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게 어때서
로빈순 지음 / 동아일보사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빈순 표류기라는 대문의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 중인 주인장의 에세이집을 만나보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가 한국에서 평범한 워킹맘으로 살고 있는 40대 주인장의 일상이 녹아든 에세이이다.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을 담았지만 막상 글을 읽다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매력적인 글들의 모음이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한 번쯤은 경험했을 평범한 이야기들이 읽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과 추억 속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고 있어서 좋았다.


P.56. 평범한 게 어때서?

     아무리 평범한 나도 내 삶 속에서는 엄연한 주인공이다


많은 이들의 자신들의 책 속에서 줄기차게 외치는 것들 중 하나가 우리 인생의 주인공은 어떤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남들과의 비교나 지나친 자기 비하를 피하고 자신 있게 내 삶을 내 의지대로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고 이 책의 저자 또한 책의 도입부에서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걸 저자도 알고 우리 독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어려움의 극복을 저자는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에서 시작해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흘러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다면 세월과 함께 변해가는 우리의 모습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평범하지만 당당하게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P.151.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은 '의리'라는 생각이 든다.


P.199. 자식의 반항을 예방하는 방법은 '그냥 믿어주는 것'...


저자의 에세이를 보면서 성별은 다르지만 비슷한 연배로서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직장과 가정 그리고 육아까지 책임져야 하는 내 아내와 같은 직장맘들에게 짙은 추억 속 향수만큼이나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글들이 재미난 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가볍게 그려진듯한 캐릭터는 너무나 친근함을 주며 그 자체만으로도 지친 워킹맘들에게 편안한 안식처를 주고 있다. 따스한 봄날 우리를 찾아온 향기로운 봄 향기처럼 향기로운 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권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아야세 마루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조금은 특이한 이야기를 만나 보았다.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신칸센'이라는 기차를 통해서 시작되고 끝을 맺는 일본인 작가 아야세 마루의 단편 소설 다섯 편을 담고 있는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이다. 또, 다섯 편의 이야기의 제목들이 꽃향기를 담고 있어서 길에 꽃들이 만발하고 있는 요즘 읽기에 딱 좋은 책인 것 같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한편의 에세이를 읽고 있는 듯한 편안함을 주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야기에 긴박한 긴장감보다는 편안하고 따뜻한 사람 사는 향기가 묻어나는 작품이다.


누구나 기차를 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기차를 통해서 떠나는 여정의 끝이 봄꽃 향기처럼 향긋하고 아련한 가족의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 가하면,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고향에 다가가지 못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그런 고향의 이야기를 가족의 사랑을 통해서 아름답게 풀어내고 있다. 아름다운 이야기의 배경에는 향긋한 꽃향기가 함께해서 이 책의 이야기들을 더욱더 향기롭게 해주고 있다.


기차를 타고 찾아오는 사랑과 그런 사랑을 기다리는 사랑의 교차점이 되어주는 곳이 각기 다른 이름 모를 꽃향기로 가득한 고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고향이 향기로울 수 있는 것은 그곳에 가면 마음 편히 기대고 싶은 가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기차는 고향으로 다가가지만은 않는다. 고향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멀어지는 고향과 멀어진 고향에서 느껴지는 서로 간의 사랑은 더욱더 애틋하기만 하다. 서로를 연결해주는 기차가 달리는 기찻길은 두선이 평행을 이루고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서로를 마주 보며 우리에게 길을 열어준다. 우리들 사는 관계도 서로 부딪침 없이, 한 쪽으로 치우침 없이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보는 동안 갑자기 일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나오는 장소와 먹거리들을 찾아가고 싶다. 물론, 원전 사고 이후 조금은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속에서 고향을 지키고 있는, 가족의 돌아올 곳을 지키고 있는 이들의 삶을 만나보고 싶다. 일본의 토호쿠 지방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가방 속에 꼭 함께 챙겨가기를 권하고 싶다. 여행의 길잡이는 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떠나온 마음의 길잡이로는 훌륭할 것이라고 믿는다. 꽃향기 가득한 작품을 만나서 올봄 가지 못한 봄 꽃놀이의 아쉬움을 달랠 있어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속임수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P.571. 일은 그렇게 시작됐다. 아무런 악의 없이, 너무나 사소하고 평범하게.


P.583. "정의가 구현되지 않았다는 게 비극의 핵심입니다.

         피해자의 가족은 끊임없이 고통 받고 있는데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독일에서 국민작가로 불릴 만큼 높은 인기와 명성을 누리고 있는 샤를로테 링크의 2015년 작 "속임수"를 만나 본다. 탄탄한 구성과 물 흐르는듯한 자연스러운 전개가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하는 뛰어난 작품이다. 흥미로운 사건들이 연속해서 발생하면서 책 속에서 한순간도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다음을 예측할 수는 있지만 그 예측이 정답 일까 하는 의아심을 계속 품게 하면서 독자들을 스토리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다.


소설 속 인물들의 사연들을 접하면서 어딘가 우리들 주위에 있을 듯한, 한 번쯤은 만난듯한 이들의 삶이 이야기를 더욱더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그런 평범한 이들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정말 평범하게 지나칠 수 있는 사건으로 인해 결코 평범하지 않은 불행한 시간들을 보내게 되는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작은 사고 하나가 만들어낸 어두운 그림자 속을 헤매다 불행한 결말을 맞는 세 명의 희생자와 우연한 작은 사고가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려 결국은 피해자들 보다 더욱더 불행한 결말을 맞게 되는 범인의 삶에서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슬픈 이야기가 담긴 스릴러이다.


 너무나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작게 생각하고 벌인  속임수가 사랑도 우정도 모두 잃게 만드는 커다란 사건이 되고 만다. 이야기는 은퇴한 전직 강력계 형사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그의 죽음을 조사해가는 죽은 형사의 딸 케이트는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면서 조금씩 밝혀지는 아버지의 거짓된 삶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런 혼란스러움은 작품의 결말에서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에서 주는 반전의 묘미를 더해주는듯하다. 가족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이들을 속여야 하는 또 다른 속임수가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결말을 맞게 된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이의 사랑을 잃게 해서는 자신의 사랑도 지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가슴 아프게 하고 또 얼마나 많은 슬픔을 만들어 내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탄탄한 구성을 뒷받침해주는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또한, 작품의 결말에 보여주는 반전은 이 책을 쉬지 않고 단번에 읽은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도 남았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책을 덮으면서 느낀 느낌은 처음에 그들이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비극적인 결말은 맞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었다. 사랑을 조금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었다. 그 사랑이 연인 간의 사랑이었다면 이야기 속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사랑이 가족 간의 사랑이었다면 이야기 속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줄 내공 - 이 한 문장으로 나는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9. 가슴에 품은 한 줄의 글이 나를 성장하게 한다.

저자 사이토 다카시가 방황하던 때 그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갈 수 있도록 에너지를 준 책 속의 좋은 글들이 가득한 책을 만나 본다. 다산북스를 통해서 우리들을 찾아온 '한 줄 내공'이 그것이다. 짧은 문장 속에 깊은 울림을 담은 주옥같은 문장들을 보여주고 저자 자신의 해설을 실어서 문장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있다. 훌륭한 많은 문장들을 접해보았고 그 문장들을 만날 때마다 감동을 받았었는데 이 책도 같은 의미에서 감동적인 책이다. 여러 문장들을 통해서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특히, 유명 일본인들의 문장들이 많아서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듯하다.


이 책은 파트 1. 불안을 이겨내는 말과 파트 2. 상처를 위로하는 말에서는 우리들의 아픈 상처 나 불안한 마음에 위로와 힘을 줄 수 있는 따뜻한 문장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파트 3. 벽을 돌파하는 말과 파트 4. 삶을 긍정하는 말에서는 우리들의 불안한 미래를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힘차게 걸어가기를 바라는 좋은 문장들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마지막 파트 5. 나답게 살기 위한 말에서는 많은 유혹과 흔들림이 존재하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존감을 가지고 자아를 찾아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말하고 있다.


P.186. 마음은 그 자체가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다.

        그것은 지옥을 천국으로 바꾸고

        천국을 지옥으로 바꾼다.


        어디에 있는들 무슨 상관이랴,

        내 언제나 다름없다면?

         -존 밀턴, <실낙원>중에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지치고 힘들 때, 또는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할 때 열어본다면 정말 커다란 힘이 되어줄 힘 있는 강한 메시지를 담은 명문장들뿐만 아니라 저자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생각을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에게 강력하게 주장하기보다는 부드럽게 권하고 있는 듯한 저자의 생각들이 가볍게 다가와서 깊은 울림을 주고 짙은 봄철 꽃향기처럼 가슴속 깊은 곳에 머무는 향기 좋은 책이다. 향기로운 문장들과 함께 지나고 있는 봄 향기를 따라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잔 이펙트
페터 회 지음, 김진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52. 트라우마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끊임없이 그 자리로 되돌아간다. 이제는 그 무엇도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 그리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쓴 덴마크 작가 페터 회가 2014년 발표한 장편 소설을 만나 본다. 문학을 전공했지만 데뷔 전까지 무용수와 배우 등 여러 다양한 경험을 한 색다른 이력을 가진 작가의 작품 수잔 이펙트를 현대문학을 통해서 만나 보았다. 작가의 이력에서 볼 수 있듯이 작품의 전개가 평면적이지 않고 정말 입체적으로 긴장감 있게 흘러간다. 그 흐름 속에서 작가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고쳐줄 정의를 기다리고, 또 무너진 윤리속에서도 사랑을 찾으려 하고 있는 듯하다. 

P.271. "우리들의 미래는 실수에서 뭘 배우는 미래가 아닙니다. 실수가 있었다는 걸 인정하기도 싫어하는 미래예요."


소설은 인도에서 각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들로 추방되기에 이르는 네 명의 가족들이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들 가족들은 평범한 가족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진실을 말하게 하는 특별하고 신기한 능력을 가진 가족들이다. 그래서일까? 이들 가족의 생활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정말 이대로 가족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평범한 가족과는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중 가족을 둘러싼 의심스러운 사건들이 발생하고, 그 사건들을 파헤쳐 가면서 가족들 서로 의 사랑을 새롭게 확인한다. 

P.394. 시도해봐야 소용없었다. 인간사이의 사랑과 정을 이해하는 것은 원래부터 불가능하니까. 그리고 그 감정이 학대와 얼마나 가까운지도.


수잔과 그녀의 가족들은 '미래위원회'라는 비밀 조직을 조사해가면서 조금씩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와 다가가면 갈수록 알 수 없는 조직의 힘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이상한 가족들은 수많은 죽을 고비 속에서도 조금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힘을 내면서 그 조직의 중앙을 향해 직진한다. 흥미롭고 긴장감 있게 전개되던 이야기는 2부에서 잠시 쉬어가는 듯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2부에서 보이는 가족들 간의 대화를 통해서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가족들이지만 인간 본성인 사랑을 간직하고 아직은 무너지지 않은 그들 간의 사랑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결국 3부에서는 과학자 수잔이 아닌 쌍둥이 아이들을 지키려는 엄마 수잔의 사랑을 볼 수 있게 된다.


P.423.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제 새끼들을 위험에서 구해내도록 프로그래밍된 생물학적 기계였다.


많은 아름다운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는 감성적인 글은 아니지만 솔직하고 담백한 문체가 마음에 쏙 드는 재미난 소설이었다. 많은 살인이 등장하지만 살해된 이후의 장면만이 짧게 묘사되고 있어서 너무 디테일한 피의 묘사로 인한 거부감은 없었다. 스릴러의 묘미는 긴박한 사건의 진행 속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결말에 찾아오는 반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반전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이야기여서 너무나 좋았다. 평범하지 않은 능력을 가진 가족의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이야기가 담긴 정말 매력적인 작품을 만나서 따뜻한 봄날의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