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건너는 집 특서 청소년문학 44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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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어린이 잡지『개똥이네 놀이터』에 장편동화를 연재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하연 작가의 시간을 건너는 집을 만나보았다. 출판사 특별한서재특서청소년문학 44번째 작품이다. 《시간을 건너는 집》의 두 번째 이야기 《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을 먼저 읽었던 까닭으로 '시간의 집'이라는 신비한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시간의 집을 볼 수 있는, 파란색 대문을 들어올 수 있는 아이들은 선택받은 4명의 청소년들이다. 선미, 강민, 자영 그리고 이수.


p.149. 인생은 '苦'이지만, 그럼에도'Go'해야 하는 것이란다.


선택받은 아이들은 상표가 없는 '하얀색 운동화'를 신으면 시간의 집을 출입할 수 있다. 시간의 집의 열쇠는 신비한 신발인 것이다. 신비한 신발이 아이들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아마도 상처받고 아픈 아이들의 '순수함'이 아닐까 싶다. 순수한 하얀색의 운동화를 신고 파란색 대문을 통해 '희망'을 찾아 나서는 아이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꾸고 싶어서 시간의 집이 가진 신비한 힘을 빌리려 한다. 12월 31일 오후 5시.


'시간의 집'이 가진 신비한 힘은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듯 시간의 선택에는 소중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엄마를 살리고 싶은 아이, 학교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은 아이 그리고 방치되었던 유아기의 기억 속에서 울부짖는 아이. 그들이 선택한 시간은 어디일까? 아이들은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통과할 수 있을까? 함께하는 동안 서로의 상처를 보담아주고, 내 상처보다는 상대방의 아픔을 볼 수 있는 성숙한 마음을 갖게 되는 아이들.


김하연 작가의 작품 속에는 허구가 아니라 현실이 가득 찬듯하다. 더 큰 희망을 주기 위해서일까? 현실은 정말 끔찍하게 그리고 있다. 너무나 생생한 학교폭력 현장 묘사는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우고 있다. 정말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어쩌면 아이들이라서, 몰라서 더 그럴 수 있는지도 모른다. 폭력은, 타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는 무조건 없어져야 한다. 우리들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아마도 '자유'일 것이다.


시간의 집에 모인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아이들의 결정을 응원하고 싶다. 아픈 상처를 간직한 모든 아이들이 파란색 대문을 열고 희망을 찾을 수 있는 하얀색 운동화를 선물받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남는 것이 있다면 나도 하나 선물 받고 싶다. 그때 난 어떤 시간의 문을 열고 들어갈까? 과거, 현재,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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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말과 글 - 삶을 채우는 시간, 지혜의 필사책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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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법정 스님의 말과 글》의 부제는 '삶을 채우는 시간 지혜의 필사책'이다. 서문에서 샘터 발행인은 '한숨 쉬면서 산수화를 그리듯 필사해 보시길 바랍니다.(p.7)'라며 이 책의 활용 방법을 말하고 있다.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우리들에게 잠시 생각할 여유를 가지라고 권하고 있다. 물질이 아닌 정서적인 '채움'을 밝히고 있는 부제와 결을 같이하고 있는 듯하다. 법정께서 말씀하신 '무소유'가 가슴에 와닿고 급변하는 시간 속에서도 소중하게 이어지는 것은 몸소 실천하신 큰스님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실천하는 지혜를 담은 책이다.


p.208. 필요한 것을 잔뜩 가졌다고 해서 행복이 오는 건 아닙니다.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을 때, 그때 행복이 와요.


데일 카네기는 스트레스를, 갑자기 찾아오는 우울감을 일에 몰입해서, 몸을 바쁘게 움직여서 극복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법정 스님께서는 여유를, 천천히를 강조하신다. 《법정 스님의 말과 글》에는 법정 스님의 지혜를 담고 있는 138개 문장을 뽑아서 보여주고 있다. 법정 스님의 글에서 67개 문장을 뽑고, 스님의 말씀에서 71개의 문장을 선택하여 전달하고 있다. 138개의 문장마다 전해주는 울림이 너무나 커서 어는 한 문장도 소홀히 지나칠 수 없다.


여유를 비롯한 9가지(나, 관계, 자연, 삶과 죽음, 지혜, 종교, 책, 여유)의 주제를 9개의 장으로 분류하여 편안하게 접할 수 있게 해주고 있는 책의 기본 구성은 스님의 지혜를 담은 문장을 먼저 보여주고 바로 다음 페이지에 그 지혜를 손으로 쓸 수 있는 노트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노력하지 않은 악필인 관계로 그 노트에 낙서를 할 수는 없었다. 다른 지면을 활용하여 필사해 보며 '필사'의 필요성도 고단함도 맛보았다.


《법정 스님의 말과 글》이 담고 있는 방대한 지혜를 단번에 습득할 수 없듯이 이 책은 올 한 해 옆에 두고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펼쳐보아야 할 듯하다. 무언가에 상처받아 한없이 작아질 때 스님의 따뜻한 위로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지혜로운 문장을 눈으로 느끼고 손으로 새기면 삶이 던지는 수많은 위태로운 문제들을 천천히 건널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바쁜 일상에 여유를 찾게 해주는, 슬픔과 아픔에 매몰되지 않게 해주는 것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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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죄
존 위티 주니어 지음, 정두메 옮김, 김형태 감수 / 한길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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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할 책을 고를 때 '제목'의 끌림만으로 선택하는 탓에 가끔은 난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번에 뜻하지 않게, 소설인 줄 알고 만난아버지의 죄의 경우가 그러했다. 책을 받고 저자의 약력을 보는 순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저자 존 위티 주니어 교수는 미국 헌법과 종교의 관계를 연구하는 법학 박사다. 법과 종교 연구 센터 소장이며 법과 종교 분야의 권위자로 300여 편의 논문을 출간했다는 약력이 이 책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다.


p.24. 혼외자의 원칙은 신학적 교훈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법원칙에도 어긋난다.


법도 어렵지만 종교도 그에 뒤지지 않을 만큼 난해하다. 특히 《아버지의 죄》에서 다룬 '혼외자'라는 주제는 더욱 난해하다. 하지만 처음 느낀 두려움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저자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 책 속으로 조금만 둘어가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비난과 제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혼외자'. 그런데 '혼외자'에 대한 '보이는 차별'이 구약성서에 기록될 정도로 오래전부터였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


p.283. 이와 반대로 이후의 기독교 황제, 가톨릭 교황, 개신교 군주들은 사생아에 대한 대우의 시발점을 포용이 아닌 소외로 바꾸었다.


어른들의 잘못을 아이에게 전가하는 많은 것들 중에서 가장 큰 것이 혼외 욕정의 결과를 아이에게 돌리는 것이다. 어른들의 잘못된 욕정의 책임을 왜 아이들에게 전가하게 되었을까? 또 아이들에게 전가했던 도덕적 책임과 법적 권리의 제한은 언제쯤 없어지게 될까? 그런데 '혼외자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게 큰 이슈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조금씩 접하다 보면 혼외자라는 이슈가 법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정말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혼외자의 권리와 대우에 대한 이야기를 고대부터 현재까지 촘촘하게 들려주고 있다. 허균이 만들어낸 '홍길동'의 외침이 생각나는 책이다. 상속권을 잃은 '혼외자'들이 선택한 길은 무엇이었을까? '차별'이라는 커다란 이슈를 '혼외자'라는 키워드로 풀어놓은 드시다. 다소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다룬 책이지만 저자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쉽고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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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
찰스 S. 코켈 지음, 이충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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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대학교 우주 생물학 교수 찰스 S. 코켈은 우주에서의 생명 탄생과 진화를 연구하며 외계 생명체를 찾는 우주 생물학자다. 우주 생물학자가 들려주는 우주, 생명 그리고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까? 세계적인 석학이 풀어주는 우주의 모습, 생명의 기원 그리고 외계 생명체의 첫인상은 무척이나 편안하다는 것이다. 과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과학보다는 인간이, 생명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택시를 타고 가면서 운전기사들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다는 총 1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장은 우주에 대한, 생명에 대한 질문에 대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답을 담고 있다. 택시 기사가 던지는 질문을 과학자인 저자가 답하고 또 어떤 때는 저자가 먼저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흥미로운 형식을 가지고 있다. 대화 형식도 흥미롭지만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과학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나다.


제1장 외계인 택시 기사가 있을까를 시작으로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어느 순간 이야기는 생명으로 옮겨간다. 각장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제목부터 흥미를 끈 제8장 유령은 존재하는가? 가장 흥미로웠다. NASA 고문이 그것도 물리학이 바탕인 우주 생물학자가 유령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정말 궁금했다. 그런데 유령 이야기에 톰슨과 원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양자론까지 등판한다. 유령과 원자 그리고 양자론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p.166. 다시 말해서, 친구의 부피는 대부분 유령이다. 친구는 정말로 유령이고, 여러분 역시 유령이다.


p.337.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생명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라고 물었다.


우주 사회는 독재 사회의 유혹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의미 있는 이야기도, 생명의 의미를 찾아보는 이야기도 우리의 삶에 닿아있어 이 책이 더욱더 의미 있는지도 모르겠다. 과학으로 우리들 삶을, 우리 삶으로 우주를 이야기하고 있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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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되는 순간들 - 이제야 산문집
이제야 지음 / 샘터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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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은 짧아질수록 이해하기 어렵고 난해해지는듯하다. 그래서 가장 꺼리는 장르가 시詩이다. 단편 소설이 가진 함축적인 의미는 시인이 말하는 시적 언어보다는 편안함을 준다. 장편 소설을 가장 선호하는 까닭이다. 에세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공감하며 접근할 수 있어서 언제나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2년 등단 후 다수의 책을 출간한 시인詩人 이제야가 들려주는 '시가 되는 순간들'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산문집, 에세이는 아닌듯하다.


p.15. 시는 기억하고 싶은 것보다 기억되는 것을 쓰는 일. …(중략)…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름다워질 때까지.


문장에 마음이 보이고, 산문에서 시詩가 보이는 까닭으로 오랜 시간 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시집을 보듯 한 단어, 한 문장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밖에 만드는 묘한 매력의 산문집이다. 시인이 남겨둔 '서정적'인 단어,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시인이 시를 완성해 가는 과정을 본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우리들 마음이 시로 만들어지는 순간들 언제일까? 다양한 순간들과의 조우를 시인 이제야는 산문을 닮은 시로, 시로 읽히는 산문들로 표현하고 있다.


시가 되는 순간들의 첫 페이지 '시인의 말'에서 작가는 '시를 쓰는 일은 누군가를 오래 짐작하는 힘을 얻는 일'(p.5) 같다고 말하고 있다. '짐작하는 힘'이라는 표현이 앞으로의 만남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소설이 누군가의 행동을 주로 담는다면 시는 누군가의 마음을 담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시인이 말하고 있는 '시가 되는 순간들'이 모두 마음에 와닿았다. 서정적인 글들이 감성을 자극하고, 시인이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지하철 2호선에서 만난 <시가 되는 순간들>


p.42. …시는 영원의 숲으로 그리운 것들을 보내는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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