬받아야 할 아이들을 제도라는 틀안에 가두려는 것 가체가 무리 아닐까?


로아와 태이가 보여주는 행동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 용기 내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도율은 아직도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한듯해서 안타까웠지만 도율의 입장이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이 책은 돌아갈 수 있는 안전한 곳, 편안한 곳으로 '집''학교'를 놓고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로아와 도율은 다른 답을 내놓는다. 여기서 로아에게 집은 따뜻한 온기가 넘치는 가정 home이 아니라 그저 지붕이 있고 담이 있는 차가운 집 house이다.


늘 그렇듯 두 아이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어른은 보이지 않는다. 부모라는 사람들은 실망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쉬프팅한 세계에서도 그 부모들은 변하지 않는다. 누구나 갈 수 있는 학교가 있는 세상과 특권층만 갈 수 있는 디마이가 있는 세상 우리의 선택은 눈에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아이들의 선택은 그렇지 않다. 왜일까?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선물한다면 작은 철학 책을 선물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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