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도서관에 대출 예약을 하고 받은 책입니다.
2주만에 받은 책인데 빌리자마자 "아..이건 사야되는 책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이 책은 "능력주의"에 따른 신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기존의 저서에서 "개인이 가진 재능과 사회로부터 받는 대가가 과연 온전히 내 몫인가?"
라는 화두에 대해 조금씩 언급해왔지만, 이 책은 작정하고 현미경을 들이대듯이 근본적으로 탐구합니다.
우리 사회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본문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학력주의"는 별론으로 치더라도,
각 분야의 스타들(가령 운동 선수나 배우, 유튜버, 강사, 재벌 기업 등)이 천문학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과연 적정한가? 라는 질문들은 내심 한번씩은 해왔을 겁니다.
각종 미디어에 연예인들의 천문학적인 빌딩값의 보도를 보노라면 자괴감을 느끼죠.
행여나 비판을 하면, 탈락한 낙오자들의 신세한탄에 불과할 뿐이라고 공격을 해댑니다.
같은 처지끼리 말이지요.
이처럼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괴물은 가진 자 뿐만 아니라 가지지 못한 자들도 포섭한
어마무시한 놈이 되어버렸습니다.
공정으로 돌아가볼까요?
우리사회도 저마다"공정"의 기치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기회의 공평한 제공, 능력발휘를 할 수 있는 공평한 여건, 그 결과에 따른 성과배분을
"공정"이라고 한다면,
과연 그 "기회"는 정말 공평하게 제공되었는지?
누구다 능력발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주어졌는지?
능력발휘의 결과에 따라 공평하게 매겨졌는지?
매겨진 점수를 성과배분에 엄격히 적용시켰는지?
다시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윗 글은 나름 논리적으로 공정의 기회와 결과에 대해 생각해 본 문장입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요. 저 또한 능력주의의 신화에 길들여진 체제속의 한 인간이었습니다.
어리석게도 이 문장을 쓰고 나서 이것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한치의 의심도 하지 못했습니다.결론은 저 문장이 역사상 능력주의의 신화를 얼마나 굳건하게 만들었는지를 센델은 깨우쳐 줍니다.
조금 과장하게 말씀드리면, 뒤통수를 얻어 맞은 것처럼 얼얼하고
내 자신이 이렇게 얕은 인간이었구나 새삼 깨달은 부분이었지요.
공정을 정의하기 전에 "공정"과 "자본주의"가 양립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도 해 봤습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공정한 룰 안에서 싸울 수 있는가도 말이죠.
제가 "가진 자"라면 "가지지 못한 자"를 품어야 되고,
제가 "가지지 못한 자"라면 "가진 자"의 불공정한 룰에 대해 싸워야 겠지요.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이 선명하게 나뉘는 대목입니다.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마이클 센델조차 해답을 제시해 주기는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센델이 29세라는 어린 나이에 얻은 세계적인 명성도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를 발표하면서 얻었듯이,
자본주의의(꼭 자본주의만 포함되는 것은 아닙니다) 능력주의라는 신화에 메스를 들이댄 이 책도 질문 그 자체로 훌륭합니다.
물론 이 질문이 새삼스러운 이슈는 아니지만, <정의란 무엇인가> 이후 개인적으로 시들해진 마이클센델에 대한 팬심이 다시 한번 활활 타오를 수 있겠다라는 기대감도 한몫 했습니다.
"공정"을 제대로 적용하기 위하여 아무리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더라도 조금씩 실천을 해 나가는 사회를 꿈꾸며 "능력주의"라는 신화속에서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혀 비루한 삶을 살아왔던 이들에게 이 책이 위로가 되었음 합니다.
*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20권)는 알라딘 중고가 나올때마다 모으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