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를 읽다보니.



학식과 인품은 비례하지 않는다. 열심히 공부한다고 인품이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둘 다 지난한 노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고귀한 것들이다.

학창시절의 기억은 공부를 잘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에 따라 그 추억의 결마저 다분히 폭력적으로 얼룩져 있다..
공부를 잘하면 모든 것에 면죄부를 받는 세상이다.
이런 엘리트주의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달라지기란 요원하다.



진정한 공부와 독서란 학식도 쌓고 인품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되는 책읽기를 말한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 학식을 쌓을수록 겸손해지고 관대해져야 한다. 이성의 칼날을 아무데서나 휘두르지 말고, 지식을 뽐내어 남에게 상처를 주지 말 것이며, 어리석은 사람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우린 독서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독서를 하면 할수록 삶에 다가가는 자세에 더욱 더 순수해지고, 지식과 ˝앎˝의 차이에 대해 겸손으로 자신을 탐구해야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하고 반성하며 ˝글자˝ 뜯어먹는 서생이 되지 말기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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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대체 왜 이 책을 썼냐고 묻는다면, 나도 이렇게 답할 작정이다.
연암이 얼마나 ‘유머의 천재‘인지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열하일기의 웃음을 사방에 전염시키고 싶었다고, 그 웃음의 물결이 삶과 사유에 무르녹아 얼마나 열정적인 무늬들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노라고. - 10쪽 책머리에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열하일기(완역본,3권)을 책장에 떡하니 꼽아두고 침만 삼키고 있습니다.
직진하자니 고통스러울 것 같아 우회로로 갑니다.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 목차들을 살펴보니
꽤 매력적인 책들이군요.


고미숙 작가의 이 책은 책좀 읽는다(?)는 독자들에게 유명세로 보자면 왠만한 베스트셀러에도 밀리지 않을 만큼 알려져 있습니다.
때론 뜨거운 반론의 도마위에 올라가 공격당할 때도 있더라구요.
왜 그런지 확인해 볼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고미숙 작가의 아래 글은 제가 여행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꽤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그리고 비평가의 내공이 묻어나오는 문장입니다.

˝하기야 이런 건 사소한 핑계에 불과한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여행에 대해 냉소적인 진짜 이유는 일시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파노라마식 관계‘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파노라마란 무엇인가?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의 퍼레이드다. 거기에는 그 공간을 가로지르는 인간의 얼굴과 액션(action)이 지워져 있다. 또, 그때 풍경은 자연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것은 생명의 거친 호흡과 약동이 생략된 ‘침묵의 소묘‘일 따름이다. 이런 구도에선 오직 주체의 나른한 시선만이 특권적 지위를 확보한다. 시선이 ‘클로즈 업‘되는 순간, 대상은 전적으로 거기에 종속될 뿐.

도시인들이 보는 전원, 동양인의 눈에 비친 서구, 서구가 발견한 동양, 사실 이런 건 모두 외부자가 낯선 땅을 ‘흘깃‘ 바라보고서 자신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허상 아니던가. 그 허상이 막강한 힘을 확보해 한 시대와 사회를 ‘주름잡는‘ 표상이 되면 모두 그것을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이고, 그 다음엔 그것을 대상에 위압적으로 덧씌우는 식의 악순환을 얼마나 반복했던지.˝ -18쪽


˝이질적인 마주침과 신체적 변이를 경험하지 못한다면, 어떤 화려한 여행도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한 ‘패션‘, ‘레저‘이상이 되기 어렵다. 하나의 문턱을 넘는 체험이 되지 않는 여행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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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책(18권)

오랜만에 맑은 정신으로 글을 올립니다.
한동안 업무 스트레스로 정신을 못차리다가(물론 지금도 진행형이긴 합니다만)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이렇게 시간을 내어봅니다.

흔히들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견디기 힘드냐란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을 겁니다. 아마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순 없을 겁니다.
저 또한 지금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지만, 육체적 고통보다 더 힘들다고 단정짓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죠.

그래도 고통이 사라지는 기간으로 보자면 아무래도 정신적 고통이 더 힘든가 봅니다.
결국엔 목숨을 끊는 자살도 정신적 고통에서 오는 경우가 꽤 많지 않습니까.
인생이란 이 두 가지 고통을 견디는 과정을 어떻게 잘 헤쳐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개인적 모색의 총합이 아닐까 합니다.

늘 그렇듯이 오늘처럼 커피한잔과 책 한권이 저에겐 가장 좋은 해법중의 하나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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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8-03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 낙도 없으면 삭막해서 어찌 살겠습니까?
어떤 힘든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잘 헤쳐나오길 바랍니다.

북프리쿠키 2019-08-15 11:15   좋아요 1 | URL
텔라님 감사합니다. ㅎ
힘내야지요. 돌이켜볼때 이 또한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위로해야겠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9-08-03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겐 넘 바쁘고 책 읽어도 한 글자도 머릿속에 안 들어 올 때 가장 짜증났습니다.
회사 일이란 대체 뭔지? ㅠ

북프리쿠키 2019-08-15 11:1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돈을 번다는 것이 참 힘든 일인지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책도 마음이 평온하고 여유로울때 가장 잘 읽히고 쾌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카알벨루치 2019-08-04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랑 중복되는 책이 있군요 “항우와 유방”은 중고로 살려다 못 샀는데...요즈음은 책과 너무나 거리가 멀어진 느낌입니다 ㅎㅎㅎ

북프리쿠키 2019-08-15 11:19   좋아요 1 | URL
아..요즘은 예전보다 더 읽기보다 사는 비중이 더 커지는군요..ㅎㅎ
카알님도 그런가요? 살짝 책과 거리가 멀어지는 타임도 필요한가 봅니다..
시바료타로 책이 다 비싸게 팔리던데..궁금해서 샀습니다.
이문열의 초한지, 고우영의 초한지랑 비교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분노하기 전에 정확히 알아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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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0
임레 케르테스 지음, 유진일 옮김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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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과 이상한 기다림, 나는 이 인상이 아우슈비츠의 진정한 실체를 대략적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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