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로 유명한 김태권 작가의 책이다.
제목에서 보듯이 그림 속에 숨은 인권이야기다.
미술작품에 표현된 여성, 가난, 장애인, 이주민, 성폭력, 성소수자, 제노사이드, 표현의 자유, 인종주의, 여성혐오, 신앙, 고령화 사회,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불편 등의 주제로 그 동안 시대가 간과했던, 또는 당시에 상식으로 통용되었던 상식 이하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태권 작가의 팬으로서 만족스럽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작품 속의 인권˝, 이 새로운 시선을 제공해 주는 것만 해도 즐겁다.
˝인권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겠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착한 이야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어쩌나. 나는 착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착한 사람도 질색이다.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우리가 더 까칠해져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145쪽
책 중간에 반론의 여지가 있는 문장도 있었다. 아래 고흐의 그림 <재소자들의 산책> 1890년 푸시킨 미술관 소장.
을 설명하면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 재범의 가능성이 높은 강력범이라도 우리 주위를 돌아다닐 수 있어야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라는 사실, 받아들이지 못할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결정권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그것이 원칙이다. 우리 마음이 아무리 불편해도 말이다. 적지 않은 사람이 인정하기 싫어하는 원칙이다. 반박하는 소리가 내 귓전에 울리는 것 같다.(....) 천부인권이라는 말이 있다. 인권은 하늘이 부여했다는 뜻이다.(...) 요컨대 자의적으로 이 사람 인권이 저 사람 인권보다 소중하다 아니다 값을 매길 수 없다는 이야기다.˝ - 140쪽
떠오르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바로 조두순이다. 파렴치 아동 성폭행범의 상징적 인물이다.
조두순을 저 문장에 대입시키면 작가의 우려처럼 반박 정도로 끝날 것인가.
게다가 우리 사회의 천인공노할 범죄자는 조두순 말고도 얼마나 많은가.
천부인권의 원칙을 보편적으로 잘 적용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라면, 중대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더 무거워야 할 것이고, 그 처벌은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적정한 형량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작가가 보여준 명작속의 불편함처럼 시대가 품은 새로운 상식과 기준에 의해서 말이다. 이처럼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 주는, 다같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고민하게끔 하는 김태권 작가의 시선은 작가의 말처럼 우리를 까칠하게 해줘서 빛이 난다.작가처럼 나도 흑백으로 딱 떨어지는 이야기에는 흥미가 없다.
중반부를 읽고 있는데 지금부터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주제로 작품을 설명한다.
이건 인권보다 더 머리가 아픈 주제다.
유튜버들, 정치꾼, 언론, 일부 개신교 목사들, 등등...
생각만 해도 아비규환이다.
그래서 대다수는 입을 다문다.
원래가 표현의 자유란 게 의견이 다른 사람들끼리 뜨겁게 말싸움할 권리라고 본다면..충분히 감수한다고 마음을 다잡아도 표현의 자유를 방패로 오물을 쏟아내는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수백년 잔혹한 투쟁에서 얻은 소중한 권리를 쓰레기처럼 배설하는 이들이 ˝혐오와 ˝막말˝로 사용하라고 쟁취한 건 아니다.
그들은 반드시 뱉은 입으로 그 쓰레기를 다시 삼켜야 될 날이 올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