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인간학 - 인류는 소통했기에 살아남았다
김성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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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좋았던 일들 중에 하나가 21세기북스를 통해서 '건명원'을 알게 된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건명원'에서 강의한 내용을 만나는 즐거움이다. 이번에 만나볼 즐거움은 고려대학교 언어학과 김성도 교수의 다섯 차례의 '건명원' 강의를 책으로 만든 <언어인간학>이다. 인류의 진화를 언어의 발달과 연관 지어 바라본 정말 색다른 관점의 이야기이다. 인류의 문명과 언어와의 관계를 언어학적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어서 지금까지 읽었던 인문학 책들과는 다른 내용을 보여주고 있어서 너무나 흥미롭다. 이 책 속의 내용들이 모두 새롭고 흥미로웠지만 요즘은 너무나 당연한 '묵독'이 6세기경에는 복화술에 버금가는 고난도 기술이었다는 이야기와 우리글 한글의 우수성의 증거와 학자들의 말들을 만나 볼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이 책의 구성은 총 5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강의마다 자세한 내용의 소제목들로 세분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언어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정말 쉽고 재미나게 책을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류의 종 중에서 유일하게 언어를 만들어내고 '내일'이라는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알아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를 시작으로, 문자 이전에 이미지를 만들어낸 호모 그라피쿠스(Homo graphicus), 선사(先史)를 뒤로하고 역사(歷史)로 들어선 호모 스크립토르(Homo scriptor), 말하는 인간 호모 로쿠엔스(Homo loquens), 그리고 지금도 진화 중인 호모 디지털리스(Homo digitalis)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진화 과정을 특징 있는 다섯 인류를 제목으로 하여 언어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P.80.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몰아낼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비밀 병기라고 할 수 있는 상징의 언어 시스템으로서 완전한 이중분절(二重分節) 시스템을 갖고 있었던 덕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 성공의 가장 큰 일등 공신 ‘언어’라는 것입니다. 
 

언제나 새로움은 설렘과 즐거움을 준다.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여행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데 여행을 시작하는 관점이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문학적인 관점이 아니라 처음 접하는 '언어학적인 관점'이라서 더욱 흥미로웠다. 흥미로운 여행은 인류가 언어를 통해 '소통'하게 되었다는 것에서 시작되고, 활판 인쇄술의 발달로 문자의 민주화, 보편화를 만들어 낸 15세기를 거쳐서, 마지막으로 저자는 기록해두면 절대 망각하지 않는 컴퓨터의 등장으로 처한 인류의 새로운 문제를 기억과 망각의 '균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새로운 선장과 함께 인류의 발전사를 맛보고 싶은 이들에게 정말 꼭 한번 승선해보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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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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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셋 중 둘이 죽었을 때에만 지킬 수 있다." - 벤자민 프랭클린


얼마 전 읽은 심리 스릴러 소설 '비하인드 도어'와  비슷한 제목을 가지고 있고, 저자에 대한 소개 글에도 작가의 첫 심리 스릴러 소설이라고 해서 별다른 생각 없이 범인을 만나려 책장을 넘긴다. 그리고 두 소설이 비슷한 듯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작품<비하인드 허 아이즈>의 색다른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북폴리오에서 나온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저자에 대한 소개 글에 나오듯 작가 사라 핀보르가 판타지 소설을 주로 쓰다가 처음 발표한 심리 스릴러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야기를 읽다 보면 머릿속에 어딘가를 날아다니는 영혼들을 그리게 된다. 정말 영혼들이 등장하는 스릴러일까? 작가는 다시 판타지 속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은 아닐까? 아직 많은 소설들을 접해보지는 못했지만 장르를 오가는 듯한 '반전'은 처음이다. 스릴러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접했던 작품은 다른 장르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꼭 한번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다. 하지만 꼭 원작을 읽고 나서 영화를 만나기를 권하고 싶다. 이 작품 속의 반전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비하인드 허 아이즈>라는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것을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느끼게 된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예사롭지 않은 흐름과 미묘한 심리 변화들로 가득 찬 뛰어난 작품이다. 서로 연결된 스토리 라인들은 빈틈없이 이야기의 절정으로 이어지고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주인공들은 작가의 심리 묘사를 통해서 특색 있는 주인공들로 탄생한다. 너무나 잘생긴 정신과 의사 데이비드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아델, 그리고 그 둘과 연인이자 친구가 된 루이즈가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작품의 반전에서 진정한 주인공이 밝혀졌을 때 이 들 중에는 정말 불쌍한 이들이 생긴다.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 또 불쌍한 이들은 누구일까? 장르뿐만 아니라 주인공도 바꿔버리는 화려한 반전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P.522.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놓아주어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지."


책 표지에 있는 이 한 문장이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어가는 듯하다. 누군가에게는 진정한 사랑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지독한 사랑이 될 수 있는 사랑이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한다. 지독한 사랑인지 진정한 사랑인지 모를 사랑이 주인공들 사이를 묘하게 이었다가 끊었다가 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묘한 분위기를 띄게 된다. 세 남녀의 얽힌 사랑이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여기서 다시 한번 작가의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또 다른 한 사랑. 500페이지가 넘는 책 속에서 반전은 단 한번 나오지만 그 반전이 너무나 강렬해서 다시 그려보아도 흥미로운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가을을 닮은 여름이 지나가기 전에 꼭 한번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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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강
핑루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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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갈녀 : 뱀과 전갈처럼 남에게 해를 가하는 여자를 비유한 말.


색다른 소설을 만나본다. 실화를 바탕으로 쓴 여러 소설들을 만나보았지만 실화의 팩트들을 바탕으로 작가가 상상력을 불어넣어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들의 심리를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은 처음 접해본다. 특히 이미 죽임을 당한 피해자 57세의 여교수의 이야기를 여교수 자신이 직접 풀어가는 부분은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을 알 수 있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보통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들이 팩트 위주에 혹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식의 전개를 가졌다면 현대문학에서 나온 대만 작가 핑루의 장편소설 <검은 강>은 사건의 팩트보다는 사건의 중심에 선 이들의 심리에 더 초점을 맞춘듯하다. 왜 그들이 그런 결정을 해야 했을 까에 더 중점을 두고 돈과 치정에 얽힌 개인적인 사건을 신분에 대한 그리고 결혼 제도에 대한 우리 주위의 사회 문제로 확장시켜 놓은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P.29. "꼭 행복해질 거야!"


작가는 책의 말미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서 이 작품을 통해서 세상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소설이 사건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하고, 인성이라는 문제에 회색 지대를 남겨 출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흑백의 논리에 빠져 흑 아니면 백이라는 분열된 생각들이 우리 사회를 더욱 양분화하고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래서 작가는 27세의 커피숍 점장의 이야기를 창조했는지도 모르겠다. 작품 속에서 이 젊은 여성은 검은 강처럼 어두운 삶을 살면서 밝은 미래를 꿈꾼다. 그녀가 서있던 곳이 '회색 지대' 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죄는 이미 법이라는 제도에 의해 결정되었지만 작가는 그녀가 서있던 회색 지대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그녀를 응원하고 있는 같다. 그녀가 꿈꾸고 외치던 밝은 미래와 행복은 '검은 강'의 심연으로 사라져버렸지만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자전'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바람으로 작가는 '자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색 있는 매력은 책의 중간중간 이번 살인사건에 관한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의견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작가는 이 파트를 통해서 여러 가능성을 보여주어 새로운 가설의 문을 열어보려 한듯하다. 또한 이 책을 접하는 이들에게 생각의 폭을 넓혀 보기를 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론 지어진 사건을 배경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역량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그래서 책장을 덮으면서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찾아보게 된다. 단순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 듯하지만 정말 다양하고 폭넓은 생각을 품게 하는 훌륭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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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끊어라 - 2주간 빵을 끊고 기적처럼 건강해진 글루텐프리 노하우
포브스 야요이 지음, 노경아 옮김, 이나지마 쓰카사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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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을 만나본다. 매일경제신문사에서 나온 <빵을 끊어라>에서 저자 포브스 야요이는 밀에 들어있는 글루텐이 가진 폐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폐해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자세한 설명을 보여주고 있다. "글루텐 프리" 식생활에서 밀가루를 사용한 음식의 섭취를 끊고 글루텐이 들어가 음식 재료들도 피하는 삶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밀가루로 된 음식을 피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나나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들도 대부분 밀가루를 사용한 면류가 많기에 더욱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사례들을 보면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데로 2주만 실천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막연하게 생각했던 밀가루 음식의 폐해가 생각보다는 좀 더 심각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총 여섯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저자가 '글루텐 프리'를 시작하게 된 배경과 함께 글루텐이 주는 악영향 등을 보여준다. 그리고 두 번째 파트에서는 글루텐의 악영향을 실제 사례들을 통해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파트에서는 밀가루 없는 삶에 대해 여러 다양한 장점들을 보여주고 '글루텐 프리'를 권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다섯 번째 파트에서는 실제 생활에서 밀가루 없이 사는 방법 등을 다양한 질문들에 친절하게 답하는 형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여섯 번째 파트에서는 글루텐 없는 건강 레시피를 실제로 보여주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나 또한 이 책에서 언급한 지하철 화장실 위치를 모두 알고 있을 정도의 과민한 대장으로 고생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침에 화장실을 찾아 뛰어다니지 않게 되었는데 지금도 그 원인은 모르겠다. 특별히 식생활이 바뀐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출근 시간을 괴롭히던 과민성 대장 증세가 사라져서 출근 시간이 편안해졌다. 원인은 찾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사라진 대장 증세의 까닭을 알 것 같다. 이 책의 내용대로라면 정말 자주 먹던 라면을 거의 먹지 않는대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글루텐 프리'가 가져다준 아침의 행복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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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제1사절판본) - 덴마크의 왕자, 햄릿의 비극적 이야기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옮김 / 휴북스(HueBooks)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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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0 연약한 것아, 그대의 이름은 여자이구나.


우리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한 작품인 <햄릿>을 다시 만나본다. 언제 어떤 형식으로든 한 번은 만나보았을 친숙한 작품을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학과 박우수 교수가 번역한 이번 책은 "제1사절 판본"이라고 한다. 이번 책을 접하고 처음 알았는데 <햄릿>은 세 가지의 다른 판본으로 나뉜다고 한다. 1603년 출판된 <햄릿 제1사절 판본>, 1064년에 출판된 <햄릿 제2사절 판본> 그리고 1623년에 출판된 <햄릿 제1이절 판본>으로 나뉘는 것이다. 출판 형식이 조금 다르다고 큰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이 책을 만나본다면 그동안의 <햄릿>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느끼게 될 것이다.


​P.67 사느냐, 죽느냐, 아, 그것이 문제구나.


우선 번역자는 서문과 책 말미를 통해서 우리들에게 작가 셰익스피어의 특징과 <햄릿>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 설명들을 접하고 보는 <햄릿>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작품을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작품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고 있는 듯해서 반가웠다. 그리고 작품을 읽는 동안 '각주'를 통해서 <햄릿 제1사절 판본>이 다른 판본과 어떻게 다른지 잘 보여주고 있어서 이 책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 책에 쓰인 대사와 다른 판본들의 대사가 어떻게 다른지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햄릿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꼭 알고 접했으면 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어 위대한 작품 햄릿을 제대로 만나볼 수 있는 행운을 주고 있는 책이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작품을 정말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우선 분량이 기존의 책들과는 많이 다르다. 물론 "제1사절 판본"을 처음 접해보아서 그럴지 모르지만 햄릿의 요약 판을 본듯하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비극적인 결말에 도달하게 된다. 위대한 작품의 대단원을 감상하고 책을 덮기 전 번역자가 친절하게 준비해준 <햄릿>에 대한 해설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위대한 작품을 되새겨보는 즐거움은 이 책이 주는 색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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