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인생은 다름 아닌 모아놓은 시간, 살아진 시간, 이미 살아 생기를 잃어버린 시간이다˝ - 37쪽


˝늙었다는 것 혹은 늙어간다는 것을 감지한다는 말은 요컨대 몸, 그리고 우리가 영혼이라 부르는 것 안에서 시간의 무게를 느낀다는 뜻이다.˝- 38쪽


˝죽음은 그를 공간에서 통째로 들어내리라. 그 자신과 그의 몸에서 남는 것을 탈공간화하면서, 그에게서 세상과 인생을 앗아가리라. 그에게서, 세계에 있는 그의 공간을 빼앗으리라. 바로 그래서 늙어가는 사람은 다만 시간일 뿐이다. 그러니까 노인은 전적으로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이자, 시간의 소유자이며, 시간을 인식하는 사람이다.˝- 39쪽


˝내 인생의 의미는 곧 무의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저 뭉쳐진 시간덩어리다. 현실은 예전의 가능성을 깨끗이 씻어버렸다. 정작 다루고 싶었던 실체는 더는 주무를 수 없다. A는 후회했다. 그저 변두리에만 머물러산 산 인생을, 이제 모든 것을 놓쳐버린 지금 물끄러미 바라보는 벽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다시는 오지 않으리˝˝-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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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아메리의 1968년도작.
이 책 중고를 사기 위해 1년 정도 기다린 듯 하다.
수많은 책들이 인간의 죽음에서 비롯된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유독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장아메리 작가의 깊이, 그리고 책 제목 ˝늙어감에 대하여˝ 부제, ˝저항과 체념사이에서˝가 너무 와 닿았기 때문이랄까.

목차의 제목이..끌리는건
나도 늙어가고 있는 걸 몸소 체감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더 오래 늙어감, 그 지속의 현상들에서 저항과 체념의 모순을 탐색하는 과정이
하루에도 몇번씩 느껴질 때,
진정 ˝철학˝을 배울 나이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목차를 살펴보면
˝살아있음과 덧없이 흐르는 시간˝
˝낯설어보이는 자기자신˝
˝타인의 시선˝
˝더는 알수 없는 세상˝
˝죽어가며 살아가기˝ 로 짜여져 있다.


솔직히 죽음보다 죽어간다는 점이 두렵고, 죽어가기 전에 죽음과의 타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그 부조리를 겪는다는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이 책이 위로가 아닌 진실을 이야기해주길..
목차의 깊이만큼 내용도..기대해본다.


˝내가 다루고자 하는 물음은 나이를 먹어가는 인간이 시간을, 자신의 몸을, 사회를, 문명을, 그리고 궁극적으로 죽음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가 하는 점이다˝ - 6쪽


˝ 한걸음씩 차분하게, 어둠 속을 더듬어 헤쳐나가면서 나는 늙어가는 사람들이 언제나 바랐던 희망, 곧 위로해 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안타깝지만 깨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속절없이 늙어가는 사람에게 그 쇠락을 두고 ˝귀족과 같은 우아한 체념˝이라거나 ˝황혼의 지혜˝ 혹은 ˝말년의 만족˝이라는 말 따위로 치장해 위로하는 것은 내가 보기에 굴욕적인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 8쪽


˝우리가 만나는 그는 오랜 세월끝에 다시금 사회적으로 쓸쓸한 새벽에 익숙해졌으리라. 이미 오래전에 허영이라는 이름의 시장, 한때 그가 코미디언으로 활약한 시장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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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21-05-09 2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과 머그잔이 깔맞춤이네요..^^
늙어가는 것도 슬픈데, 왜 속도마저 점점 빨라지는 것일까요?

북프리쿠키 2021-05-10 10:52   좋아요 1 | URL
아 그렇네요. ㅎㅎ 속도...이거야 정말..ㅠ

페크pek0501 2021-05-14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있어 보인다, 라고 생각하는 페크.^^
 

도올의 신간 ~동학이야기.
제대로 책 내셨네요. 많이 기다린 분야입니다. 동경대전 역주라~~
노자만큼이나 도올선생의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학˝이 무엇인지 그 정수를
맛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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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아침
코코넛 콜드브루 라떼
채사장 책을 읽고 있는 책지기와 함께

오늘은 한국전쟁 때
국민을 버리고 도망간 대통령편을
읽습니다.


˝서울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장관들에게도, 군 수뇌부한테도, 국회에도 일체 안하고 혼자 가버렸다. 주한 미국 대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58쪽

대구까지 갔다가 너무 멀리 왔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대전으로 올라가서 우리가 이기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그 유명한 거짓말 방송을 보낸 후,
3-4시간 후 새벽에 한강 철교를 폭파했지요.

이때 ˝도강파˝와 ˝잔류파˝가 생기고
약삭빠른 도강파가 빨갱이 잔류파로 몰아세우고, 슬픈 역사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읽을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고, 용서할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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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02 1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폭하게 되는 지점 맞네요. 부디 콜드브루 라떼가 열을 식혀줄 수 있었기를요. ^^

북프리쿠키 2021-05-02 21:19   좋아요 0 | URL
네 ~ 감사합니다. 바람돌이님. 시원한 라떼한잔으로 열을 좀 식혔네요~ 뒤이어 나온 사건들이 점점 더 열폭하게 만들었지만 말입니다^^
 

한국전쟁과 민간인 집단 학살편

극렬한 ˝역사전쟁˝에서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기 위해 가슴아픈 여정을 시작해봅니다.

외면할 수도 외면해서도 안되는 이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달콤한 유혹˝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와 중국 등 옛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냉전 시기에 모두 북침이라고 가르쳤다.(...)
또 북침은 아니지만 미국이 유인했다고 보는 유인설은 아직도 한국전쟁 발발을 설명하는 유력한 가설인 것 같다.˝ - 28쪽

˝1950년 1월 12일 딘 애치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한국을 미국의 방위선에서 제외한 것을 유인설로 설명하는 학자도 있고, 커밍스처럼 다른 견해를 가진 견해도 있다. 38선 이북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이동이 있었는데 도쿄의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부가 몰랐다는 것은 너무 이상한 것 아니냐. 왜 전쟁이 곧 일어날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도 묵살했느냐. 전쟁 직전 남한에서 있었던 여러 현상이 이상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 시기 미국 고위층의 잇단 발언이나 행동도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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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5-01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미있는 말씀이세요. ^^
“전혀” 몰랐단 얘기는 “전혀” 말이 될 수 없는 거 같습니다. 그럼 알고도 왜 그랬는지가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