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미 배드 미 미드나잇 스릴러
알리 랜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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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P.142  너무 과한 엄마를 둔 나와 너무 부족한 엄마를 둔 피비 중

          누가 더 최악인지 확신할 수 없어서였다.


P. 266  할 수만 있다면 피부를 벌려 나쁜 나를 꺼내고 착한 나를 집어넣고 싶었다.


여름의 무더위를 잊게 해주는 데는 스릴러 소설만 한 것이 없다. 그런 스릴러들 중에서도 주인공들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 심리 스릴러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그래서 알리 랜드의 <굿 미 배드 미>는 더욱 흥미롭게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저자 알리 랜드가 정신 의학을 전공하고 10여 년 동안 그 분야에서 실무를 쌓았다는 점이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또 이 작품이 20년 전 영국에서 발생했던 충격적인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무더운 여름을 식혀줄 온몸에 소름이 돋는 충격적인 장면들을 기대한다면 이 작품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충격적인 장면보다 더한 정신적인 오싹함을 원한다면 올여름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이야기이다. 엄마의 범죄 행위를 경찰에 신고해야만 했던 십 대 소녀의 심리적인 불안감과 밤마다 마주하는 두려움을 통해서 전해오는 오싹함은 더운 여름밤을 잠재우기에 충분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저 평범했던 가정이 주인공 소녀의 등장과 함께 허물어져가는 과정이 스릴러 같지 않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소녀의 이력만 없다면 십 대 청소년들의 일탈을 그린 청소년 성장 소설에 더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마저 갖게 하는 책이다.


아홉 명의 어린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엄마의 범죄를 신고하고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십 대 소녀의 심리 상황을 너무나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심리 상담을 펼치는 '착한 심리학자'의 딸 피비와 주인공 소녀 애니 아니 지금은 밀리라 불리는 '나쁜 애니' 사이에 펼쳐지는 이야기에서 표현되는 여러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 역시 이 이야기를 읽는 동안 흥미로움을 안겨준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사는 '배드 미'가 평범한 가정의 일원이 되고 싶었던 '굿 미'와 끝없이 갈등하며 결말에 이른다.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착한 밀리''나쁜 애니'를 이겨낼 수 있을까? 결국은 '나쁜 밀리'가 되지는 않을까? 어려운 소녀에게 베풀었던 선행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끝을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의문을 풀어줄 결말에는 여러분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어서 올여름휴가와 함께 보내기에 충분한 매력이 있는 심리 스릴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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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한 여정 - 빅뱅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우리가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이유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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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에 대한 고찰이 담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시작으로 올해는 <호모 데우스>를 만나보았다. 인류사나 인류학을 이야기하는 저자들이 대부분 외국인들이라는 점이 못내 아쉬웠었는데 <심연>의 저자인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가 인류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놀라운 통찰력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있는 <인간의 위대한 여정>을 만나본다. <심연>을 통해서 저자의 심도 있는 생각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 책은 <심연>에서 보여준 저자의 시선과는 조금 다른 저자의 보다 폭넓은 시선과 사상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심연>에서 개인의 생각과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에 대해, 인류의 생각과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처음 책을 접하고 종교학자인 저자가 어떤 식으로 인류사를 이야기할지 조금은 우려를 품게 사실이다. 어쩌면 종교사와 연관 지어 인류사를 이야기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기우에 지나지 않았고 저자가 책 속에서 이야기한 '무식'을 통감할 수 있었다.


"무식은 배움이나 지식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에 대해 성급히 판단해 남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심연>에서 보여주었듯이 저자는 인간의 본성을 바탕으로 인류사를 다루고 있다. 인류사의 기원을 인간 본성의 기원과 연관 지어 저자의 전공인 고전문헌학과 철학적인 통찰을 통해서 인류에 대해 신선한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 생존의 비밀은 이타적 유전자다"


이 책에서 가장 신선하게 다가온 이야기는 인간이 문자나 언어, 문명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나를 뛰어넘어 남을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삶을 살았고, 종교가 생기기 전부터 인간 스스로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이타적인 유전자를 가진 존재이며 인류의 성장 원동력을 '이타심'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그 이타심이 도구를 만들고, 불을 찾았으며, 많은 그림들을 남겼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 새롭고 믿고 싶어지는 이야기이다. 남과의 경쟁이 보편화되고 우리 아이들에게 경쟁을 부추기며 '개인주의'적인 삶을 살라고 가르치는 요즘 사회에서 남의 슬픔과 아픔을 돌아보고 약자에게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배려와 이타심을 우리들 삶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라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인류사를 담고 있지만 인류애를 통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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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한 세계 명작의 첫 문장
김규회 엮음 / 끌리는책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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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이 그 일의 성패를 결정짓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다'같은 속담도 있을 것이다. 커다란 프로젝트 사업도 처음을 잘 계획해야 하고 사람들 간의 만남도 첫인상이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글의 시작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듯하다.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처음부터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만남부터 시들하다면 아무리 열심히 쓴 작품이라도 독자들이 그 작품의 결말을 보는 경우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는 작가들의 고뇌에 찬 명문장들을 모아 아름답게 엮어놓은 <한국인이 사랑한 세계명작 문장>을 만나본다. 쉽게 읽을 수 있는 편안한 책이지만 첫 문장의 창작을 위해 밤잠을 이루지 못했을 작가들의 노력을 생각하면 그리 쉽게 읽을 책은 아닌 것 같다. 기자 출신의 저자가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중심으로 우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명작들의 처음을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책 속에 담긴 명작들의 첫 문장들은 어둠을 이기고 찾아오는 여명처럼 독자의 눈과 마음을 환하게 열어 준다. 독자의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은 여명은 작가의 작품을 태양 속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그래서 헤밍웨이 같은 대작가도 여명의 빛 같은 첫 문장을 쓰기 위해 200번이 넘는 수정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첫 문장을 창작하기 위한 세계적인 대문호들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즐거움이 이 책이 가진 색다른 매력이다. 또 다른 이 책의 매력은 틀림없이 읽은 작품인 데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람들에게 다시 그 작품을 읽지 않고서 그 작품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게 해주는 데 있는 듯하다. 작품의 첫 문장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작품에 대해 짧지만 충분한 내용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세계의 명작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다. 


야구에서도 1번 타자의 출루가 득점하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그래서 각팀의 감독들은 1번 타순을 결정할 때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한다. 하물며 다음이 없는 세상에 유일무이한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들의 1번 타자는 작가들의 많은 노력으로 등장했을 것이다. 그런 1번 타자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세계 명작의 시작을 만나고 그 시작의 매력에 빠져 그 명작을 찾는다면 한 여름의 더위를 잊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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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쿠 - 2016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정광모 지음 / 산지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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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책 표지를 보고 <토스쿠>가 무슨 의미일지 궁금해하며 '미지의 섬'이라는 표지의 글귀를 보고 어떤 섬의 이름 정도로 생각했다. 그래서 아마도 미지의 섬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미지의 섬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설렘을 안고 '그곳에서 마주친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해 책장을 넘겨 보았다. 이 작품에는 참 많은 섬들이 나온다. 그것도 환상적인 휴양지로 유명한 필리핀의 보라카이 주변의 아름다운 섬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작가는 글로써 그 섬들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매력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토스쿠>는 섬 이름이 아니다.


이 작품의 스토리 전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토스쿠는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이다. 하지만 완전한 허구이기보다는 누구나 한 번은 그려보았을법한 상상 속의 '나'이다. 지금의 나와는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 그게 바로 토스쿠이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고 있으며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우리들에게 '난 누구인가' 라는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단어이다. <토스쿠>의 존재로 작품은 판타지 소설의 한 축을 완성하고 있는 듯하다. 토스쿠를 찾었다며 태평양의 이름 모를 섬에서 사라져버린 장공진 박사와 그를 찾아 태평양을 누비는 세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묘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 걷다 보면 이 작품의 또 다른 한 축을 만날 수 있다. 장욱, 순익, 주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우리 사회가 가진 슬프고도 아픈 현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이야기들과 그들이 항해하며 만나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환경 오염 문제[씽크 홀, 플라스틱 바다, 환경 오염 폐기물] 또 사회적 제도에 희생되는 약자들의 사회 문제[기러기 아빠, 연예계]까지 폭넓게 그리고 심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작품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을 섬세하게 이야기 속에 담은 '사회 소설'인듯한 느낌도 받았다. 판타지 소설과 사회 소설의 만남. 왠지 모르게 어색한 만남인 듯하지만 작가 정광모는 그 만남을 너무나 편안하게, 그리고 가슴 아리게 그려내고 있다.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멀리 있는 '토스쿠'를 찾기보다는 내 안의 자아를 먼저 찾기를 바라고 있는 듯하다.


아름다운 태평양 바다를 배경으로 너무나 시원한 항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높은 파도 속에서 주인공들의 요트가 위험에 빠질 때는 나도 폭풍 속에 있는 듯했다. 그만큼 작가의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작품인 것 같다. 작가의 섬세한 묘사가 생생한 바다를 맛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런 생생한 바다를 항해하다 보면 어느새 출발했던 보라카이 항구로 돌아오게 된다. 먼 곳의 '토스쿠'를 뒤로하고 현실의 자아로 돌아오는 것이다. 꿈 속을 항해하며 찾지 못했던 자아를 현실과 부딪치며 찾아보라는 것 같다. 더운 여름 <토스쿠>와 함께 한다면 시원하게 태평양 바다를 누비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아를 만나는 신비한 체험을 맛보고 싶다면 망설일 필요 없이 <토스쿠>를 찾아 서점으로 가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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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H K 에서 나온 <4월이 되면 그녀는>를 통해서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랑 이야기를 들어 본다. 사랑을 하면 행복해지는 걸까 아니면 사랑을 받으면 행복해지는 걸까라는 문제는 언제나 연애 소설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어왔다. 이 이야기도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사랑을 통해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랑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랑의 결실이 꼭 결혼이어야 할까 하는 문제도 생각해보게 하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젊은 연인들이 읽는다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꼭 읽어야 할 사람들은 뜨거운 열정이 식어버린 오래된 사랑의 주인공들일 것 같다. 너무나 사랑해서 짧은 이별의 시간도 아쉬워 함께 살고 있는 많은 오래된 사랑의 주인공들이 이 책을 본다면 가슴 한구석에서 잠들어 있던 사랑의 열정을 다시 꽃피우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헤어진 옛사랑으로부터 9년 만에 날아온 편지를 시작으로 정말 흥미롭게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은 단출하지만 그 등장인물들의 사랑이 너무나 다양해서 읽는 동안 지나온 사랑들을 그리고 지금의 사랑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이야기이다. 지나온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사랑이 묘하게 같은 길을 걷게 되면서 '진정한 사랑'의 결말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주인공 '후지'의 모습에서, 삶의 어느 한순간 첫사랑에게 편지를 쓴 '하루'의 순수한 모습에서, 아이가 생기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은 '준'의 모습에서, 결혼을 앞두고 사라져버린 '야요이'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정말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다. 아직 출간 전의 책을 출판사가 제공한 PDF 파일을 통해서 만나 본 터라 책 속의 아름다운 스토리를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이야기의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4월이 오면]을 들으며 읽는 이야기는 더욱 애잔하고 사랑스럽다. 노래 가사처럼 이야기는 한 여인의 사랑을 담고 있다. 그 여인이 하루인지 야요이인지 준인지는 읽는 이마다 다를 것 같다. 이 이야기의 또 다른 매력은 너무나 가슴에 와닿는 아름다운 글귀들이 많다는데 있는 것 같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아름다운 글귀를 보는 즐거움은 그 어떤 즐거움과도 비교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 즐거움을 먼저 만나볼 수 있는 행운에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이다.


"사랑을 끝내지 않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것은 손에 넣지 않는 것이다.

절대로 자기 것이 되지 않는 것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


"살아 있다는 실감은 죽음에 가까워짐으로써 선명해진다.

이 절대적인 모순이 일상 속에서 형태를 갖춘 것이 사랑의 정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연애 감정 속에서 한순간이나마 지금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지금 후지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후지를 사랑해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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