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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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미생물을 찾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는 웨스트민스터 대학 과학 커뮤니케이션 교수 루이스 다트넬이 들려주는 너무나 흥미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만나보았다. 이 책은 《인간이 되다 Being Human 머리말1장 문명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담은 샘플북이다.


p.14. 인간이라는 존재는 우리의 모든 능력과 제약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이다. 즉, 우리의 결함 능력 이 모두가 현재의 우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는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진행되었다.


적은 분량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인간이 되다》전체 내용을 개괄한 머리말을 통해서 이 책에서 들려줄 흥미로운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리말을 통해서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톺아보면서 인류가 만들어낸 문명에서 '기본적인 인간성'이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는지 보여주고, 인류가 가진 독특한 특성과 다른 동물과 공유한 인류의 몸, 행동의 특징도 살펴본다고 밝히고 있다.


모든 인류가 공유하는 또 다른 위유전자는 의도치 않게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조직을 탄생시켰다는 위유전자僞遺傳子도 만나보고 싶고, 콜럼버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라크 침공의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특정 인지 편향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보고 싶다. 머리말만 읽었는데도 이 책을 소장하고 싶다는 욕심에 빠지게 된다.


p.49. 사람은 협력이 기본 상태로 내장된 것처럼 보이며, 이것은 상호 작용에서 페어플레이를 요구한다.


머리말이 《인간이 되다》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하고 있다면, 1장 문명을 위한 소프트웨어는 이 책이 가진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는 강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인간이 가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과학적인 탐구와 함께 멋지게 풀어낸다. 우리 뇌에서 진화한 사회적 소프트웨어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자가 들려주는 협력과 이타성, 상호 이타성, 간접적 호혜성 그리고 '사기꾼 찾기' 또 뒷담화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인간이 버리고 또 택한 본성들을 통해서 인류를 새롭게 알 수 있게 해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샘플북)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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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사치
김영희 지음 / 작가와비평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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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사치》라는 제목에 끌려서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저자 김영희가 들려주는 '중년'이야기를 만나본다. 의학과 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켰다. 그리고 그 결과 중년의 나이가 애매해지기 시작했다. 인간 수명 백세시대의 중년이라는 연령대는 어디쯤일까? 저자는 일단 50대부터로 보고 있는듯하다. 그래서일까? 조금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50대에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는데 난 지금 정리를 생각하고 있다.


p.21. '중년의 사치'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조정하며 품격있게 최상층으로 사는 걸 말합니다.


독일의 심리학자 도리스 메르틴이 『아비투스』에서 인간의 고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으로 언급한 내용을 시작으로 '중년'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7가지 자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중년의 사치'에 이르게 된다고 말한다. 7가지 자본은 심리, 문화, 지식, 경제, 신체, 언어자본 그리고 사회자본이다. 그 자본들은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자본은 아니다. 천천히 계획하고 실천해서 쌓아가야 한다. 즉 중년의 사치는 준비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인듯하다. 이 책은 그런 행복을, 인생의 마무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는 우리들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따뜻하다.


이 책은 따뜻한 조언을 담고 있지만 무척이나 시원하다. 타인을 의식해서 말은커녕 생각하기도 꺼렸던 하지만 우리 중년들에게 너무나 필요했던 이야기들을 속 시원하게 들려주고 있다. 목차의 제목만으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장 끝내는 부부 vs 끝내주는 부부, 5장 중년의 성性, 7장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 이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들보다 짧은 중년들에게 건강한 삶에 대해, 자신감 넘치는 도전에 대해 응원해 주는 고마운 에세이다.


칼릴 지브란의 시〈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를 만나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에 대한, 가족에 대한, 관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도서와 많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중년의 삶을 바탕으로 사람의 삶을 전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삶에 대해 폭넓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또, 삶을 접하는 지혜로운 자세에 대한 생각을 넓고 깊게 만들어주고 있다. 50대를, 중년을 준비하는 20대와 30대가 읽으면 더 커다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작가와비평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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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카를 위한 소나타
아단 미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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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카를 위한 소나타ラブカは靜かに弓を持つ는 제30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아단 미오의 작품이다. 이 소설은 서점대상 2위, 미라이야 소설대상 그리고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상을 수상한 만큼 이야기는 흥미롭고 재미있다. 시작부터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 결말까지 단번에 이르게 하는 몰입감이 우수한 작품이다. 주인공의 단순했던 일상에 변화를 선물한 첼로 음악을 감상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책이다.


p.302. 일상은 영화나 주간지 같은 결말을 맞지 못하고 덤덤하게 이어진다.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음악'과 관련 있는 이야기를 다룬다. 저작권료. 연말연시가 되면 길거리에 울려 퍼지던 캐럴이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그 까닭이 저작권료 때문이다. 이 소설은 음악 사용에 따라 부과하는 저작권료를 둘러싼 싸움을 다루고 있다. 음악 저작권 연맹과 전국적인 규모의 음악교실을 운영 중인 미카사는 저작권료에 대한 이견으로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 다치바나가 미카사가 운영 중인 첼로 강의를 수강하며 볼펜형 녹음기를 켠 순간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치바나는 연맹의 자료실에 근무하는 직원이다. 결국 적의 약점을 찾아내기 위해 최전선에 투입된 스파이가 된 것이다. 그런데 다치바나에게는 첼로에 대한 어두운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밤마다 악몽으로 찾아와 다치바나에게 불면을 안겨준다. 그러니 첼로 교육을 제대로 수강할 수 있을까? 물론 잠입 기간이 짧다면 그럭저럭 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기간이 2년이다. 다치바나의 2년은 어떻게 채워질까? 스파이 그거 아무나 못할 거 같은데 다치바나는 해낼 수 있을까?


p.95. 그러한 음색과 울림이 다치바나를 감싸고 있던 첼로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쫓아냈다. 계속 부풀어 오르던 어두운 상상력을 현실의 소리가 지워냈다.


공포의 그림자가 잠이 아니라 심연의 악몽으로 이끄는 오랫동안 치료를 받고 수면제를 처방받았던 다치바나가 어느 순간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혼자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던 그에게 모임이 생긴다. 그런 좋은 변화가 부담스럽기만 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스파이가 주는 불안함이 모든 시선을 불편하게 만든듯하다. 그렇게 위태롭던 다치바나는 엄청난 결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의 결정을 무색하게 만드는 '반전'이 드러난다. '라부카'의 뜻만큼이나 흥미롭고 재미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던 다치바나는 스파이 생활을 즐긴지 모른다. 하지만 결말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다치바나의 심연의 악몽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지 기대해도 좋다. 엄청 기대해도 좋다. 더 많이 기대해도 좋다.



"RHK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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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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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의 목차는 그 이전, 1933, 그 이후 이다. 1933년 유럽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바이마르공화국이 히틀러에 의해 무너진 해라고 한다. '그 이전'은 1929년에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 경제 대공황을, '그 이후'는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을 이야기하고 있는듯하다. 제1차 세계대전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유럽에는 경제가 무너지고 결국 대규모 전쟁이 터지고 만다. 저자 플로리안 윌리스는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상황에서도 꾸준하게 꽃피운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사랑 이야기는 유명인들의 사랑을 담는다.


p.78. 다시 파리에 온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여자들은 도시와 같다고 생각한다. 여자나 도시를 사랑하게 되는 이유는 나중에 싫어하게 되는 이유와 똑같다는 것이다.


많은 셀럽들의 사랑 이야기만으로도 흥미와 재미를 충분히 자극하는데,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 이야기를 거의 다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나머지 부분을 더욱더 궁금하게 하고 있다. 작은 분량으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렇게 강렬한데 남은 분량의 이야기는 얼마나 강렬할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이야기는 바람둥이를 비롯해서 동성애, 근친애, 지고지순한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작한다. 하지만 나치가 등장해서 정권을 장악하는 1933년쯤에는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탈출'이야기를 보여준다. 탈출을 애인과 하는 인간들도 보이고, 탈출해서는 다시 애인을 찾는 인간들도 보인다. 물론 모두 유부남들이다. 결혼은 왜 한 걸까요? 그리고 마무리하듯 사랑하는 이들을 갈라놓는 '죽음'이야기로 이어진다.


티저북이라는 분량적인 한계도 잊을 만큼 정말 흥미롭고 재미난 책이었다. 장폴 사르트르 하면 노벨상을 거부한 작가로 인상 깊었는데 그가 사랑을 대하는, 아내를 대하는 모습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매형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는 정신 나간 지도자(스탈린)도 보이고, 스콧 피츠제럴드와 젤다 피츠제럴드의 아름다운 사랑도 만날 수 있다. 『남회귀선』의 작가 헨리 밀러가 아내가 보낸 이혼 서류를 받은 날 일기에 적은 '딱 한마디'는 무엇일까? 새로운 애인과 지내는 애인의 생활비를 대주는 사람이 있다면 '이것은 광기일까 사랑일까?'(p.95)


다양한 모습의 사랑으로 시작해서 나치가 만들어놓은 증오로부터 탈출한 이들의 극적인 이야기도 볼 수 있다. 또 죽음이라는 이별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가진 매력 중에서 가장 큰 매력은 '허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소설보다 더 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서스펜스 영화보다 더 스릴 있는 탈출 이야기가 모두 그때 당신 있었던 실제 이야기라는 점이 몰입도를 극에 달하게 하는 책이다.



"문학동네로부터 티저북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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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도슨트가 알려주는 전시 스크립트 쓰기 - 진심이 닿는 전시 해설의 노하우
김인아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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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스크립트 쓰기》의 부제는 '진심이 닿는 전시 해설의 노하우'이다. 제목에는 '미술관 도슨트가 알려주는'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즉 이 책은 미술관 도슨트인 저자 김인아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시 해설에 대한 노하우를 전해주는 책이다. 그런데 이쁜? 표지만 보고 미술관에 대한, 미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고 경솔하게 선택했다. 하지만 그 경솔한 선택은 많은 무지無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p.107. 스크립트 작성을 관통하는 하나의 원칙은 바로 단문으로 문장을 쓰는 것이다.


'도슨트'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아가는 것은 시작부터 당황스러웠다. 큐레이터 Curator(학예사學藝士, 전시기획자)와 도슨트Docent(전시 해설가)가 다른 거였다니. 또, 대부분의 도슨트들은 직업이 아니라 '자원봉사' 였다니 너무나 놀라웠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자원봉사인데도 선발 절차가 까다롭다는 것이다. 서류 전형에 면접을 보는 경우도 있고 직접 시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말 그대로 도슨트 그거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닌듯하다. 하지만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도슨트에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까닭은 이 책이 가진 매력 때문일 것이다.


큐레이터가 도슨트와 비슷한 직업이라고 생각한 무지가 이 책을 더욱더 재미나고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게 해준듯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모르는 만큼 더욱더 촘촘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실제 진행했던 전시회 스크립트 script(30~50분 내외의 미술 작품 해설을 위한 대본)를 바탕으로 비교하면서 시각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어 정말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 박스를 통해서 설명해 주고 있어서 조금 더 편안하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이 담고 있는 멋진 작품들의 전시 사진은 아름다운 덤이다.


저자의 이야기는 삶을 담은 에세이처럼 부드럽고, 저자의 설명은 단번에 이해시켜주는 명강의처럼 명쾌하다. 도슨트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에너지를,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색다른 노하우를 전해주는 멋진 책이다.


"초록비책공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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