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읽는다고 설마김일성주의자에 총살감은 아니겠죠..게다가 전 신영복 교수님의 인품을 존경하고 <담론>이라는 책 애정하기도 하는데,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그래도 ˝자유˝를 최선의 가치로 꼽는정부를 믿고 찬찬히 읽을 용기를 내봅니다.
전작 읽기에서 몇번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합니다.
포기와 도전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엔 다 읽지 않을까요?
지금 읽고 있는 <악령>의 늪만 잘 헤쳐나간다면 가능성이 좀 보입니다.
* 출판사 기준은 제가 읽었거나 앞으로 읽을 책 기준입니다
번역과는 별개로 나이가 들수록 열린책들의 빡빡한 자간과 행이 숨이 막혀
민음사와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이 너무 반갑네요.
스푸트니크1957년 10월 4일 소련은 카자흐공화국의 바이코누르 우주 기지에서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쏘아 올렸다.직경은 58센티미터, 무게 83.6킬로그램인 이 인공위성은 96분 12초에 지구를 한바퀴 돌았다.그 다음날 3일에는 ˝라이카˝라는 개를 태운 스푸트니크 2호를 쏘아 올리는데 성공했다.라이카는 우주 공간으로 나간 최초의 생물이 되었지만, 그 위성은 회수되지 못하고 우주에서의 생물 연구를 위한 희생으로 기록되었다 [고단샤 발간 <크로니크 세계전사>]- 책 첫장에---------우주의 어둠을 소리 없이 가로지르고 있는 인공위성.작은 창문을 통해 내다보고 있는 개의 윤기 있는 눈동자.그 끝없는 우주적인 고독의 한가운데서 개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었던 것일까?- 16쪽처음 만났을 때 스푸트니크에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걸 기억해요.그녀가 작가 비트니크 이야기를 했고,그것을 내가 스푸트니크로 잘못 알아들었죠. 당신은 스푸트니크라는 말이 러시아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나요? 그건 영어로 traveling companion이라는 의미예요.˝여행의 동반자˝.나는 얼마전에 우연히 사전을 찾아보고그걸 처음 알았어요.생각해보면 이상한 조합이죠.하지만 어째서 러시아인은 인공위성에 그런 기묘한 이름을 붙였을까요.외톨이로 빙글빙글 지구 둘레를 돌고 있는 불쌍한 금속덩어리에 지나지 않는것에. - 166쪽우리는 멋진 여행을 함께하고 있지만결국 각자의 궤도를 그리는 고독한 금속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요. 멀리서 보면, 그것은 유성처럼 아름답게 보이지만 실제로 우리는 각자 그 틀 안에 갇힌 채 그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죄수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거죠.두 개의 위성이 그리는 궤도가 우연히 겹칠 때 우리는 이렇게 얼굴을 마주 볼 수 있고 어쩌면 마음을 풀어 합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잠깐의 일이고 다음 순간에는 다시 절대적인 고독 속에 있게 되는 거예요. 언젠가 완전히 타버려 제로가 될 때까지 말이예요.-197쪽결국 하루키는 지구의 인력을 단 하나의 끈으로 삼아 하늘을 계속 돌고 있는 스푸트니크의 후예들은 바로 인간 본연의 모습이며, 인간은 지구와 위성이 인력의 끈으로 이어지듯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통해 고독과 단절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364쪽
내 일상의 루틴 중 하나!헬스장 가서 최대한 있는 힘과 땀을 뺀 후 사우나로 피로를 풀고˝솔티라떼 덜달게˝ 한잔 주문 후차분히, 가라앉은 심신으로 찬찬히, 읽어내려가는 이 시간이참 행복하네요.책 종이를 손바닥으로 쓸면마치 애정하는 강아지를 쓰다듬을 때처럼 아끼는 마음이 든답니다.좋은데 질리지 않는 많지 않은 것들중에 하나.˝나와 스미레는 말하자면 서로 닮은 꼴이었다. 두 사람 모두 마치 숨을 쉬는 것과 같을 만큼 자연스럽게 열심히 책을 읽었다. (중략) 나는 나 자신을 제외하고 그렇게 깊고 폭넓게 열렬히 소설을 읽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고, 그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25~26쪽여러분들도 여러분만큼이나열렬한 독서가를 친구로 두고 있는지요.둘도 없는 친구가 독서취미까지공유한다면 그 인연은참 부러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여주인공 ˝스미레˝가 그녀보다 17살이나 많은 한국인 여성 ˝뮤˝와 난생 처음 사랑에 빠졌다고 시작합니다.전작과는 다른 독특한 설정이 흥미를 불러일으키네요.하루키의 장편소설 14종 중에 12번째 책을 완독중인데 이제 <양을 쫓는 모험>과 <태엽감는새>만 남았습니다.전작읽기의 골문이 눈앞에 있어뿌듯하기도 하지만 다 읽고나면허전해질것 같은 마음에 아쉽기도 합니다.하루키 옹이 러셀 옹만큼이나오래 살아서 <기사단장이야기>이후로도수많은 작품을 내 주길 바랍니다.