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주는 성취감부터 힘들던 일을 어느덧 수월하게 처리할 때의 뿌듯함, 나의 힘으로 기어이 해냈을 때의 자기효능감, 힘을 합쳐서 함께 해냈을때의 소속감, 실패를 통해 배우는 각종 가르침, 반복되며 쌓이는 각종 노하우까지,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자라게 한다. 6쪽
우리가 일에 월급보다 더 많은 노동을 투입하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도 일에서 월급 이상의 것을 얻기도 한다. 7쪽
바로, 나를 키우는 것을 나의 본업으로 삼자는 다짐.(...)
좋은 팀장이 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은 명확하다. 좋은 팀 만들기.
내가 생각하는 좋은 팀이란, 팀원 각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서로에게도 가장 든든한 동료가 되어주는 팀이다. 쓸데없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고, 중요한 일에 기꺼이 에너지를 쏟을 수 있도록, 그렇게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팀장이 책임을 다하는 팀이다. 내겐 좋은 팀을 만들 의무가 있다. 어쨌거나 모든 팀장은 팀장이기 전에 그 팀의 일원이니까.
- 9쪽
오랫동안 우리 팀 사람들이 노력해서 완성한 아이디어, 그 아이디어를 잘 설명할 책임이 나에게 있었다. -21쪽
팀원들 볼 면목이 없어서, 이 유능한 친구들을 내 밑에 잡아두고 뭐하는 짓인가 자책하는 날들도 많았다.(...)
글쎄, 나는 내 방식대로 팀장이 되기로 했다. 나의 원칙에 부합하는 팀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23~24쪽
나에게 용기를 주는 팀원들이 있다.
우선은 그들 뒤를 졸졸 따라가볼 생각이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일과 나 사이에 유지하고 싶은 딱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31쪽
그런 나를 믿어줄 사람이 없다면, 나라도 나를 믿어줘야 했다.
내가 나를 믿는다. 다름 아닌 내가, 끝까지 나를, 기어이 믿어 준다. -38쪽
신나게 쓰고 나와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200대1의 경쟁률이었다. 박웅현 팀장님이 그 시험 문제를 내고, 직접 채점해서, 나를 뽑았다는 건 나중에 안 사실이다. 그가 광고에 대해서는 백지일지라도,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많이 아는 사람이라는 기준으로 나를 뽑았다는 것도 나중에 안 사실이다.
팀장이 박웅현이고 선배가 김하나라니, 나는 내 운의 상당 부분을 그때 다 썼다고 아직도 믿고 있다. -40쪽
무엇보다, 좋은 카피를 곱씹으면 마음 어딘가에서 귀뚜라미가 찌르르르 울며 시원한 여름 바람이 지나간다는 것도 그때 알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만나면 머리 꼭대기까지 얼얼해지며 마음이 벌판처럼 웅장해진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40쪽
덕분에 돈으로 다 되는게 아니라는 말은, 돈으로 대부분의 일이 다 된다는 뜻임을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치 돈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는 표정으로 매 순간 살았지만, 사실 돈이 중요했다.
한달을 다니면 한 달 치 월급을 받았고, 그건 한달치 밥과, 술과, 집과, 버스와, 영화와, 데이트와, 취미와, 수다와, 즐거움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으니까.
돈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누구 앞에서건 돈 이야기를 하는 건 여전히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돈이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그 모든 세계가 좋았다.
-42쪽
직업은 나의 현실적인 기반이자 매일의 환경이었다. 그렇다면 이 기반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이 환경을 나에게 더 쾌적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그 작업을 해야만 했다.
-43쪽
자, 가보는거다, 즐겁게 오래 벌어보자. 누구를 위해? 나를 위해.
-43쪽
여섯 시 퇴근의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일이 있는데도 여섯 시가 되었다고 무작정 퇴근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건 무책임한 거다. 여섯 시에 퇴근해야 하니까 주어진 일을 대충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건 무능력한 것다. 무책임과 무능력 없이 여섯 시에 퇴근을 하겠다는 건, 매 순간 촘촘히 날을 세우며 일하겠다는 다짐이자 태도다. 매순간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겠다는 태도, 그리하여 사생활의 영역에 회사 일을 침범시키지 않겠다는 태도, 내 생활의 주도권을 내가 갖겠다는 선언, 야근을 하긴 하는데, 도대체 왜 야근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이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는 시간은 신입사원일때 끝내야 한다. 내 일인데 언제 끝날지 내가 모르면 누가 알겠는가. 내 일의 주도권을 내가 가지지 않는다면 누가 가진단 말인가. 49쪽
야근처럼 손쉬운 성취감은 또 없으니까. 그 가짜 성취감에 도취되지 않아야 한다.
˝나도 야근 안하고 싶지.근데 어쩔 수가 없어.˝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할 때 주변은 다들 알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는 걸. 조금 안이한 논의, 조금 여유로운 일처리, 남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조금 늦어진 결정, 그 조금 조금이 모여서 오늘의 야근이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어쩔수 없음‘은 내게 붙어 있는 딱지가 될 수도 있다. 알지 않는가? 야근도 맨날 하는 사람이 한다.
일이 많은 사람이 매일 야근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에 새겨야 한다. 직장인의 3대 즐거움은 월급, 점심시간, 그리고 정시퇴근이다. 앞의 둘은 회사가 챙겨주지만, 정시퇴근을 챙겨주는 회사란 없다. 정시퇴근은 내가, 아니 우리가, 모두 한마음이 되어서 쟁취해내야 하는 것이다.(...)
팀 분위기까지 내가 만드는 게 역부족이라면, 내 태도라도 모두에게 주지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저는 제 일 다 하고, 여섯 시엔 떠나겠습니다. 라는 태도를 산뜻하게, 단호하게 보여주는 것. 이것은 내가 내 삶을 주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니까. -5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